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와 업계는 최근 원유 수급 불안에 따른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산업부는 전날 브리핑을 통해 "중동을 대체할 수입처를 확보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 및 이란산 원유 제품이 '공해상에 떠 있는 출항한 물건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한 달 이내에 새로운 원유를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유업계도 각 사별로 호르무즈 해협이 아닌 곳으로 우회하거나 다른 지역의 원유와 관련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러시아·이란산 원유 도입 여부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우선, '세컨더리 보이콧'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정제한 원유 대부분을 해외 국가에 판매해 수익을 얻고 있는데, 제재국에서 생산한 원유로는 판매처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대상국과 거래하는 제3국에도 제재를 가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란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이후 원유 수출이 금지됐다. 또한 러시아가 국제 금융결제 네트워크인 스위프트망 제재에도 걸려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러시아산 원유 도입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산 원유는 과거에도 일부 도입된 적 있고 품질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문제는 제재 리스크"라고 짚었다. 그는 "세컨더리 보이콧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어 러시아산 원유로 정제한 석유제품은 유럽 시장에 판매가 제한될 수 있고, 결제 안정성 문제도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다"며 "단순히 제재가 풀렸다고 바로 들여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중·남미산 원유는 품질면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과거 한 정유업계는 콜롬비아산 원유를 정제하다 공장이 폐쇄(셧다운)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남미 원유는 국내 정유업계의 정제설비와 맞지 않는 불순물 비율이 높은 중질유다. 국내 정유시설은 대부분 중동산 원유에 맞춰져 있다. 중동산 원유가 특별히 품질이 더 좋은 것은 아니지만, 국내 정유업계는 수급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값이 싼 중동산 원유에 맞춰 생산 설비를 구축해왔다. 원유 정제 설비는 한 번 만들어지면 상황에 따라 다시 바꾸는 게 쉽지 않다.
정유사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재 유예로 원유 도입 자체는 가능해졌지만, 일시적 조치에 불과하다"며 "최종 판단은 각 정유사가 경제성과 외교적 리스크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 수입이 막혔던 이유는 공정이나 품질 문제가 아니라 전쟁과 제재라는 외부 변수 때문"이라며 "정부가 수급 다변화를 추진하더라도 실제 도입은 개별 기업 판단에 달려 있고, 오히려 상황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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