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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목숨만 건졌어요'…남수단 여성에 손 내민 코이카-UNF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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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속 의료망 붕괴에 44만 임산부 위험 노출…기아·피난 '이중고'
총성 뚫은 352억원 규모 원조…구호 넘어 위기 해결·회복력 강화 중점
연합뉴스

남수단 종글레이주 일곱 아이의 어머니 라키엘 씨
[UNFP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교전 중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려고 밤에 기어서 탈출했어요. 안전한 곳에 도착하기까지 이틀이 걸렸죠. 가진 것 하나 없이 오직 목숨만 건져서 왔어요."

24일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과 유엔인구기금(UNFPA)에 따르면 남수단 종글레이주(州) 바이딧 출신의 일곱 아이 어머니 라키엘(55) 씨는 그날의 공포를 이같이 전했다.

최근 몇 달간 폭력 사태가 급증하자 라키엘 씨와 가족은 고향을 떠나 파국 지역의 친척 집으로 피신했다. 언제 분쟁이 끝날지 알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올해 초 남수단에서는 라키엘씨와 같은 37만여명의 국내실향민이 발생했다. 그중 28만여명이 종글레이주 출신이다.

이들 대부분은 옷가지만 걸친 채 피난길에 올라 충분한 식량도 변변한 거처도 없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붕괴 직전 상태에 처한 보건의료 체계다.

남수단 내 약 44만명의 임산부가 산전 간호나 분만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1주일간 의료시설 16곳이 약탈당하거나 파괴되면서 문을 닫았다.

남수단 인구의 75%가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사는 상황이다. 기아, 콜레라, 홍수 등 자연재해가 겹치고 인접국 수단에서 난민까지 유입되면서 보건 네트워크는 한계치를 넘어섰다.

이처럼 생활 여건이 악화함에 따라 임산부와 신생아들은 사망, 질병, 합병증 등 갖은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다섯 자녀와 함께 레이크스주 밍카만의 한 초등학교 부지로 피난 온 마사 씨는 "나무 아래에서 지내고 있다. 아이들은 굶주리고 기침과 열병을 앓고 있다"고 UNFPA 측에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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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 종글레이주 파국 지역 보건소서 진료를 기다리는 여성들
[UNFP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러한 위기 속에서 한국 정부의 무상원조 전담 기관인 코이카와 UNFPA가 함께 남수단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양 기관의 협력은 코이카가 아프리카 10개국, 중동·CIS 7개국, 아시아 3개국 등 20개국에서 진행 중인 13건의 '분쟁취약국 지원 프로그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코이카는 2천370만 달러(약 352억원) 규모의 '아프리카 권역 분쟁 상황 성폭력 예방 및 생존자 지원 사업'(2024∼2027) 일환으로 UNFPA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남수단을 비롯해 분쟁이 극심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말리, 소말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등 6개국 여성과 소녀들에게 성·재생산 보건 서비스와 젠더기반폭력(GBV) 대응 지원을 포함한 필수 의료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남수단에서는 종글레이주 파국과 레이크스주 밍카만 지역을 중심으로 생명을 구하는 긴급 의료 물자 보급 등이 이뤄지고 있다.

구호 현장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남수단 아코보 지역에서는 정부군의 공세에 앞서 인도적 지원 파트너들에게 철수령이 내려지는 등 불안정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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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거와 약탈 사태로 피해를 본 남수단 보건 시설
[UNFP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과정에서 코이카의 지원으로 운영되던 보건 시설이 점거되고, 임산부와 여성을 위한 의료 물품과 위생·존엄 키트가 약탈당하는 사태도 발생했다고 한다.

마을 내 격렬한 전투가 지속되면서 보건 서비스는 잠시 중단됐다.

그러나 UNFPA는 국제사회와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민간인 보호와 지원 재개를 위해 긴밀하게 대응하고 있다. 총탄이 빗발치는 상황 속에서도 3개 이동 의료팀은 원격지 공동체로 찾아가 산모들에게 필수적인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분쟁 중 급증하는 GBV에 노출된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여성·소녀 안전 공간' 7개소를 운영하고, 사후 처치 키트와 전문 보건 요원을 현장에 파견하고 있다.

파국 지역 병원의 GBV 대응 담당관 존(45) 씨는 "갈등 상황이라고 해서 서비스가 멈추지는 않는다"며 "충돌 중에도 계속 일을 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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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를 위해 보건소에서 대기하는 남수단 여성들
[UNFP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코이카의 활동은 단순히 긴급 구호물자를 현장에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인도적 지원-개발-평화를 연계하는 'HDP 넥서스 사업'의 일환으로 각국 특성에 맞게 지원한다. 해당국의 구조적 위기를 해결하고 회복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현지 전문성을 갖춘 국제기구와 협력 폭을 넓히는 동시에 'K-개발협력'의 위상을 드높이는 결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국제 긴급구호 기구 메데어 한국사무소가 사업 수행기구로 참여하고 있다.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 권역 UNFPA 사무소에 채용된 한국인 3명이 현장 근무를 하고 있다.

UNFPA 측은 "지속적인 분쟁,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코이카와 협력을 통해 7개 지역 취약계층의 보건 접근성을 성공적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UNFPA 측에 따르면 100여명의 보건 인력이 역량 강화 교육을 받았다. 70개의 생식보건 키트(멸균 칼날, 장갑, 비누, 소독제 등 출산 관련 비상물품) 배포를 통해 약 19만8천명이 지속적인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성폭력 예방 활동을 통해 약 2만명의 여성이 혜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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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남수단 지도
[연합뉴스 자료 그래픽. 재판매 및 DB 금지]


다큐 영화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고(故) 이태석 신부가 활동한 남수단은 전 세계에서 인도적 지원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국가 중 하나다.

UNFPA 남수단 사무소는 코이카뿐 아니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등 유관 기관과 긴밀히 협력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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