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에서 국제 전기자동차 엑스포를 개최하고 이를 계기로 남북 산업 협력을 확대하려는 구상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세계e모빌리티협의회는 2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신화월드에서 ‘제13회 국제 e모빌리티 엑스포’의 일환으로 ‘2027년 평양 국제 전기차 엑스포(PIEVE) 추진을 위한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하고 다음달 PIEVE 추진위원회 사무국을 개설해 계획 추진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고 밝혔다.
세계e모빌리티협의회는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각국 전기차협의회와 르노 닛산, BYD 등 30여 개국 80여 개 협회·단체, 국제기구 및 글로벌 기업이 회원사로 둔 국제 기구다. 매년 제주 국제 e모빌리티 엑스포를 개최한다.
PIEVE 추진을 위한 라운드테이블은 올해 엑스포의 주요 행사이자 관련 계획과 협력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민간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마련한 첫 논의의 장이다. 평양에서 엑스포를 개최하고 이를 계기로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등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남북 협력 확대를 꾀한다는 취지다.
전문가들도 평양 엑스포 개최가 새로운 남북 협력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연사로 나선 황우현 서울과학기술대 특임교수는 “북한은 태양광 패널을 2016년 2880개에서 올해 1만 1000개로 10년 간 4배, 설비 용량으로는 5.3배 확충했고 폐배터리 재생 기술도 확보했다”며 “더불어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16.4% 감축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고 말했다. 북한 역시 산업화에 맞춰 탄소 감축 수요가 큰 만큼 전기차 산업 활성화를 위한 글로벌 협력 접점이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북한이 엑스포 개최에 필요한 전기차 산업과 국제 행사 개최 경험을 갖췄다고 짚었다. 그는 “북한은 자체 브랜드 ‘마두산’을 통해 중국산 부품을 수입해 전기차를 조립하고 택시와 대중교통의 전력화도 시도하고 있다”며 “또 지난해 46개국이 참가한 평양국제마라톤대회, 160여개 기업이 참가한 평양가을철국제상품전람회 등을 개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법 개정을 통해 주민의 승용차 소유를 허용하는 등 산업 활성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북한개발국제협력센터장도 “북한은 현재 만성저긴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글로벌 전기차 협력이 이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 역시 한반도 평화 공존과 서울·베이징을 잇는 대륙 철도 건설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며 “전기차 엑스포가 남북 관계를 반전시키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황 교수는 구체적으로 평양을 중심으로 원산 갈마지구와 백두산 삼지연시를 연계한 엑스포 분산 개최 방안과 함께 평양~원산 간 170㎞ 고속도로 전기차 주행 실증, 대학생·학계·연구개발자가 참여한 신기술 토론 등 학술과 실증이 결합된 프로그램도 제안했다.
다만 북한의 참여 여부가 관건이다. 세계e모빌리티협의회는 북한에 평양 엑스포 개최를 공식 제안하는 건의문을 전달할 계획이다. 플렉스 그렌크 독일 한스자이델재단 한국·몽골사무소장, 쥬 슈 중국 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협의회(ICLEI) 동아시아본부장, 차오멍찬 중국자동차기자협회 부비서장 등 국제 단체 관계자들도 연사로 참석해 평양 엑스포 개최를 남북 협력의 교두보 역할을 맡겠다고 자처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테슬라, 현대차·기아, GM, 토요타, 닛산, BMW, 폭스바겐, BYD, 빈패스트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충전 인프라,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의 참여도 유도한다. 글로벌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 북한의 탄소중립 시장 선점이라는 경제적 가치를 결합한 모델이다. 이를 통해 동북아 전기차 산업 협력 기반 구축 가능성을 모색한다. 향후 민간 주도 충전 인프라 구축과 배터리 산업 협력, 스마트그리드 기반 전력망 연계 등 전기차 전환의 실질적 기반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대환 세계e모빌리티협의회장은 “평양 국제 전기차 엑스포가 글로벌 패밀리와 함께 하는 산업과 기술 중심의 민간 협력 모델로 추진돼야 한다”며 “제주에서 시작된 전기차 혁신이 한반도를 넘어 실크로드를 통해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종범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장도 ”평양 전기차 엑스포 개최를 통해 국제 사회와 기업이 함께하는 실질적 협력 기반이 구축되길 기대한다”며 북한의 협조를 요청했다.
24일부터 27일까지 제주신화월드에서 열리는 국제e모빌리티엑스포는 전 세계 모빌리티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모빌리티 분야의 인공지능(AI) 전환과 탄소중립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연례 행사다. 국제e모빌리티엑스포 조직위원회는 특히 단순 관람 위주의 전시에서 벗어나 기업간거래(B2B)와 비즈니스 성과 창출에 초점을 두고 네트워킹 행사 등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행사에는 국제e모빌리티엑스포 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을 맡은 김 회장과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 김영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ITF 사무총장, 김창범 국제e모빌리티엑스포 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문대림·위성곤 의원은 물론 천후이쥔 중국 선전 자동차전자산업협회 비서장 등 해외 주요 관계자도 참석했다. 샤오펑과 이항 등 중국 모빌리티 업체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김 사무총장은 탄소중립과 AI를 통한 디지털 전환, 또 이를 위한 글로벌 논의의 가교로서 제주 엑스포의 중요성을 주제로 개막식 기조연설을 맡았다. 에드먼드 아라가 아시아 전기차협회(AFEVA) 회장은 아세안 10개국의 전동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한국 기업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제안한다.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의 산업 협력을 주도하는 쉬밍밍 지역산업협력센터(RCEP RICC) 회장은 지역 간 공급망 통합과 도시 단위의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해법을 제시하며 국제적 연대를 공고히 한다.
제주는 이번 엑스포를 통해 ‘2035 탄소중립 섬’ 비전을 선포한다. 신재생 에너지와 모든 모빌리티가 AI로 연결되는 지능형 플랫폼을 선보이며 제주를 전 세계가 벤치마킹하는 모델하우스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개최 장소를 제주 신화월드로 옮긴 것은 전시 중심에서 탈피해 안락한 환경 속에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는 ‘리조트형 마이스(MICE)’를 지향하기 위함이다.
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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