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방 사기나 가상자산 투자 사기 등 신종 유사수신 범죄가 늘면서 보이스피싱은 줄어들고 있다는 인식도 있지만 실제로는 건당 피해액이 오히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조직이 점점 전문화·분업화되면서 피해자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이미 피해를 당한 이들에게 다시 접근해 2차 피해를 유도하는 수법까지 등장한 까닭이다.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면서 피해자들의 신고 시점이 늦어지고 그만큼 피해금을 돌려받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24일 서울경제신문이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 금융 사기 피해액은 4338억 원으로 전년(3801억 원)보다 537억 원(14.1%) 증가했다. 최근 5년(2020~2025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반면 같은 기간 피해 건수는 2020년 2만 5859건에서 지난해 2만 1773건으로 4086건(15.8%) 줄었다. 피해 건수는 감소했지만 피해액은 늘면서 건당 피해 규모가 커진 것이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꼽힌다. 지난해 건당 피해액은 약 1990만 원으로 2020년의 약 910만 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건당 피해액은 2016년 약 420만 원, 2018년 약 630만 원, 2024년 2020만 원 등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유용일 법무법인 율평 변호사는 “범죄 조직끼리 피해자 정보를 계속 돌려보면서 한 번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 ‘손실을 만회하게 해주겠다’고 다시 접근해 추가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단순 보이스피싱을 넘어 제3금융권 대출까지 연계해 피해자를 끝까지 압박하는 식으로 수법이 고도화되고 악랄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 수익을 되찾으려면 세금을 먼저 내야 한다’며 고금리 대출을 알선하는 식으로 피해 규모를 키우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새로운 기술 습득이 빠른 MZ 조직원들이 해외 콜센터 등에서 범행 수법 등을 익힌 뒤 귀국해 상대적으로 쉬우면서도 큰 불법 수익 취득이 가능한 국내 조직으로 유입되는 경향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이태순)는 미얀마 소재 이른바 ‘원구단지’ 현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보이스피싱 범행을 한 혐의로 9명을 입건하기도 했다. 이 중 일부는 귀국 후 국내에서 또 다른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다 적발됐다.
반면 범행 수법이 정교해질수록 피해 회복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 환급률은 26.3%에 그쳤다. 환급액은 1141억 원으로 전년(842억 원)보다 299억 원(35.5%) 증가했지만 전체 피해액이 함께 늘면서 환급률 자체는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환급률은 2020년 48.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양지혜 기자 hoje@sedaily.com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