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엔비디아 AI 플랫폼을 활용해 구축한 디지털트윈 기술 시연 모습./LG전자 |
글로벌 테크업계의 이목을 사로잡은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6’이 지난 19일(현지시각) 막을 내린 가운데, 차세대 인공지능(AI) 칩만큼이나 디지털트윈 플랫폼 ‘옴니버스’가 관심을 받았습니다.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4대 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제조 현장에 이미 적용을 마친 제품이죠.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을 공급 중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올해 GTC 발표에서 옴니버스 도입으로 거둔 성과와 향후 계획을 공유했습니다. 엔비디아와 차세대 자율주행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현대차그룹 역시 옴니버스 도입 계획을 작년에 공식화한 바 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GTC 2026 기조연설 무대에서 로봇 협력사로 소개된 LG전자도 현재 옴니버스를 활용해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옴니버스는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해 현실 공간을 가상에 정밀하게 구현하는 제품입니다. 작게는 제품부터 크게는 공장, 나아가 도시 단위까지 ‘디지털 쌍둥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현실을 디지털에 옮기면 AI·빅데이터 등을 통한 분석이 수월해집니다. 실제 세계에서 생산 설비 배치나 물류 흐름을 바꾸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데, 가상 공간에서는 이런 제약이 사라집니다. 마음껏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제품 성능을 끌어올리거나, 공장 운영 효율을 높일 방법을 찾는 데 쓰이곤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연산에는 엔비디아의 AI 칩이 활용됩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로이터연합뉴스 |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엔비디아 기술로 ‘자율 공장’ 2030년 달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GTC 2026 둘째 날 나란히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송용호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AI센터장(부사장)은 ‘에이전트형 AI를 활용한 반도체 제조 혁신’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고, 도승용 SK하이닉스 디지털전환(DT)부문장(부사장)은 ‘제조업의 미래 설계’를 주제로 열린 토론에 참석했죠. 세부적 사안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옴니버스를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는 점은 같습니다. 양사 모두 옴니버스를 통해 2030년에는 반도체 제조 현장을 자율화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공정의 단순 자동화가 아닌, AI가 현장을 이해하고 스스로 최적의 결정을 실행하는 공장을 마련해 반도체 제조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송 부사장은 옴니버스로 세계 최대 규모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 기지인 ‘평택 1공장’을 가상 공간에 구현한 사례를 공유하며 “공정 최적화·위험 예측 등 사전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반도체 생산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하면 어떤 성과를 올릴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영상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송용호 삼성전자 AI센터장이 17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6’에서 반도체 엔지니어링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삼성전자 |
도 부사장은 AI 서비스 확대에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 생산 능력 확대를 이룰 ‘제조 혁신’이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옴니버스를 도입, 생산 중단 없이 시뮬레이션·AI 학습·운영 최적화를 수행해 생산 흐름·자재 이동·레이아웃 등을 사전 검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GTC 2026에서 메모리 공급사인 동시에 엔비디아의 디지털트윈을 사용하는 고객사라는 점을 강조했다”며 “엔비디아와 반도체 제조 공정 자율화를 함께하는 ‘동반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 젠슨 황 방한 맞춰 ‘옴니버스 도입’ 확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GTC에서 공개한 내용은 새로운 협력이라기보다 ‘중간 결과 발표’에 가깝습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도입을 처음으로 공개한 건 2024년 3월입니다. GTC 2024에서 공개한 옴니버스 도입 계획은 작년 10월 황 CEO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 더욱 구체화 됐습니다. 삼성전자는 당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을 활용해 ‘메모리·로직·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패키징’ 전반을 묶는 디지털트윈 제조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죠. 이번 행사에서 발표된 ‘평택 1공장’ 사례는 이런 전략이 순차 실현되고 있다는 점을 나타냅니다.
SK하이닉스 역시 황 CEO의 방한에 맞춰 엔비디아의 GPU ‘블랙웰’을 2000장 사용해 이천캠퍼스를 디지털트윈 환경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SK하이닉스는 이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도 순차 확대할 방침입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은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서 아파트 50층 높이로 지어지고 있는데, SK하이닉스는 여기에 2030년 12월 말까지 약 31조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첫 가동부터 ‘자율화 공정’에 근접한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게 SK하이닉스의 포부인 셈입니다.
도승용 SK하이닉스 부사장(DT담당)이 17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6’ 패널 토의에서 발언하고 있다./SK하이닉스 |
현대차그룹은 GTC 2026에서는 옴니버스와 관련한 성과를 따로 발표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2025년 1월 엔비디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하면서 옴니버스 도입을 공식화한 바 있죠. 현대차그룹 역시 삼성전자처럼 작년 10월 ‘블랙웰 GPU 5만장’ 도입 등으로 이 계획을 한층 더 구체화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당시 “무한한 주행 시나리오에서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엔비디아의 추론 AI 모델을 활용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인 LG전자 역시 옴니버스를 적극 사용 중입니다. LG전자도 작년 10월 옴니버스에 60년간 쌓아온 제조·생산 데이터를 결합하고 있다고 했죠. 공장의 설비 단위까지 포괄하는 가상 공간을 마련, 물류 운영·유지보수 등을 효율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엔비디아는 현재 사업적 위치를 단순 AI 칩 공급사에서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황 CEO는 지난달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가능한 많은 생태계를 엔비디아 위에 올려두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효율적인 AI 칩으로 구동하는 고성능 솔루션을 고객사에 제공해 성과를 내겠다는 겁니다.
옴니버스는 엔비디아의 이런 전략을 실현하는 데 핵심 제품으로 꼽힙니다. 특히 챗봇처럼 디지털 공간에서 작동하던 AI가 기기·제품에 탑재돼 현실 공간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식으로 발전하는 ‘피지컬 AI’ 시대에 중요도는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엔비디아는 2020년 10월 오픈베타로 공개한 옴니버스를 지속해서 고도화하고 있기도 합니다. 작년 1월에는 서비스 영역을 로봇·자율주행·비전 AI로 확장했고, 최근에는 디지털트윈 기술을 가지고 있는 지멘스·다쏘시스템 등과 협력해 ‘디지털 공간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있습니다.
정두용 기자(jdy2230@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