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수갑 차고 삿대질… 필리핀 호화 수감 ‘마약왕’ 박왕열 10년 만에 송환

댓글0
서울신문

필리핀에서 교민 3명 살해, 탈옥, 국내 마약 유통 등을 일삼으며 ‘마약왕’으로 불리던 박왕열 씨가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2026.3.25 [공동취재]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해 현지에서 복역 중이던 ‘마약왕’ 박왕열(48)이 25일 국내로 압송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초 필리핀과의 정상회담에서 인도 요청을 한 지 약 3주 만이다.

박왕열은 이날 새벽 필리핀에서 출발한 아시아나 OZ798편을 타고 오전 6시 34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으며 오전 7시 16분쯤 출국장을 빠져나왔다.

수염이 덥수룩한 채로 야구 모자를 눌러쓴 박왕열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양팔에 있는 문신을 드러낸 채 꼿꼿한 자세였다.

그는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 피해자나 유족에게 할 말 없냐”, “국내로 송환된 심정이 어떤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입을 다물었다. 다만, 특정 기자와 눈이 마주치자 “너는 남자도 아녀(아니야)”라고 내뱉으며 그 기자를 째려봤다. 해당 기자는 과거 박왕열의 마약 밀매 조직을 직접 추적 보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왕열은 출국장을 나온 지 3분 만에 호송차에 실려 경기북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로 향했다.

오전 9시쯤 청사에 도착한 그는 취재진이 “범죄 수익은 어디에 숨겼나”, “수감 중 호화 생활을 인정하나” 등을 질문했지만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경찰관들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은 체포영장을 집행해 박왕열을 조사한 뒤 의정부경찰서 유치장에 입감했다. 구속영장은 26일 신청할 계획이다.

박왕열은 필리핀에서 ‘전세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텔레그램 등 메신저를 이용해 필로폰과 엑스터시, 케타민, 대마 등 마약류를 국내에 대량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된 이후에도 외부와 연락을 이어가며 사실상 조직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국내 판매책과 밀수책, 운반책 등 다수의 공범이 함께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관 12명과 경남경찰청 마약수사관 2명, 서울경찰청 가상자산 분석팀 6명 등 모두 20명으로 전담 수사팀을 꾸려 조직 전체를 추적하고 있다. 범죄 수익이 가상자산 등으로 은닉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자금 흐름을 집중 분석하고 있다.

이번 송환은 정상 외교를 계기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에게 박왕열의 임시 인도를 직접 요청했고, 필리핀 측이 이에 긍정적으로 응하면서 22일 만에 송환이 이뤄졌다.

다만 필리핀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등은 이번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해당 범죄는 이미 현지 사법 절차에 따라 처벌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국내 마약 범죄와 관련된 혐의에 수사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박왕열은 과거 국내에서 다단계 금융 사기를 벌이다 필리핀으로 도주한 뒤 현지에서 각종 범죄를 이어가며 ‘마약왕’으로 불려 왔다. 텔레그램을 통해 대규모 마약 유통망을 운영한 인물로, 국내외 수사당국의 주요 추적 대상이었다.

2016년에는 필리핀 바콜로드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을 총기로 살해한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됐고, 2022년 필리핀 법원에서 징역 60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두 차례 탈옥을 시도하는 등 논란을 일으켰고, 교도소 안에서도 호화 생활을 하며 마약 유통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 국제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정부와 수사당국은 박왕열을 상대로 국내 마약 범죄 전반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경찰은 “피의자가 가담한 마약 유통 조직의 실체를 끝까지 밝혀내고, 취득한 범죄 수익도 철저히 추적해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한상봉 기자 강남주 기자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서울신문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더팩트수원시, '2025 수원기업 IR데이 수원.판' 6기 참여 기업 모집
    • 동아일보[부고]‘노태우 보좌역’ 강용식 전 의원 별세
    • 경향신문서울시 ‘약자동행지수’ 1년 새 17.7% 상승…주거·사회통합은 소폭 하락
    • 노컷뉴스'폐렴구균 신규백신' 10월부터 어린이 무료 접종
    • 헤럴드경제“김치·된장찌개 못 먹겠다던 미국인 아내, 말없이 애들 데리고 출국했네요”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