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석유업계가 이란 정세 불확실성 속에서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조달처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아시아투데이 최영재 도쿄 특파원 기자 = 일본 정부와 석유업계가 이란 정세 불확실성 속에서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조달처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수송 경로와 정제 비용 증가 등 현실적 장애물이 커서, 대체 원유 확보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사실상 제한하면서,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25%가 통과하는 핵심 수로의 공급 불안이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상당 부분이 중국·일본 등 아시아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에, 이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일본의 원유 수급과 물류 전반에 큰 영향이 예상된다.
일본석유연맹의 기토 슌이치 회장(이데미쓰 코산 사장)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상정 범위를 넘는 일"이라며, 이 사태를 조달처 다각화를 추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출자 기업인 INPEX는 이미 호주, 카자즈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중동 이외 지역에서의 원유 공급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으며, 중동산 비중을 줄이기 위한 권익 확보와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미국산 원유를 늘려 수입 구조를 다변화하려 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난 2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이 원유 증산에 나설 수 있도록 협력하고, 이 중 일부를 일본이 수입해 공동 비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알래스카 유전 등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일본으로 운송할 경우 소요 시간은 약 2주 정도다. 중동 수송보다 약 1주일가량 빠르고, 호르무즈 해협처럼 군사적 리스크가 높은 해역을 통과하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시장 관계자들은 알래스카 유전의 증산을 위해서는 최소 6~10년 정도가 걸릴 수 있고 , 이번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공급 불안에 즉각 대응하기에는 시일이 늦다고 지적한다. 일부에서는 중동산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시키지 않고, 홍해 쪽 루트로 운송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다만 파이프라인 수송 능력이 제한적이어서 공급 물량이 크게 늘어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또 홍해 주변은 예멘의 친이란 무장조직 후시파가 활동하는 지역으로, 안보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해 장기 안정 공급처로 보기에는 부담이 크다.
지난 19일 이었던 미일 정상회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난 2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이 원유 증산에 나설 수 있도록 협력하고, 이 중 일부를 일본이 수입해 공동 비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사진=연합뉴스 |
◇日, 중앙아시아·베네수엘라 원유도 수입 시도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에 따르면, 중앙아시아와 남미산 원유 등 과거에 도입 실적이 있고 증산 여력이 있는 원유를 추가로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베네수엘라와는 2017년 전후까지 원유를 수입한 사례가 있어, 다시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일본 정유소 다수는 중동산 중질유에 맞춰 설비를 구성해 왔다. 베네수엘라산 원유도 중질유로 유황 함량이 높아, 일본에서 정제하려면 설비 개선과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카자즈스탄 원유에 대한 수입 실적이 있지만, 대부분의 물량이 러시아 영토를 통과해 운송되기 때문에, 지정학적 리스크와 수송 경로의 안정성 문제가 안정 조달의 장애물로 지적된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어느 지역이든 원유를 확보하느냐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포스트 석유 전략 연구소의 오오바 기장 대표는 "민간 기업만 맡긴 채로는 탈중동 인센티브가 작동하기 어렵다"며, 외교뿐 아니라 각 원유 산지별 비용 차이를 보완하는 제도 마련 등 정부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전체 원유 수입의 약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단기 유가 급등과 물류비 증가, 정제 비용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에너지 기업은 중동을 우회하는 수송 경로와 대체 원유 공급처를 장기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설비 개선과 비용 부담을 완화할 제도적 지원 방안 마련에도 속도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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