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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물꼬 트려는 미국·이란, 간극 좁힐까···유예 끝나는 날, 미 해병대 중동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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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초토화 최후통첩 후 돌연 닷새 유예
트럼프 “이란과 거의 모든 쟁점 합의” 주장
이란 “가짜뉴스” 부인에도 물밑작업설 유력
언론들 “모즈타바 측근인 의회의장과 협상”
오키나와·캘리포니아서 중동행 해병대 출발
‘18시간 내 전개’ 신속대응군 배치 검토설도
‘출구찾기냐 연막작전이냐’ 전문가도 분분
경향신문

EPA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면서 이란에 ‘최후통첩’을 보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연 시한을 닷새 유예하더니 “이란과 거의 모든 쟁점에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 이란 측은 “미국과 어떤 협상도 없었다”면서 ‘허위 뉴스’라고 일축했다. 다만 협상 물꼬를 트기 위한 물밑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이 이번 주 첫 대면 협상을 모색 중이란 소식도 흘러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플로리다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 미국 대표단이 이란의 최고위급 인사와 전날 저녁까지 협상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면서 “‘핵무기 포기’를 비롯해 이란과 거의 모든 쟁점에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합의가 최종 타결될 경우 이란의 농축우라늄 비축분을 미국이 직접 수거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후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열린 행사에서도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며 “이란은 (이번 협상에) 매우 진지하다”고 주장했다. 폴리티코·액시오스 등은 이란 측 협상 상대가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측근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 사실을 부인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과 어떤 협상이나 대화도 없었다”고 밝혔다고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보도했다. 이란 측 협상자로 지목된 갈리바프 의장은 엑스에서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협상 사정을 잘 아는 미 국가안보팀 관계자도 폴리티코에 대통령의 말이 “일종의 허세처럼 들린다. 말을 통해 현실을 만들어 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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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특사 스티브 윗코프.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과장되긴 했지만, 우방국의 중재로 미국과 이란 간 간접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이란 외무부 에스마일 바가이 대변인도 중재국을 통해 미국의 협상 요청 메시지를 받았으며 원칙적 입장에 따라 적절히 응답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르면 이번 주 J D 밴스 부통령, 윗코프 특사, 쿠슈너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 당국자들과 첫 대면 협상을 벌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양측의 입장 차가 워낙 큰 탓에 협상 타결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미국 측은 우라늄 농축 포기, 핵 시설 해체, 탄도미사일 감축 등의 요구안을 내놓았으며, 이란 측은 이에 맞서 전쟁 재발 방지 보장, 전쟁 피해 배상금 지급, 중동 내 미군 기지 폐쇄 등의 요구안을 내건 상태다.

백악관과 소통하고 있는 한 걸프 국가 관료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통해) 실제로 출구 전략을 찾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이란이 거부할 수밖에 없는 비현실적인 요구를 내세워 협상이 결렬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다만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이란 전문가인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이란이 이번 전쟁을 통해 해협 봉쇄의 엄청난 전쟁 억지력을 경험했기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다면 고농축 우라늄을 포기하는 데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그는 “이란은 선박들에 해협 통행료를 부과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방안이 지금 테헤란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CNN 인터뷰에서 “나와 아야톨라(이란 최고 지도자)가 공동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관리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모즈타바가 이끄는 이란의 새 ‘신정 지도부’를 승인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중동 매체인 미들이스트아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공동 관리’가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영향권을 인정하는 어떤 조치라도 미국의 중대한 양보로 여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란이 요구하고 있는 전쟁 배상금에 대해서도 앞서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란 자산을 동결한 미국 제재를 일부 해제하는 형태를 검토할 수 있다”고 액시오스에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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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핵심 수출 기지인 하르그섬. AFP연합뉴스


협상이 결렬될 경우 전쟁은 다시 급격히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시도하는 동시에 지상군 투입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출발해 중동으로 향하고 있는 제31해병원대 2200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닷새 후로 연장한 ‘최후통첩’ 시한에 맞춰 미 중부사령부 관할 구역으로 진입할 예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출발한 제11해병원정대 2200여 명도 3~4주 후 중동에 도착한다.

아울러 뉴욕타임스는 이날 미 국방부가 육군 82공수사단 소속 전투여단과 사단본부 인원 일부를 이란 작전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협상은 ‘연막작전’에 불과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증파된 병력이 집결할 때까지 시간을 벌기에 나선 것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군이 82공수사단을 동원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18시간 안에 세계 어디든 전개할 수 있는 신속대응군(IRF)인 약 3000명의 여단이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기지인 하르그섬 장악에 투입될 수 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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