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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11회 국무회의에서 최근 중동 전쟁 확대와 장기화에 따른 원유·천연가스 수급 불안, 원자재 공급망 충격을 언급하며 정부 차원의 비상 대응체계를 선제적으로 가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중동전쟁의 확대·장기화로 원유와 천연가스 등의 수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국제 에너지 기구들도 역사상 최악의 에너지 안보 위협이라면서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을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달 용기부터 의료 도구까지 일상에서 석유화학 제품이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며 "각 부처는 수급 우려 품목을 포괄적이고 꼼꼼하게 점검하고, 국민 일상에 미칠 영향과 대체 공급선을 세밀하게 파악해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한 대비책을 철저히 수립해달라"라고 지시했다.
추경과 관련해서는 속도와 실효성을 함께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중동 전쟁 충격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전시 추경 편성과 처리는 빠를수록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며 "미리 전체 규모를 정해놓고 각 사업을 억지로 꿰맞추기보다 실제 현장 필요를 충실하게 반영한 적정 수준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재정을 아끼는 것보다 어렵고 필요한 곳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쟁 추경을 신속하게 편성해 이달 말까지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겠다"며 "유류비 경감, 민생안정, 수출기업 지원 등을 담고, 직접지원과 차등 지원을 통해 서민·소상공인·농어민·청년·지방이 촘촘히 지원되도록 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직접지원 방식과 관련해 지역화폐 활용에 힘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현금으로 주는 것보다는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해야 골목상권에 돈이 빨리 돌고 경기 순환에 도움이 된다"며 "동네 골목 상권에서 영세 소상공인한테 돈을 쓰면 돈이 더 빨리 돈다"고 말했다.
또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면 많이 쓰지만, 부자들한테 100만원을 줘봐야 안 쓴다"며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을 더 많이 지급하는 것은 동정심 때문이 아니라 경제정책상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류세 인하와 직접지원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이냐는 논의에 대해서도 "정책적 판단의 문제"라며 "유류세를 깎아주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어 일부는 세금을 깎아주고 일부는 재정지출을 통한 직접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의 '세금 퍼주기' 비판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적 선동 때문에 생긴 오해"라며 "원래 정부는 국민에게 돈을 쓰는 것이고, 세금도 잘 쓰기 위해 걷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껴서 저축하는 게 정부 기능이 아니며, 이런 상황에서 안 쓰는 것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일"이라며 "퍼주기가 아니라 국민의 세금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초과 세수가 없었다면 빚을 내서라도 추경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다행히 이번에는 초과 세수가 있어 빚을 내지 않고 하는 추경"이라고 설명했다.
대중교통 지원 확대 방안도 추경에 담길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대중교통 이용을 추경을 통해 늘리는 것을 검토 중인 것 같다"며 "출퇴근 시간에 집중도가 높아서 괴롭지 않나. 출퇴근 시간에 (노인) 무료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연구해보라"라고 지시했다.
오는 27일 석유 최고가격 2차 고시를 앞두고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국민 부담을 최소화할 구체적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올라 최고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국민 삶에 미칠 충격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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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정유사 기름값 담합 의혹 수사와 관련해서는 "국민 고통을 악용한 부당한 돈벌이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발본색원하고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정유업계의 공적 책임을 강조했다. 공공기관에는 차량 5부제 등 솔선수범을, 국민에게는 대중교통 이용과 생활 절전 등 에너지 절약 동참을 요청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기획예산처의 '2027년 국민주권정부 예산편성 방향'도 공개됐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1월부터 예산 편성 작업에 조기 착수해 선제적·전략적 재원 배분에 나서고, 철저한 성과에 기반한 선택과 집중으로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하겠다고 보고했다. 본예산안은 구조개혁 지원에 역점을 두고 인공지능(AI) 대전환, 저출생 등 인구구조 변화, 탄소중립, 양극화, 지방소멸 대응에 집중할 방침이다. 지방우대와 이익공유 등 이 대통령의 국정 기조도 예산안에 반영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서도 강도 높은 메시지를 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를 방치하면 나라가 망한다"며 "그걸 이겨내지 못하면 이 정부의 미래도 없고 이 나라의 미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고려는 전혀 할 필요 없다"며 "세제든 금융이든 규제든 0.1%의 물 샐 틈도 없게 모든 악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부동산이 오르니 물가가 오르는 원인이 되고, 산업은 비용이 올라가니 경쟁에 뒤지고 또 물가가 오르는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 대한민국이 가진 최악의 문제점"이라며 "관계 부처는 담합, 조작 등에 엄정하게 제재할 준비를 해서 집행해달라"라고 주문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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