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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체질 개선에 나서야"...한국 경제 위기 극복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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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6주년]구조조정에서 K-방역까지…위기마다 진화
고부가 포트폴리오·AI 대전환·실리 중심 통상 전략 중요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한국 경제는 지난 30여년간 숱한 풍파를 정면으로 돌파하며 성장해 왔다.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리먼브라더스 사태),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까지. 큰 위기들이 주기적으로 닥쳐왔지만 속도감 있는 체질 개선으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켜왔다.

현재 한국 경제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 앞선 위기보다 더 복합적이라는 진단이 많다. 외부적으로 신자유주의가 끝나고 보호무역이 창궐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송두리째 재편되고 있고,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발전도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품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 경쟁력이 중국에 밀리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도 하다. 내부적으로는 인구감소와 다양한 격차 확대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 경제가 과거에 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신속하게 체질을 개선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 경제에는 위기 때마다 체질을 개선해 더 강해지는 '위기 극복 체질 개선 DNA'가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복합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이 DNA가 새롭게 작동돼야 하며, 특히 고부가 포트폴리오·AI 대전환·실리 중심 통상 전략 등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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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팬데믹 위기에 가장 잘 대응한 모범 사례로 평가받았었다. [사진=아이뉴스24DB]



뼈 깎는 구조조정에서 K-방역까지…위기마다 진화한 생존 전략



IMF 외환위기 당시 한국 경제의 생존 전략은 뼈를 깎는 인적·물적 구조조정이었다. 정부는 부실 금융기관과 대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에 착수했고, 소위 '빅딜'이라 불리는 사업 맞교환을 통해 중복 투자를 해소하고 산업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 과정에서 금리 인상과 긴축 재정이라는 가혹한 조건이 뒤따랐지만 이는 대외 신인도를 회복하고 시장 중심의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과 속도감 있는 재정 투입이 핵심이었다. 외환 보유고를 방어하는 동시에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통해 시장의 심리적 불안을 잠재웠다. 또한,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며 실물 경제로의 전이를 막는 데 주력했다. 이는 한국이 주요국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원동력이 됐다.

가장 최근의 시련이었던 코로나19 위기에서는 'K-방역'과 '디지털·비대면 전환'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례 없는 셧다운 위기 속에서 한국은 견고한 제조업 공급망을 바탕으로 수출 동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재난지원금 등 과감한 확장 재정을 통해 가계와 자영업자의 붕괴를 막아냈다. 특히 ICT 강국의 면모를 활용해 업무와 교육의 디지털화를 앞당기며 위기 속에서 오히려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을 다지는 기민함을 보였다.

이러한 세 차례 위기 극복의 공통점은 정부 주도의 강력한 컨트롤타워 아래 신속한 자원 배분과 대외 협력을 끌어냈다는 점이다. 특히 제조업 기반의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부실 자산을 빠르게 정리하거나, 디지털 기술로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은 한국이 주변국보다 빠르게 경기 회복 탄력을 받는 핵심 동인이었다.

저출산·지정학·공급망까지…저성장 고착화된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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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연합뉴스 ]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는 일시적인 경기 침체가 아니라 구조적 복합 위기라는 점에서 과거보다 심각성이 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중동발 리스크로 촉발된 지정학적 불안은 에너지 가격 변동성을 촉발했고,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기존 서방진영의 동맹과 공급망을 균열시키는 데 더해 힘의 논리를 가속화시키는 배경이 됐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내부적인 인구 감소의 현실이다. 지난 2018년 합계출산율이 1명대 이하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 2023년엔 0.7명대의 출산율을 보였다. 같은해 태어난 출생아 수는 23만 28명으로 국내 경제 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1969년생(104만4943명)과 비교하면 사실상 5분의 1 토막난 수준이다.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하락은 노동 공급 부족과 내수 시장 위축을 야기하며 잠재성장률을 지속적으로 갉아먹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복합적 구조위기를 수치로 드러낸다. 지난 1990년 10.0%라는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한국은 2000년 (9.2%)과 2010년(7.0%)을 거치며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최근의 흐름이다. 과거 IMF 외환위기나 리먼브라더스 사태 당시에도 국내 경제는 일시적 충격을 이겨내고 곧바로 3~4%대 성장률을 회복하는 회복탄력성을 보여왔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양상은 판이해졌다. 코로나19의 충격으로 2020년 -0.7%라는 역성장을 기록한 뒤, 2021년 반등(4.6%)하는 듯했으나 이내 2.7%(2022년), 1.6%(2023년)로 급격히 추락했다. 특히 2025년 경제 성장률 1.0%는 사실상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치로, 이는 우리 경제가 외부 충격 때문이 아니라 체력 자체가 소진돼 만성적인 저성장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양적 투입에서 질적 선도로…AI 대전환과 고부가가치 산업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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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라인을 착공한 경기도 수원시 SDI연구소 전경. [사진=삼성SDI]



