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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무슨 죄?” 울산 일가족 사망에…세이브더칠드런 공개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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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9시께 울산 울주군의 한 빌라 현관문의 잠금장치와 손잡이가 뜯겨있다. 지난 18일 이곳 안에서 30대 남성과 미성년 자녀 4명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뉴스1


울산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30대 가장과 미성년 자녀 4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이 국가 차원의 실효적인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24일 세이브더칠드런은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중대한 아동 생명권 침해이자 우리 사회 보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또한 위기 징후가 포착됐음에도 실질적인 개입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기존의 신고 중심 아동보호체계만으로는 아동의 생명 위험을 충분히 포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경제적 고립 속 ‘열흘간의 비극’…학교 신고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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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전 9시께 울산 울주군의 한 빌라 현관문. 지난 18일 이곳 안에서 30대 남성과 미성년 자녀 4명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뉴스1


이 사건은 18일 오후 4시 20분경 울산 울주군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발생했다. 30대 가장 A 씨와 4명의 미성년 자녀 등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이 이틀 전인 16일경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의 죽음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 아이가 사흘간 무단결석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학교 측의 신고로 드러났다. 현장에서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 가족은 극심한 생활고와 사회적 단절을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건강보험료와 월세를 수개월간 체납 중이었으며, 아내 B 씨는 지난해 12월 구속 수감돼 A 씨 혼자 4자녀를 돌보던 상태였다. 유족들은 “A 씨가 평소 전화를 잘 받지 않고 돈이 필요할 때만 연락했다”고 밝혔다.

● “신청주의 복지 한계…위기 가정 조기 발견 체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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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9시께 울산 울주군의 한 빌라 우편함에 ‘우편물 도착안내서’가 붙어있다. 지난 18일 빌라의 한 방 안에서 30대 남성과 미성년 자녀 4명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뉴스1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는 이유로 현행 ‘신고 중심’ 아동보호체계의 한계를 꼽았다. 단체는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의 43.1%는 경제적 위기와 돌봄 부담 등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된다”며 “현행법상 학대의 연속성이 증명되어야 처벌이나 개입이 가능한 구조로는 이러한 참변을 예방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특히 세이브더칠드런은 “5개월 된 아이가 집 밖으로 한 번도 나와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며 △복합 위험 가정에 대한 관계기관 간 실시간 정보 공유 △신청자가 없어도 국가가 먼저 찾아가는 ‘보편적 가정방문서비스’ 도입 △비속살해죄 도입을 통한 가중 처벌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피해 아동 86.5%가 12세 이하…“아동의 피해자성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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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0일 울주군청에서 열린 위기가구 발굴·연계 지원을 위한 관계자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이 같은 신고 중심 복지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공무원이 위기 가구를 직접 구제하는 ‘직권 신청’ 강화에 나선다. 현재는 당사자의 금융정보 동의 없이는 소득 파악이 불가능하지만, 위기 징후가 뚜렷할 경우 동의 없이도 금융 조사가 가능하도록 금융실명제 예외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이러한 사건이 ‘동반 자살’이라는 용어로 미화되면서 정작 피해 아동의 권리는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피해자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발생한 관련 사건 피해 아동 163명 중 86.5%(141명)가 12세 이하 어린이었다. 특히 자녀가 생존해 ‘살인미수’로 분류된 사건 중 61.3%에서 가해 부모가 보호관찰 등 최소한의 보안처분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은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되는 사회적 비극”이라면서 “다시는 부모에 의해 아동의 생명이 박탈되는 일이 없도록,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을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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