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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교정 넘어 치료’… 촉법소년 대응 틀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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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소년원 가보니
ADHD 등 정신질환 원생 증가
전체 절반 이상이 관련 약 복용
전문상담 통해 맞춤 교육 병행
법무부, 조기 발견 등 관리 역점
“교육·치료 병행 때 개선 효과 커”
23일 경기 안양시 정심여중고(안양소년원)의 제과제빵실습실. 앳된 얼굴의 10대 여자 아이들이 제빵사 모자와 앞치마를 두르고 실습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느 학생들처럼 선생님을 만나자 밝게 웃으며 인사하고 수업을 기다렸지만 이들은 비행을 저질러 소년 보호처분 9호, 10호를 받은 청소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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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시 정심여중여고(안양소년원)의 인성교육 교재. 안양소년원 제공


24일 법무부에 따르면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은 범죄를 저지르면 법원에서 보호처분이 이뤄진다. 보호의 필요성에 따라 수강명령(2호), 4·5호는 보호관찰, 6호 이상은 시설 위탁과 소년원 송치 등으로 구분된다. 9·10호의 중한 처벌을 받은 촉법소년들은 대부분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반복적으로 비행을 저질렀다. 특히 최근에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의 정신질환을 앓아 소년원에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실제로 안양소년원생의 50% 이상이 정신질환으로 약을 먹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안양소년원 원생들은 방 한 칸 남짓에서 3명이 함께 잠을 자는 단체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일과시간 교과·인성 수업에 적응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봉사활동, 직업체험교육에 임하며 가정과 친구들에게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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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시 정심여중여고(안양소년원)에서 수업이 이뤄지는 교실 모습. 안양소년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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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시 정심여중여고(안양소년원) 상담실 모습. 안양소년원 제공


현장에서는 입을 모아 “교육과 치료를 적절히 병행해야 개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7년차 안양소년원 전문경력관 정모씨는 “소년원에서 나간 후에도 환경을 바꾸기 위해 선교사를 따라가 호주에서 대학을 다니는 원생도 있다”며 “환경이 바뀌고 의지만 있으면 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양소년원은 2023년부터 정신질환 치료·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입원 시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신과 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일반·관심·치료군으로 등급을 구분해 의료처우와 특수교육을 제공한다. 안양소년원에는 정신건강 임상심리사 2명과 특수교사 1명이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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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촉법소년 범행 수가 증가하고 죄질도 악화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법무부는 치료를 병행한 체계적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신질환을 앓는 촉법소년이 늘어난 것은 안양소년원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24일 법무부에 따르면 소년보호관찰 대상자 중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비율은 2021년 12.5%, 2022년 14.2%에서 지난해 22.7%로 해마다 늘고 있다.

법무부는 가벼운 비행을 저지른 촉법소년부터 조기에 정신질환을 발견하고 교육과 치료가 병행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선 법원이 임시조치로 처분 전 위탁 교육 결정을 내리는 등의 경우 요청에 따라 법무부 산하 청소년꿈키움센터에서 하루에서 5일 동안 비행예방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서울 성북구 서울북부청소년꿈키움센터에서는 학생 6명과 이들의 학부모 4명이 교육을 받고 있었다. 학생들은 입소 직후 정신질환 진단부터 받는다. 이후 오전 9시20분에 입실해 휴대전화를 제출한 후 오후 4시30분까지 진행되는 준법 교육, 피해자 공감 교육 등을 들어야 한다. 지난해 9월부터는 정신질환 치료 등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6개월에서 1년 동안 사후관리까지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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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서울북부청소년꿈키움센터에서 준법교육이 이뤄지는 모의법정. 안경준 기자


4·5호 보호처분을 받으면 보호관찰소에서 보호관찰이 실시된다.

촉법소년에 대해선 세심한 관리가 이뤄진다. ‘스마트워치’ 형태의 장치를 착용시켜 외출 제한 등을 관리한다. 아울러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처방된 정신질환 약을 꾸준히 먹고 있는지 확인한다.

보호관찰소 면담은 주로 가정방문 위주로 실시한다. 최근 서울보호관찰소에서는 가정방문을 통해 보호관찰 중인 A군의 집이 촉법소년의 은신처가 된 것을 확인하고 조치에 나섰다. A군의 집을 정리하고 해당 사실을 각 촉법소년들의 부모에게 알려 보호자의 관리 하에서만 학생들이 접촉할 수 있도록 했다. 보호관찰소 관계자는 “약을 먹거나 충분한 관심과 대화를 주면 비행 행동 등이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며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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