복합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국내 경제 성장의 근간이 됐던 제조업의 뿌리부터 뒤 흔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과거 제조업 강국으로 타 경쟁국 대비 우위를 누렸던 국내 석유화학, 철강 산업 등이 중국 시장에 사실상 잠식됐고 휴대폰과 가전, 배터리 등 주력 산업에서도 중국 기업과의 경쟁이 한층 격화되며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물량 중심' 전략에서 '고부가가치 기술 중심'으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국내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고부가가치 기술로의 전환"이라며 "최근 중국에 밀리는 배터리만 하더라도 전고체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서는 한국이 중국을 압도하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행 거리를 비약적으로 키워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중국 대비 한국이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전고체전지 분야 주요 특허출원기업 순위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307건으로 전세계 1위를 차지했고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3년 기준으로는 삼성SDI(51.7%), LG에너지솔루션(50.8%)이 특허출원 연평균 증가율 1·2위를 차지해 한국기업이 전고체전지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 및 특허출원을 주도하고 있다.

강 교수는 "AI,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에너지 등 5대 분야는 한국이 기술 경쟁력을 키운다면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특히 저품질 다량생산으로 승부하던 과거의 체질을 고부가가치 기술로 바꿔 승부를 본다면 제조업 르네상스 시대가 다시 도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술적 측면에서의 핵심 대안은 'AI(인공지능)로의 대전환'이 꼽힌다. 단순한 업무 자동화를 넘어 제조, 물류, 금융 등 전 산업 부문에 AI를 이식해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AI 인프라의 핵심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분야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전 세계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이 하드웨어 패권을 발판 삼아 제조·물류·금융 등 산업 전반에 '지능'을 이식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가 마련돼 있다.

전통적 동맹의 종언…"실리 중심의 공급망·연대 재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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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G20 회원국 및 초청국 정상, 국제기구 수장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1.22 [사진=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G20 회원국 및 초청국 정상, 국제기구 수장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1.22 [사진=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제조업의 전환이 경제 성장을 이끌 엔진이라면, 실리 중심의 통상 스탠스와 동맹 연대는 그 방향을 결정하는 나침판이다. 과거 역사적·이념적 갈등으로 대립해온 국가와도 필요하다면 협력해 시장을 확대하고 통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허윤 서강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현재의 국제 통상 질서를 '자유무역 중심의 규범 시대에서 실리 중심의 힘 시대로의 완전한 이행'이라고 분석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를 지탱해 온 자유주의 질서와 국제 규범에 대한 존중과 전통적 동맹 구도과 완전히 붕괴됐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한국이 과거 자유무역주의 체제의 수혜국이었다는 걸 잊고, 전통적이고 규범적인 동맹 체제를 벗어나야 한다"면서 "특히 국내 기업을 우선 육성할 수 있는 노선으로 정책을 전면 수정하는 수준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가 국내 기업 보조금 지급에 대해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주저하는 사이, 미국과 중국은 이미 파격적인 직접 지원을 통해 자국 산업의 성벽을 쌓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격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 한국은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 전략적 유연성과 실리 중심의 연대 재편에 나서야 한다"며 "미·중 리스크를 완충하기 위해 안보는 미국에 두고 경제는 세계로 확장하는 '안미경세' 전략과 함께, 다양한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의체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 대해서는 '불가근불가원' 원칙 아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되, 특정 강대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중견국과 개도국을 중심으로 산업·통상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내수 시장의 한계를 고려할 때 일본과 EU 등과의 협력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역사적 갈등과는 별개로 국익에 부합한다면 경제적 연대를 강화하고, CPTPP 등 다자 협력 체제를 적극 활용하는 고차원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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