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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 번 찍히면 뼛속까지 털려”…건수 줄었지만 피해액 5년來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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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악랄해진 보이스피싱]
■ 피해자 세번 울리는 ‘악마의 설계’
건당 피해액 2000만원대로 늘어
범죄조직끼리 피해자 신상 공유
“구제해준다” 접근 2차 피해 유도
제3금융권 대출까지 연계하기도
교묘해진 수법에 환급률 20%대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주부 A 씨는 최근 급하게 목돈이 필요해 대출을 알아보던 중 온라인에서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는 글을 보고 연락을 취했다. 상담사는 A 씨에게 특정 지방은행을 거론하며 “협약이 돼 있는 은행이라 대출이 더 잘 나오고 금리도 낮다”며 “계좌를 개설한 뒤 일회용비밀번호(OTP)를 보내주면 된다”고 안내했다. 금융감독원장 명의의 확인증까지 본 A 씨는 상담사의 말을 믿고 요구에 응했다. 그러나 대출 실행은 2주 넘게 미뤄졌고 이상함을 느낀 A 씨가 뒤늦게 계좌를 확인했을 때는 이미 수상한 거래 내역이 찍혀 있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다른 피해자들에게서 가로챈 돈을 A 씨 계좌를 거쳐 자신들의 계좌로 빼돌린 것이다. A 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12억 원 규모의 보이스피싱 자금이 오간 ‘대포통장’ 명의자가 됐고 결국 계좌가 지급정지되는 상황까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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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방 사기나 가상자산 투자 사기 등 신종 유사수신 범죄가 늘면서 보이스피싱은 줄어들고 있다는 인식도 있지만 실제로는 건당 피해액이 오히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조직이 점점 전문화·분업화되면서 피해자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이미 피해를 당한 이들에게 다시 접근해 2차 피해를 유도하는 수법까지 등장한 까닭이다.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면서 피해자들의 신고 시점이 늦어지고 그만큼 피해금을 돌려받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24일 서울경제신문이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 금융 사기 피해액은 4338억 원으로 전년(3801억 원)보다 537억 원(14.1%) 증가했다. 최근 5년(2020~2025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반면 같은 기간 피해 건수는 2020년 2만 5859건에서 지난해 2만 1773건으로 4086건(15.8%) 줄었다. 피해 건수는 감소했지만 피해액은 늘면서 건당 피해 규모가 커진 것이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꼽힌다. 지난해 건당 피해액은 약 1990만 원으로 2020년의 약 910만 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건당 피해액은 2016년 약 420만 원, 2018년 약 630만 원, 2024년 2020만 원 등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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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사칭, 허위 문자메시지, 납치 연출 등 과거의 정형화된 수법이 최근 들어 훨씬 더 정교해지면서 피해 규모 역시 함께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 차례 피해를 본 사람의 개인정보가 범죄 조직 사이에서 공유되면서 “피해금을 회수해주겠다”거나 “구제 절차를 도와주겠다”며 접근하는 방식의 2차, 3차 범행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용일 법무법인 율평 변호사는 “범죄 조직끼리 피해자 정보를 계속 돌려보면서 한 번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 ‘손실을 만회하게 해주겠다’고 다시 접근해 추가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단순 보이스피싱을 넘어 제3금융권 대출까지 연계해 피해자를 끝까지 압박하는 식으로 수법이 고도화되고 악랄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 수익을 되찾으려면 세금을 먼저 내야 한다’며 고금리 대출을 알선하는 식으로 피해 규모를 키우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새로운 기술 습득이 빠른 MZ 조직원들이 해외 콜센터 등에서 범행 수법 등을 익힌 뒤 귀국해 상대적으로 쉬우면서도 큰 불법 수익 취득이 가능한 국내 조직으로 유입되는 경향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이태순)는 미얀마 소재 이른바 ‘원구단지’ 현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보이스피싱 범행을 한 혐의로 9명을 입건하기도 했다. 이 중 일부는 귀국 후 국내에서 또 다른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다 적발됐다.

반면 범행 수법이 정교해질수록 피해 회복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 환급률은 26.3%에 그쳤다. 환급액은 1141억 원으로 전년(842억 원)보다 299억 원(35.5%) 증가했지만 전체 피해액이 함께 늘면서 환급률 자체는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환급률은 2020년 48.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양지혜 기자 hoje@sedaily.com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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