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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연장 기회냐 재정 부담 축소냐…초고가 신약 급여 ‘딜레마’ [신약 평가의 법칙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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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신약’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건강보험 급여 체계도 시험대에 올랐다. 고가 의약품이 잇따라 등장하는 가운데 환자 치료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요구와 공적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 충돌하고 있다. 3편에 걸쳐 초고가 신약을 둘러싼 급여 평가 구조와 제도적 쟁점을 분석하고, 환자 접근성과 건강보험 재정의 균형점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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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최근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등 초고가 신약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건강보험이 어디까지 약값을 감당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신약은 환자 입장에서 새로운 치료 기회지만, 보험당국으로선 한정된 재정 안에서 급여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대상이다. 치료 접근성 확대와 재정 지속가능성이 상충하는 상황에서 고비용 의약품 관리 셈법이 복잡해진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항체분해약물접합체(DAC),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카티) 치료제 등 효과는 크지만, 가격도 매우 높은 약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부터 바이오텍까지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고위험·고부가가치 영역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분석 전문기관 이밸류에이트(Evaluate)의 ‘2024 희귀의약품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희귀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1850억달러(약 270조8000억원)에서 2028년에는 약 2700억달러(395조2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자체 플랫폼 기술을 앞세워 혁신 파이프라인 개발에 한창이다. 오는 4월17일부터 22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에선 초기 임상과 전임상 단계 혁신 신약 후보물질이 대거 공개된다. AACR은 기업들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을 입증하고, 글로벌 기술수출 및 파트너링 가능성을 가늠할 핵심 분기점으로 평가받는다.

국산 신약 파이프라인 중 바이오 신약 비중이 크게 늘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의 ‘국내 신약 25년의 이정표와 블록버스터의 탄생’ 보고서를 보면, 2024년 기준 국내 신약 파이프라인 1701개 가운데 바이오신약이 850개(50%)로 가장 많았다. 파이프라인 유형도 CGT부터 항체치료제, 재조합 단백질, 핵산, 표적 단백질 분해제(TPD) 등으로 다양해졌다.

ADC부터 카티까지…쏟아지는 ‘초고가 의약품’

혁신 신약의 등장은 산업의 성장과 환자 미충족 의료 확충과 직결돼 정부도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지만, 기존 비용효과성 평가 방식의 한계와 평가 제도의 재설계 필요성이 함께 대두되고 있다.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는 질환 특성상 비교 대상이 부재한 단일군 임상을 근거로 하는 경우가 많고, 약제의 장기적인 효과를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약제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업무를 맡아온 김정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카티와 같은 원샷치료제나 CGT, ADC 등 신약들은 임상 데이터의 불확실성이 큰 반면 비용은 기존 치료제들 대비 매우 고가인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특성 때문에 기존의 평가 방식만으로는 해당 치료제들의 잠재적인 혁신성이나 장기적 치료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 고가 의약품들은 다양한 제도를 통해 보험에 진입하고 있다. 가장 기초적인 신약 등재 제도인 ‘경제성평가’는 말 그대로 신약의 ‘가격 대비 가치’를 따지는 절차다. 새 약이 기존 치료보다 얼마나 더 좋은 효과를 내는지, 그 추가 효과를 얻기 위해 얼마를 더 써야 하는지를 함께 본다. 제약사가 ‘효과가 있다’는 점만 입증해선 부족하고,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그 효과가 감당 가능한 비용으로 설명돼야 비로소 급여 논의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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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 최근 5개년(2020~2024년) 경제성평가 제출 약제의 비용효과성 평가(ICER) 결과.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경제성평가를 통해 비용효과성의 정도는 ‘ICER(Incremental Cost-Effectiveness Ratio, 점증적 비용-효과비)’라는 결과 지표로 계량화할 수 있다. 재정당국은 ICER 값과 수용 가능한 비용효과성을 비교해 약가 수준을 결정한다. 심평원의 ‘최근 5개년(2020~2024년) 경제성평가 제출 약제의 비용효과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2020년~2024년 항암제 8개 성분의 ICER 범위는 최소 2588만원에서 최대 5536만원이었다. 일반 약제 9개의 ICER 중앙값은 2682만원으로, 최소 991만원에서 최대 3610만원으로 나타났다. 희귀질환치료제는 최소 3997만원에서 최대 4326만원이었다.

건보당국은 의약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모두 보험에 넣지는 않는다. 실제 평가 과정도 단순하지 않다. 신약의 비용효과성뿐만 아니라 임상적 유용성, 대체약 존재 여부, 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두루 고려한다. 결국 신약은 효과가 크더라도 가격(ICER 값)이 지나치게 높으면 건강보험 문턱을 넘기 어렵다.

신약 급여 제도가 까다로운 이유는 분명하다. 건강보험 재정은 무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건보 재정은 4996억원 당기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저성장 고착화와 생산연령인구 감소 등으로 보험료 수입 기반 확보 여력이 떨어지며 흑자 규모가 점차 감소하는 상황이다. 총수입 증가율은 2022년 10.3%에서 2023년 6.9%, 2024년 4.4%, 2025년 3.8%로 감소 추세다.

한정된 재원…“급여 늦어” vs “재정 부담”

한정된 재원을 놓고 관계 기관들과의 충돌은 빈번하다. 환자와 산업계는 “생명을 다투는 치료 기회를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너무 늦게 판단한다”고 말하고, 보험당국은 “불확실성이 큰 고가의 약에 재정을 지불할 수 없다”고 맞선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신약 허가·급여 논의가 ‘접근성 확대’와 ‘재정 통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흘러선 안 된다고 짚는다. 급여 등재 전 단계부터 허가·평가·협상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구조를 만들고, 등재 이후 실제 사용 데이터와 치료 성과를 체계적으로 축적해 재평가하는 순환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제약업계 관계자는 “회사는 개발한 신약에 대해 기존 치료제보다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경제성평가 자료 등 비용효과성 입증자료를 준비하는데, 현재 평가 시스템을 통해선 등재될 확률이 떨어지다 보니 경제성평가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지를 찾게 된다”며 “이러다 보니 경제성 평가를 통해 비용효과성을 입증하는 방식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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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완화가 곧바로 해법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평가 기준을 완화할수록 공적 재정이 부담해야 할 약제비 총량은 커질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결국 보험료 인상이나 다른 의료서비스 지출 축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을 특정 초고가 약제에 집중할 경우 더 많은 환자에게 필요한 필수의료나 만성질환 관리에 투입할 재원이 줄어드는 ‘기회비용’ 문제도 발생한다.

급여 등재 후 실제 사용 데이터(RWD)를 바탕으로 효과·안전성 및 재정 영향을 확인하는 ‘사후 평가’ 강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권혜영 목원대 의생명보건학부 교수는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는 대부분 임상 2상 결과만으로 허가받을 수 있고, 때로는 비교군이 없는 단일군 연구만으로도 허가되기도 한다”며 “그래서 이런 약들은 기존 치료보다 얼마나 더 좋은지 추가 가치 판단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이어 “암은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질환이라는 점을 고려해 탄탄한 근거가 없더라도 우선 허가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면서 “따라서 허가 전에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평가하되, 사후에 반드시 실제 사용 결과와 추가 근거를 바탕으로 다시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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