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노태악 전 대법관이 퇴임한 이후 3주가 지났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은 여전히 이재명 대통령에게 후임 대법관 임명 제청을 하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처리를 강행한 이른바 ‘사법개혁 3법’ 등으로 갈등을 빚어 온 청와대와 대법원이 대법관 임명을 두고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대법원은 대법관 공백이 길어지는 상황이 재판 진행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3개의 소부를 구성했지만, 대법관 중 1명이 맡는 법원행정처장직은 행정처 차장이 대행하고 있다. 아울러 조 대법원장이 노 전 대법관 퇴임에 맞춰 중앙선거관리위원으로 내정한 천대엽 대법관에 대한 인사도 신임 대법관 임명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과 맞물려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지난 3일 노 전 대법관이 퇴임한 이후 22일이 지난 이날까지 신임 대법관 임명을 제청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 1월 21일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대법관 후보 4명을 추천한 이후로는 63일째다. 통상 대법관 후보가 추천된 이후 임명 제청이 이뤄지기까지 2주 정도가 소요돼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대법관의 정원은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이다. 이 중 법원행정처장직을 수행하는 1명은 재판 업무에서 제외된다. 현행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대법원의 심판권은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의 합의체에서 행사하며,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매년 수만 건에 달하는 상고심을 모두 전원합의체에서 처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나머지 대법관 12명이 4명씩 3개의 소부를 구성해 다수의 사건을 심리한다.
현재 조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이 12명인 대법원은 법원행정처장 자리를 비워둔 채 3개의 소부를 구성한 상태다. 앞서 박영재 대법관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 3법 본회의 처리를 추진 중이던 지난달 27일 법원행정처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조 대법원장은 후임을 임명하지 않았고, 공석인 법원행정처장직은 현재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이 대행하고 있다. 법원행정처장직을 채우게 되면 각각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되는 소부 3개를 공백 없이 꾸릴 수 없게 되고, 이에 따라 재판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 법원 관계자는 “재판 진행을 최우선에 두고 소부를 구성한 것”이라며 “신임 대법관 임명 제청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행정처장 인사가 이뤄지긴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청와대와 대법원 간의 갈등으로 조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 제청이 미뤄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대법관 후보추천위는 지난 1월 21일 김민기 서울고법 고법판사, 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4명을 대법관 후보자로 조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이후 조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을 하지 않으면서 일각에선 조 대법원장이 1순위로 생각하는 후보와 청와대가 염두에 둔 후보가 다르다는 얘기가 나왔다.
아울러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사법개혁 3법의 여파가 대법관 인사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노 전 대법관이 퇴임한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출근하면서 후임 대법관 임명 제청이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 “청와대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또 사법개혁 3법이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선 “갑작스런 대변혁이 국민에 해가 없는지 심사숙고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