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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수수밭 살인’ 마약왕 박왕열…임시인도상 국내서 수사·재판만 받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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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변동 가능성 있어”
세계일보

필리핀에서 교민 3명 살해, 탈옥, 국내 마약 유통 등을 일삼으며 '마약왕'으로 불리던 박왕열씨가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필리핀에서 한국인을 살해해 현지 교도소에 복역하면서도 우리나라로 마약을 유통해 이른바 ‘마약왕’으로 불린 박왕열(48)이 25일 송환됐다.

정부는 그간 박왕열을 송환하기 위해 필리핀 정부와 수시로 접촉하며 협상을 이어왔고, 지난 3월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신병 확보에 성공했다.

법무부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박 씨를 태운 항공기는 이날 오전 6시 30분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박 씨는 입국 직후 대기 중이던 수사기관 관계자들에게 신병이 인계됐으며, 곧바로 호송차에 태워져 수사기관으로 이송됐다.

◆ ‘사탕수수밭 살인’ 주범…징역 60년형 중 전격 압송

박 씨는 지난 2016년 필리핀 바콜로드시 인근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을 총기로 살해한 이른바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의 주범이다.

그는 이 사건으로 2022년 필리핀 법원에서 징역 60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현지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수사당국은 박 씨가 현지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도 텔레그램 등을 이용해 국내 마약 유통 조직에 물량을 공급하고 판매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씨가 취급한 동남아산 마약류는 필로폰, 엑스터시, 케타민, 합성 대마 등 수백억 원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국내 최대 마약 공급망 중 하나인 ‘바티칸 킹덤’ 등에 마약을 대량으로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씨는 옥중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외부와 접촉하는 등 호화로운 수감 생활을 즐겼으며, 필리핀 사법체계가 허술하다는 점을 악용해 교도소에서도 마약 유통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 정상회담 ‘임시인도’ 카드로 송환 물꼬 텄다

당초 박 씨는 필리핀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기수감자로, 현지 형기를 모두 마쳐야 송환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자국 내 형 집행을 잠시 중단하고 수사를 위해 범죄인을 넘겨받는 ‘임시인도’ 제도를 적극 활용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필리핀 국빈 방문 당시 정상회담에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에게 박 씨의 송환을 강력히 요청했다.

이후 양국 사법당국이 속도감 있게 협의를 진행하면서 박 씨는 살인 사건 발생 약 9년 만에 한국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됐다.

◆ 임시인도상 국내서 수사·재판만 받을 가능성

다만 향후 우리 법원이 박왕열의 혐의를 인정해 실형을 선고하더라도,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필리핀으로 돌아가 남은 형기를 채워야 해 우리나라 교도소에 수감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인 인도 주관 부처인 법무부는 지난 2017년 필리핀 당국에 박 씨의 인도를 요청했지만, 필리핀 측은 자국 형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인도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던 중 국내 마약 유통 의혹까지 불거지자 법무부는 지난 2월, 관련 혐의를 수사하는 의정부지검의 요청을 받아 박 씨에 대한 임시인도 청구에 나섰다.

필리핀에서 수사·재판 절차를 밟은 살인이 아닌, 마약 유통 등 혐의 규명을 위해 박 씨를 넘겨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다만 국내에서 저지른 박 씨의 혐의가 인정돼 중형을 선고받더라도 ‘임시인도’라는 한계로 인해 한국 교정시설에 수감돼 복역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가 형사 절차 진행을 위해 필리핀의 형 집행을 중단시키고 일시적으로 박 씨를 넘겨받았을 뿐, 재판이 종료되면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가 남은 형기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마약 유통 경로를 차단하고 수사해 법정에 세울 수는 있지만, 박 씨는 이미 필리핀에서 수십 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점과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 수감 생활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셈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조약 문구만 보면 그렇게(수사·재판 이후 필리핀 송환) 해석된다”면서도 “향후 필리핀 당국과 논의해 동의가 있다면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 국내 마약 유통망 실체 파악 주력…추가 검거 예고

수사당국은 박 씨를 상대로 국내 마약 유통 조직과의 구체적인 연계 여부와 범죄 수익금의 행방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박 씨가 공급한 마약 규모가 상당한 만큼, 그의 진술을 토대로 국내에 숨어 있는 하부 유통책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 작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의 신병 확보를 통해 국내 마약 확산의 ‘뿌리’를 뽑는 데 수사력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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