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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지분 80배 늘린 에스티로더, 로레알 역전할 수 있을까? [박시진의 글로벌 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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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시진의 글로벌 픽 <6>
에스티로더, 시총 90억弗 푸치 인수 결정
작년부터 대규모 체질 개선…7000명 감축
만년 라이벌 로레알, 케어링 뷰티 사업 인수에
‘배수의 진’ 향수 고급화 전략…“1위 탈환 목표”
‘무리한 M&A’ 우려에도 NPS 지분 40만 주 ↑
서울경제

지난해부터 대규모 수익성 회복 프로그램을 가동한 에스티로더가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바로 스페인 패션·뷰티 회사 푸치를 인수하기로 한 것인데요, 화장품부터 향수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거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푸치의 시가총액은 약 90억 유로 수준입니다. 거래가 성사되면 연매출 200억 달러, 시가총액 400억 달러의 거대한 뷰티 그룹이 탄생하게 됩니다.

에스티로더가 통 큰 결단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에스티로더 측은 새 브랜드를 들여와 고객층을 넓히고, 그룹의 몸집을 불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에스티로더는 지난해부터 ‘뷰티 리이매진드(Beauty Reimagined)’라는 대규모 수익성 회복 프로그램을 시행할 정도로 재무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2025회계연도 2분기(2024년 10~12월)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도 6% 이상 줄었습니다. 직원도 5800~7000명 가량 감축했습니다. 맥(M.A.C)과 오리진스 같은 실적이 부진한 화장품 매장을 없애고, 여행족을 잡기 위해 공항 면세점 매장을 늘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스티로더가 푸치를 품기로 한 이면에는 만년 라이벌인 로레알이 있습니다. 그동안 에스티로더와 로레알은 영향력이 높은 뷰티 브랜드를 대거 소유한 라이벌 관계였습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로레알은 꽃길을, 에스티로더는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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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레알은 중국 시장에서 부침을 겪자 럭셔리 뷰티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웠습니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인도 등 신흥시장에 눈을 돌린 결과 매년 매출이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시장을 다변화한 덕분에 변동성을 줄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반면 에스티로더는 중국 혁신센터, 일본 제조공장 설립 등 아시아 시장의 의존도가 높았고, 이 시장이 휘청이며 로레알에 뒤쳐지기 시작했습니다.

두 그룹이 가진 브랜드만 보면 에스티로더가 상대적으로 고급 브랜드를 대거 보유하고 있습니다. 로레알은 랑콤, 키엘, 슈에무라, 비오템, 이솝 등 중고가 브랜드부터 대중 브랜드까지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갖춘 반면, 에스티로더는 바비브라운, 달팡, 조말론, 라메르 등 프레스티지급 브랜드에 집중돼 있습니다.

작년 로레알은 럭셔리 향수 브랜드 크리드에 이어 구찌의 모기업 케어링으로부터 뷰티 사업을 약 40억 유로(6조 6000억 원)에 인수하며 한 단계 성장을 꾀했습니다. 구찌, 발렌시아가, 보테가베네타의 향수 및 화장품 제품 개발 독점 권리를 50년간 확보한 것입니다. 앞서 2008년 로레알은 케어링으로부터 입생로랑 향수 사업권을 인수한 데 이어 영국 스킨케어 브랜드 메디케이트 지분 50%, 미국 프로페셔널 헤어케어 브랜드 컬러와우, 한국의 닥터지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공격적인 시장 확대를 추진했습니다.

이에 체질개선을 하고 있는 에스티로더가 무리해서라도 푸치 인수를 통해 배수의 진을 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스테판 드 라 파베리 에스티로더 CEO가 대대적인 턴어라운드를 선언한 지 약 2개월 만에 추진된 인수·합병(M&A)이기 때문입니다. 푸치 산하에는 바이레도, 캐롤리나 헤레라, 장 폴 고티에, 드리스 반 노튼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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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이 지배적입니다. 중동 분쟁으로 인한 여행 수요 감소에다 턴어라운드 중 무리한 M&A라는 이유에서입니다. 댄 수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이번 M&A는 거래 규모도 클 뿐더러 턴어라운드 작업 중인 에스티로더 경영진의 집중력이 흐트러질 것”이라며 “경영진이 푸치를 통합하면서 체질 개선 작업을 효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닝스타는 푸치 인수 후에도 프리미엄 향수 부문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로레알 16%, 에스티로더 15%로 여전히 2위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거래 방식이 주식과 부채를 다 떠안는 구조여서 에스티로더가 약 60억 달러를 신규 차입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부채 증가 대비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 역시 모두 에스티로더에 부정적 전망을 유지했고, UBS는 회사 목표 주가를 119달러에서 107달러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댄 코츠워스 AJ 벨 시장책임자는 “푸치 인수는 흥미롭지만, 역사적으로 두 회사를 단순히 결합하는 게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인수 후 합병(PMI)’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긍정적 전망도 나왔습니다. ‘실적 쇼크’ 이후 최근 소폭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인데요, 2026회계연도 2분기(2025년 10~12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 늘어난 42억 9000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영업이익은 4억 100만 달러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덕분에 ‘한국의 큰 손’ 국민연금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에스티로더 주식을 4826주에서 40만3817주로 대폭 늘렸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에스티로더의 목표주가를 130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미국 우량주 목록에 편입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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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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