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지난해 12월 30일 어김없이 성금을 놓고 사라졌다. [연합]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전주시가 26년 넘게 매년 연말 남몰래 기부를 이어온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기념관 건립 사업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천사공원’ ‘천사벽화’ 등 기념 공간이나 시설이 있는데 여기에 또 하나를 추가하는데다 건립 예산이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총액 11억여원 보다 큰 12억 7000만 원 들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전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3일 중노송동에서 ‘얼굴 없는 천사’ 기념관 착공식을 열었다.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26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성탄절 전후로 노송동 주민센터에 성금을 기부해 온 익명의 기부자를 일컫는다. 그는 지난해 12월 30일에도 9004만6000원이 든 상자를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에 두고 사라졌다. 26년간 그의 총 기부액은 11억3488만2520원에 달한다.
기념관은 국비·지방비 12억7000만원을 들여 지상 2층, 연면적 165.63㎡ 규모로 짓는다. 오는 6월 준공이 목표다. 1층은 ‘얼굴 없는 천사’의 나눔을 기념하는 전시실과 시민 휴게 공간, 2층은 기부 역사·기록으로 꾸민 자료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노송동 주민센터 일대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으로 유명해져 지역 명소가 됐다. 마을 전체는 ‘천사마을’로 불리고 주변 도로는 ‘천사의 거리’로 조성됐다. 기념비·쉼터·안내판도 곳곳에 설치돼 있다. 노송동 주민센터 한쪽엔 작게나마 ‘얼굴 없는 천사’ 기념관이 운영 중이다.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정해 매년 축제도 열린다.
전주시에 따르면 기념관 건립 사업은 전임 시장 때인 2020년 말 결정됐고, 2021년부터 부지 매입과 건축 설계 등이 추진됐다.
그러나 익명성과 조용한 선행을 바란 기부자의 뜻에 어긋나는데다 과도한 예산 낭비란 비판이 따른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연합뉴스에 “‘얼굴 없는 천사’의 핵심은 익명성과 조용한 선행인데, 과도한 기념 시설은 외려 그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며 “선행은 기념할 가치가 있지만, 과유불급”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는 전임 시장 때 ‘천사마을’ 주민들이 희망해 결정된 사업으로 이미 부지 매입과 건축 설계가 추진됐었다며, 기념관 건립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노후화한 주민센터 신축을 포함해 행정 복합문화공간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