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OpenAI)가 2026년 2월 27일 공개한 공식 발표 'Scaling AI for Everyone'에 따르면, 챗GPT(ChatGPT)의 소비자 유료 구독자는 5,000만 명을 넘어섰다. 유료 비즈니스 사용자 900만 명을 합치면 약 5,900만 명이다. AI 챗봇 시장의 약 3분의 2를 점유하는 챗GPT를 포함해 구글 제미나이(Google Gemini), 앤스로픽 클로드(Anthropic Claude) 등 주요 플랫폼의 유료 구독자를 모두 합산해도 전 세계 인구 81억 명 대비 1%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멘로벤처스(Menlo Ventures)가 2025년 6월 발표한 '2025 소비자 AI 현황(State of Consumer AI)' 리포트는 이 격차를 정량화한다. 모닝컨설트(Morning Consult)와 공동으로 미국 성인 5,0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대표 표본 조사를 기반으로, 전 세계 AI 사용자를 약 17억~18억 명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유료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하는 비율은 약 3%에 그쳤다. 현재 소비자 AI 시장 규모는 약 120억 달러(약 17조 5,000억 원)다. 리포트는 전체 사용자가 월 20달러씩 지불할 경우 연 4,320억 달러(약 630조 원) 시장이 가능하다고 분석하며, 이를 "최근 소비자 기술 역사상 가장 크고 빠르게 부상한 수익화 격차"로 평가했다. 다만 멘로벤처스는 앤스로픽의 투자사이기도 해, AI 시장 확대에 이해관계가 있는 주체라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데이터는 AI 에이전트 전문 스튜디오 에이전트 인테그레이터(Agent Integrator)의 데미안 플레이어(Damian Player) CEO가 "세계 인구의 84%가 AI를 써본 적 없고, 돈을 내는 사람은 0.3%"라고 X에 정리하면서 업계에서 널리 주목받았다.
유료 구독자 수의 증가 속도 자체는 빠르다. 오픈AI COO 브래드 라이트캡(Brad Lightcap)이 2024년 하반기 "1,000만 명 이상"이라고 밝힌 이후, 2025년 초 약 2,000만 명을 거쳐 2026년 2월 5,000만 명으로 급증했다. 오픈AI 공식 발표에 따르면 2026년 1~2월이 역대 최대 신규 구독자 유입 기간이다. 그럼에도 9억 명이 넘는 주간 활성 사용자 대비 유료 전환율은 약 5%대에 머물러 있다.
기업 시장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은 약 120만 개 기업을 대상으로 격주 단위의 '사업 동향 및 전망 조사(BTOS)'를 실시하고 있다. 2025년 11월 조사 문항을 "재화·서비스 생산에 AI를 사용하는가"에서 "모든 업무 기능에 AI를 사용하는가"로 변경한 뒤, 기업 AI 도입률은 약 10%에서 17~18%로 뛰었다. 기존의 좁은 기준이 백오피스 업무 등 실제 활용 사례를 과소 측정했다는 지적이 반영된 결과다. 광의 기준으로도 미국 기업의 약 82%는 아직 AI를 도입하지 않은 셈이다.
소비자 구독 중심의 오픈AI와 달리, 앤스로픽은 기업·개발자 대상 API 매출이 전체의 70~75%를 차지하는 구조다. 소비자 규모에서는 챗GPT에 크게 뒤지지만(2025년 3분기 월간 사용자 약 1,900만 명), 연환산 매출은 2024년 12월 10억 달러에서 2026년 2월 140억 달러로 14개월 만에 14배 성장했다. 같은 "AI 유료 사용자"라 해도 월 20달러짜리 소비자 구독과 대규모 API 계약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유료 구독 비율이 낮다는 사실이 곧 AI 산업의 매출 부진을 의미하지는 않는 이유다.
한국 시장은 유료 전환에서 독특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컨슈머인사이트가 2026년 1월부터 매주 전국 만 18~65세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 '주례 생성형 AI 소비자 동향조사(Weekly GAI Market Pulse)'에 따르면, 국내 AI 활성 이용자(최근 한 달 내 사용) 비율은 61%에 달하며, 이 가운데 약 21%가 유료 구독자다. 유료 이용자의 일평균 AI 사용 시간은 130분으로 전체 평균(77분)의 1.7배다. 코딩·데이터 분석 활용은 전체 평균의 2.1배, 업무 자동화·생산성 지원은 1.8배로, 유료 사용자일수록 AI를 검색 도구가 아닌 업무 파트너로 활용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해당 리포트 2호는 1월 4주~2월 1주 2주간 1,600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결제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KB국민카드가 2024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자사 카드로 생성형 AI 가맹점에서 결제한 34만 8,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유료 구독 고객 수는 2년간 413% 증가했고 결제 금액은 516% 늘었다. 텍스트 생성형 AI 서비스가 성장을 주도했으며, 이용자 수 491%, 이용 금액 609% 급증했다. 연령별로는 20대(37%)와 30대(32%)가 전체의 약 70%를 차지했다. 센서타워(Sensor Tower)의 '2026 스테이트 오브 모바일(State of Mobile)'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생성형 AI 인앱 결제 매출은 지난해 2억 달러(약 2,920억 원)를 돌파하며 전년 대비 약 450% 급증했다.
이 수치들이 시사하는 바는 해석에 따라 갈린다. 비관적으로 보면 수천억 달러의 투자가 쏟아졌음에도 실제로 돈을 내는 사용자는 극소수이며, AI 산업의 수익 기반이 기대에 비해 취약하다는 신호다. 반대편에서는 유료 전환율 3~5%가 오히려 시장의 초기 단계를 보여준다고 본다. 멘로벤처스의 숀 캐롤런(Shawn Carolan) 파트너는 리포트에서 "AI가 복잡한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처리하게 될 때 진정한 기회가 열린다"며 "현재 대부분의 사용자는 단순한 작업에 머물러 있다"고 짚었다. 오픈AI는 2030년까지 유료 구독자 2억 2,000만 명을 목표로 제시한 상태다.
결국 AI 산업의 현 단계는 기술의 도입 속도와 수익화 속도 사이의 간극으로 정의된다. 기술 발전은 이미 일상에 도달했지만, 매출은 아직 가능성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격차가 좁혀지는 속도가 AI 산업의 다음 국면을 결정할 것이다.
글 : 김문선(english@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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