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뉴시스 |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동 전쟁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이란에 15개 항의 요구 목록을 전달했다. 이란도 미군 철수와 배상금 지급 등을 포함한 강경한 맞불 조건을 내걸었다. 양측은 '한달 간 휴전'을 거론하는 등 협상 테이블을 차리려 하고 있으나 요구 조건의 간극이 너무 커 실제 타결까지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채널12 및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은 중재국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의 핵 능력 무력화와 지정학적 무장 해제를 골자로 한 15개 조건 및 보상안을 전달했다.
트럼프는 전날 "이란은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고, 미국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제시한 요구안의 핵심은 이란 핵 능력의 불가역적 폐기다. 이란 영토 내 우라늄 농축 전면 금지, 60% 농축 우라늄 비축분(약 450㎏)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관, 나탄즈·이스파한·포르도 등 3대 핵심 핵시설의 완전 해체가 명시됐다. 이는 단순한 동결을 넘어 이란의 핵 잠재력 자체를 제거하겠다는 의도다.
또한 이란의 역내 대리 세력(프록시)에 대한 자금 및 무기 지원 중단과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도 요구했다. 특히 '이스라엘의 국가 존재 인정'과 '호르무즈 해협의 무조건적 자유 통행 보장'은 중동 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대목이다. 미국은 이 조건들을 수용할 경우 국제 제재를 전면 해제하고 민간 원자력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는 파격적인 당근책을 제시했다.
반면 이란 내 강경파인 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의 요구를 굴욕적 항복 문서로 규정하며 수위를 높인 역제안을 내놓았다. 이란 측은 걸프 지역 내 모든 미군 기지 폐쇄, 그간의 군사적 타격에 대한 배상금 지급,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통행료 징수 권한 등을 요구 조건으로 내세웠다. 특히 미사일 프로그램 유지 보장과 이스라엘의 대헤즈볼라 공격 중단 요구로 이란은 역내 영향력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미 정부 당국자는 "비현실적인 요구"라고 일축했지만 이란 내부 결속을 위한 정치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협상안을 바라보는 이스라엘의 시선은 싸늘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측은 "세부적인 이행 방안 없는 합의는 이란에게 재무장할 시간만 벌어주는 꼴"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스라엘 언론은 "이란이 핵심 쟁점을 뒤로 미룬 채 교전을 끝내는 데 성공한다면 이스라엘 안보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15개 항이 트럼프 특유의 거래의 기술이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해석도 있다. 일단 높은 조건을 제시해 상대를 압박한 뒤 실질적인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계산으로, 트럼프식 협상에서 자주 나타나는 패턴이다. 하지만 양측의 요구가 체제 존립 및 안보의 핵심 가치와 충돌하고 있어 1개월이라는 짧은 휴전 기간 내에 의미 있는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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