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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가 노약자석 못 앉아” vs “너희는 안 늙냐”…‘지하철 무임승차’ 논쟁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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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서울 시내버스가 전면 파업에 돌입한 13일 서울 시내를 운행 중인 출근길 지하철이 혼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혼잡 시간대 지하철을 추가 운행하는 등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사와 관련 없음. 2026.1.13 이지훈 기자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무임승차를 없애면 안 될까요. 산모인데 노약자석에 앉을 수 없어요.”(청년층)

“지하철 타고 다니며 바람 쐬는 노인 복지를 지하철 적자 원인으로 매도하지 말아주세요.”(노령층)

지난 십수 년간 선거철마다 단골 공약으로 제시되며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섰던 ‘대중교통 노인 무임승차 제한’ 논쟁이 재차 불붙었다. 이번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관계부처에 관련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사회적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노령층의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무료 이용을 제한하는 게 어떻냐”라고 관계부처에 제안했다.

이러한 제안은 원유 자원안보위기 주의 경보 발령에 따라 에너지 절감을 위한 대중교통 이용 권장 방침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 집중도가 너무 높으면 괴롭지 않겠느냐”면서 출퇴근 밀집 시간(1~2시간)에 노인 무임수송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李 대통령 “출퇴근 시간에 몰리면 힘들어”
박홍근 “서울시만 매년 5000억원 손실”


노인 무임수송 제도 개선은 전날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도 꺼내들었다.

박 후보자는 전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서울시만 해도 한 해 5000억원가량 손실이 발생하고 누적되고 있다”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자는 노인복지법에 근거한 노인 무임수송이 지방자치단체에 재정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인 법정 연령(현행 만65세) 상향 조정과 중앙정부 지원, 지자체의 자구 노력, 소비자 부담 등이 ‘패키지’로 타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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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9호선. 연합뉴스


도시철도 무임수송은 노인복지법 시행령에 따라 만 65세 이상 노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도입됐다. 도입 당시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낮고 지하철 노선이 많지 않아 재정 부담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 사회와 맞물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1%를 넘어서면서 노인 무임수송은 도시철도에 본격적인 재정 부담 요소로 떠올랐다.

전국 6개 지역(서울·인천·대전·대구·광주·부산) 도시철도의 무임수송 비용은 2020년 4456억원에서 작년 7754억원으로 5년 사이 70% 이상 급증했다. 2035년에는 918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도시철도 적자의 약 60%가 무임수송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임수송으로 인한 재정 적자를 감당할 수 없는 지자체들은 정부 차원의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6개 지역 도시철도 운영기관 노사 대표자들은 부산교통공사에서 회의를 열고 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임수송의 국비 보전 법제화를 후보들의 정책 공약에 반영하도록 힘을 모으기로 했다.

6개 도시철도 사업자 “국비 보전 법제화를”
서울시민 64% “무임수송 연령 높여야”


다만 노인 무임수송 제도 개선에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요구된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세대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윤영희 서울시의원이 서울시민 1144명을 상대로 실시해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64%가 노인 무임수송 연령 상향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17%, ‘모르겠다’는 응답은 19%였다.

또 응답자의 71%는 ‘노인의 기준 연령’으로 만70세 이상이 적합하다고 봤다.

다만 연령을 상향해야 하는지를 놓고 찬반은 엇갈렸다. 찬성 이유로는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진다’(39%), ‘사회적 인식 변화’(37%), ‘지하철 없는 도시 노인과의 차별 발생’(24%) 등이 꼽혔다. 반면 연령 상향에 반대하는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노인의 교통비 부담’(58%), ‘세대 간 갈등 발생 우려’(21%), ‘노인 예우와 존중 부족’(19%)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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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임승차제도 연령 상향 찬/반 결과


‘출퇴근 시간의 혼잡’을 이유로 무임수송에 반대하는 여론과 ‘노인 복지’ 차원에서 무임수송을 옹호하는 의견은 팽팽하게 맞선다. 젊은층 사이에서는 “굳이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노인이 너무 많아 지하철이 혼잡하다”는 푸념이 나온다.

또한 노인 무임수송 등으로 인한 적자를 메꾸기 위해 젊은층의 요금이 인상된다는 점에 대한 불만도 만만찮다. 반면 “무임수송이 노인들의 사회 교류와 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소득 하위 70%만 전액 면제” 제안도

노인 무임수송 문제를 해결할 해법으로는 노인 연령의 상향 조정이 가장 먼저 언급되지만, 이마저 걸림돌은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서울 지하철(1~9호선)에서 현행처럼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무임수송 제도가 지속될 경우 오는 2030년에는 총 3797억원에 달하는 무임 수송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고령화의 가속화와 맞물려 비용은 2035년 4370억원, 2040년 5019억원으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 향후 요금이 인상되며 비용도 더 늘어나게 된다.

연구원은 무임승차 기준을 70세, 75세, 80세로 높일 경우 무임 비용이 2030년 각각 29.6%, 25.8%, 23.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무임 기준 연령을 높이더라도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비용 감소의 효과는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준 연령을 80세까지 끌어올릴 경우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든데다 노인복지 측면에서도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연구원은 소득에 따른 차등 적용을 제안했다. 현행 기초연금 수급 기준을 적용해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노인에게 요금을 전액 면제한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추산한 결과 2030년 발생하는 무임 비용은 1076억원으로, 현행 기준이 유지될 경우와 비교해 71.7%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무임 연령을 70세 및 75세로 높일 때보다 절감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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