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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은 번영, '닫힘'은 몰락으로…인류 황금기 '정점의 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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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부터 미국까지, 개방과 쇠퇴의 반복
노컷뉴스


우리는 인류 문명의 정점에 서 있는가, 아니면 쇠퇴의 문턱에 서 있는가. 요한 노르베리의 '정점의 문명'은 이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 들며, 인류 역사 속 '황금시대'의 조건을 추적하는 책이다.

책은 고대 아테네부터 로마, 아바스 칼리파국, 송나라, 르네상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공화국, 그리고 영어권 세계까지 일곱 개 문명을 따라간다. 이들 문명은 각기 다른 시대와 지역에서 폭발적인 성장과 창의성을 보여주며 '정점'에 올랐다. 민주주의와 철학의 탄생, 경제 혁명과 과학 발전, 산업화와 세계 질서 형성까지, 인류의 도약은 이 짧고 강렬한 시기에 집중돼 있다.

노르베리가 주목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번영을 만든 것은 군사력이나 우월성이 아니라 '개방성'과 '혁신'이었다는 점이다. 이민자와 상인을 받아들이고, 이질적인 사상과 기술을 흡수하며, 기존 질서를 흔드는 실험과 도전을 허용할 때 문명은 도약했다.

반대로 쇠퇴의 순간은 놀라울 만큼 비슷한 경로를 따른다. 기득권이 안정을 명분으로 변화를 억누르고, 외부 위협에 대한 공포가 장벽과 배제를 강화할 때, 문명은 스스로 닫히기 시작한다. 책이 지적하는 '현상 유지의 필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작동한다. 다양성과 실험을 막는 순간, 문명은 더 이상 확장하지 못하고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

이 책이 단순한 역사서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현재에 대한 명확한 문제의식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는 포퓰리즘과 민족주의,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속에서 다시 '닫힌 사회'로 기울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지적한 '분열된 세계',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우려는 과거 문명의 몰락과 닮아 있다.

노르베리는 지금 우리가 오히려 또 하나의 황금기 한가운데에 있다고 말한다. 전 세계의 지식과 기술이 연결된 이 시대는 역사상 가장 큰 잠재력을 지닌 시기다. 그러나 동시에 그 번영은 매우 취약하다. 개방과 교류 대신 통제와 배제를 선택하는 순간, 과거 문명들이 걸었던 길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과거의 황금시대는 이미 끝났지만, 그 조건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요한 노르베리 지음 |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5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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