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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쌀’ 나프타 절벽 현실화…全산업 ‘도미노 충격’ 위기감 [중동발 공급망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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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 장기화로 공급망 흔들
가동 중단·감산 등 생산 차질 현실화
자동차·철강 등 전방산업 ‘연쇄 충격’
포장재·섬유·가전제품까지 원가 압박
전쟁 장기화에 고물가·경기둔화 우려
헤럴드경제

전남 여수시에 위치한 석유화학단지 모습. [연합]



“주문 물량을 못 받으면 공장 가동 큰일납니다.”

최근 국내 석유화학사들에는 고객들의 이 같은 절박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중동 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가 길어지며 ‘산업의 쌀’인 석유화학 기초원료 나프타(납사)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정부는 4월까지는 수급 대란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기업들은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내 경제 전체적으로도 중간재 가격이 오르면 업황이 위축되고, 소비재 값이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촉발돼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수 있다.

▶업계 ‘4월 위기설’ 여전=나프타를 분해해서 만드는 에틸렌은 플라스틱과 합성수지 등 제조업의 거의 모든 제품에 들어간다. 이 같은 핵심 원료의 공급 절벽이 이미 현실화됐다. 국내 석화업체가 사용하는 나프타 절반은 국내 정유사에서, 나머지 대부분은 중동에서 들여오는데 물길이 막히며 물량 확보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천NCC가 불가항력(제품 공급 차질)을 선언한 데 이어, 한화솔루션과 롯데케미칼 등도 일부 고객사에 불가항력 가능성을 사전 통지했다. 여기에 LG화학은 지난 23일부터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 80만톤(t)인 전남 여수 2공장의 가동을 멈췄다. <본지 3월 23일자 1면 기사 참조>

여천NCC도 NCC 가동률이 떨어지자 생산량을 조정하기 위해 올레핀 전환 공정 가동을 중단했다.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도 가동률을 낮추고, 정기보수를 앞당기기로 하는 등 버티기에 돌입했다.

업계가 보유한 나프타 재고는 평균 2~3주치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중 정유사들의 정기보수 일정까지 겹칠 경우, 국내 생산 물량이 더 줄어 ‘연쇄 셧다운’이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수급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산업 전반의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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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전자·조선 등 석화 전방산업 ‘먹구름’=에틸렌 공급 차질은 곧장 전방 산업의 생산 차질로 이어진다. 자동차 업계는 당장 생산 차질이나 가격 상승 등은 없지만, 원료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생산 전반에 영향을 받는다. 에틸렌 기반 플라스틱과 합성고무는 자동차 전반에 쓰이는 핵심 소재로, 경량화와 연비·소음 개선을 위해 내·외장 부품 대부분에 적용된다. 범퍼·웨더스트립 등 외장부터 대시보드·도어트림 등 내장, 엔진룸 호스와 보조탱크 등 기능성 부품까지 활용 범위가 넓다.

타이어 업계도 당장 수급이나 가격 변화는 없지만 상황이 길어지면 수급이나 가격 변동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체 조달 루트 확보 등 대응을 준비하며 시장을 모니터링 중이다. 자동차 부품 업계도 플라스틱 비중이 높은 부품 업계는 간접 영향을 우려하지만 아직은 안정적인 분위기다. 다만 공급 차질이 길어지면 원재료 가격 상승과 부품 수급 불안이 동시에 발생해 문제가 커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나프타 공급 문제가 현실화되면 타이어·플라스틱 부품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 전반으로 영향이 확산될 수 있다”며 “중장기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철강업계도 나프타 절벽에 따른 ‘도미노 충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나프타 기반 소재에 의존하는 건설, 조선, 자동차 업계가 타격을 입으면서 전방 수요가 크게 위축될 수 있어서다. 철강 제품 코팅에 사용되는 에폭시 수지 등 화학첨가제 수급 차질 여부도 주시하고 있다. 나프타 공급 차질과 별개로 중동 사태에 따라 다른 원재료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철강업체는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하는데, 호주·브라질·캐나다 등에서 수입하는 철광석은 환율 부담과 물류비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제철 공정에 액화천연가스(LNG)를 활용하는 포스코는 연료비 상승에 따른 타격을 받고 있다.

건설업계도 석유화학 제품 수급난이 발생할 경우 건축자재 수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건설사는 플라스틱과 에틸렌 등을 원료로 한 자재를 대거 사용하기 때문이다. 건축물에 설치되는 배관과 창호 등 주요 자재는 폴리염화비닐(PVC) 등 석유화학 제품을 원료로 만들어진다. 조선업계도 선박 철판을 가공하거나 절단할 때 에틸렌을 활용해 이번 사태에 영향을 받는다. 업계의 에틸렌 재고는 지난주를 기준으로 이르면 1주, 길게는 1개월 안에 소진될 수 있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지난 15일 화학협회와 조선협회 간 화상 협의를 주선해 에틸렌 단기 물량 공급 방안을 마련하면서 단기적인 수급 불안은 해소된 상태다.

▶가격부담 결국 소비자 종착 우려=전자업계 역시 영향권에 들어섰다.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가전제품 외장에 ABS, 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 기반 소재가 사용되는데, 에틸렌 공급이 줄어들면 원가 상승과 납기 지연 가능성이 있다. 현재는 재고로 대응 가능한 수준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소재 단가 상승과 생산 일정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통·식품업계도 제품 포장재 원료인 나프타 재고 소진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거쳐 가공된 플라스틱 수지(PE·PP·PET)가 비닐·용기·트레이 등 포장재로 사용된다. 포장재발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일부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합성섬유를 기반한 섬유업계 역시 영향권이다. 나프타 수급 불안으로 에틸렌·모노에틸렌글리콜(MEG) 등 폴리에스터 원료 비용이 오르면 가공·의류 업체들의 원가 부담과 납기 리스크가 동시에 커질 수 있다.

이처럼 원료 수급 불안이 전방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점차 누적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과 제조원가 증가가 맞물릴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국내 제조업 생산비는 평균 0.7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은결·정경수·권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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