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하루히코 전 일본은행 총재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며 정책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
구로다 전 총재는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디플레이션 마인드가 무너진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때였다”며 “임금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24년부터로 5%대 임금 상승이 정착되고 있다”면서 이처럼 평가했다.
그는 “현재 일본 경제는 1%대 성장에 2∼3%의 물가 상승, 그리고 실업률은 매우 낮다”며 “이런 상황이 바뀌지 않도록 정책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데 0.25%씩, 연 2∼3회 금리 인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약 15년간 장기 디플레이션에 시달렸다. 그러나 2013년 이후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인 이른바 ‘아베노믹스’가 시행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전환점이 됐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오랫동안 고착돼 있던 디플레 마인드가 무너졌고, 임금 상승이 본격화됐다. 2024년 춘계 임금 교섭(춘투)에서는 30여 년 만에 5%대 임금 인상이 이뤄졌고, 이후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구로다 전 총재는 “지금 시점에 재정지출을 늘리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지금은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쪽이 좋다”며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강조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에 경고를 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달러화 중심의 현 국제통화 체제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10∼20년간은 기축통화가 달러화 그대로일 것”이라며 “유일하게 현 상황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 것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라고 전망했다. 또 “유로·엔·위안화의 CBDC가 등장하면 달러화를 유일한 국제통화로서 사용할 장점이 상대적으로 희박해진다”며 “유럽연합(EU)이 앞장서서 CBDC 도입 준비를 추진 중인데 일본은 당장 서둘러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엔화의 국제적 위상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엔화의 국제화는 여전히 제한적이고, 달러 중심 구조 속에서 보조적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며 “일본은 약 1조 4000억 달러(약 2090조 원)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충분한 시장 개입 여력은 갖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1달러당 160엔을 넘보는 엔·달러 환율과 관련해서는 “150엔이나 160엔은 좀 과하다고 생각한다”며 “현 미국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120∼130엔 정도가 적정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1944년 후쿠오카현 오무타시에서 출생한 구로다 전 총재는 아베 신조 정권 때인 2013년 일본은행 총재에 임명돼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금융완화를 주도했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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