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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사용자” 이재명 정부 노란봉투법 딜레마[전문기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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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콜센터 노동자, 정부와 원청 공기업 상대 교섭 요구
노동위 접수 사용자성 판단 10건 중 9건이 공공부문
정부 노란봉투법 지침서 "정책·예산은 교섭대상 아냐"
충돌 불가피, 협상과 조율로 사회적 비용 최소화해야
[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 기자]노란봉투법(노조법 2조·3조 개정)이 열어젖힌 전장의 모습은 예상과 달랐다. 원청 기업을 겨냥해 만든 노란봉투법이 가장 먼저 테이블로 불러낸 곳은 삼성전자도, 현대차도 아닌 이재명 정부다.

노란봉투법 시행과 동시에 돌봄노동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콜센터 노동자들까지 국세청 등 공공기관 원청을 상대로 공동교섭을 추진하면서 공공부문이 가장 먼저 충돌지역으로 떠올랐다.

노동계 입장은 분명하다. 공공부문 노동조건은 정부 정책과 예산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정부가 사용자라는 것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직접 교섭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공기관 자회사, 지자체 위탁 사업, 콜센터 등 간접고용 구조 전반에서 교섭 요구가 확산하는 이유다. 공기업 계약 등 형식적 고용관계와 달리, 실질적 결정권은 정부에 있다는 논리다.

이 흐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일인 3월 10일부터 18일까지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사용자성 판단 사건 10건 중 9건이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 관련 사안이다.

노란봉투법의 첫 시험대가 민간이 아니라 공공부문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법이 정한 기준만 놓고 보면 이런 주장에는 근거가 있다.

노란봉투법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다면 사용자로 본다. 공공부문처럼 예산과 정책을 통해 임금, 인력, 운영 구조까지 좌우되는 영역은 오히려 이 기준에 더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정부는 다른 기준을 제시한다.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은 공공부문에 대해 별도의 판단 틀을 전제한다.

법령이나 조례, 국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예산에 따라 정해지는 근로조건은 개별 사용자 의사가 아니라 공공정책의 결과이며, 이는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개별 노사 간 단체교섭의 직접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침은 특히 예산 편성·배분 이후에는 산하 공공기관이 총액인건비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경우 정부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가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지 의문이다.

정부는 예산이 국회 의결을 통해 결정된 민주적 절차의 산물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초안을 설계하고 국회가 이를 승인하는 구조다. 형식적으로는 입법 과정이지만 실질적 결정권은 행정부에 집중돼 있다.

노동위원회의 판단은 이 충돌의 방향을 가를 분기점이 될 것이다. 공공부문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정부를 향한 교섭 요구는 빠르게 확산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를 제한할 경우 법 제정 취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노동게 반발 또한 불보듯하다.

법이 길을 열었지만, 그 길을 어떻게 걸어갈지는 그 길에 선 이들의 몫이다.

정부는 법 적용을 제한적으로 수용할 것인지, 일정한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보다 전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스스로 만든 지침과 노동위원회 뒤에서 뒷짐 지고 지켜볼 일은 아니다.

노동계 역시 법 조문을 현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협상과 조율을 우선해야 할 책임이 있다.

결국 이 논쟁은 불가피한 혼란을 거쳐 제도적 기준을 찾아갈 것이다.

다만 그 과정이 길어지고 갈등이 격화할수록 현장의 불확실성과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노란봉투법이 열어 놓은 길이 갈등으로 이어질지, 새로운 질서로 이어질지 우리 사회는 지금 그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데일리

서울 민주노총에서 열린 원청교섭 쟁취 1차 릴레이 기자간담회에서 최정우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장이 돌봄노동자 원청교섭 요구안, 교섭요구 현황과 투쟁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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