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소방재난본부가 최근 사상구 사상소방서 차고지에서 페인트 폐기물에서 자연 발화가 이뤄지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
지난달 7일 오전 5시 49분경 부산 사상구 한 공장 외부 공터에 놓인 마대에서 불꽃이 발생하는 것을 행인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마대 안에는 전날 오후 도장 작업 후 남은 페인트 등 폐기물이 담겨 있었다. 불은 폐기물만 태우고 공장으로 번지지 않아 인명·재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화재는 불티나 전기적 요인이 아니라 화학 반응에 따라 자연 발화한 것으로 소방 당국 조사에서 확인됐다. 만약 인화성 물질이 많은 공장 내부에서 이런 사고가 났다면 큰 화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실제 지난해 5월 사하구 한 공장에서도 페인트 폐기물에서 유사한 화재가 발생해 공장 절반이 소실되고 수천만 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이에 따라 부산소방재난본부는 페인트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자연 발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최근 사상소방서 유휴 차고지에서 두 차례 화재 실험을 진행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실험에서는 페인트 폐기물과 철 혼합물이 결합하면 발화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페인트 폐기물이란 선박이나 자동차 등 금속 표면에 페인트를 입히는 과정에 생긴 부산물을 뜻한다. 금속에 페인트를 칠하기 전에는 표면의 녹과 이물질을 제거하는 ‘쇼트 공정’을 거치게 된다. 강한 압력으로 쇳가루(철분)나 모래 입자를 쏴 표면을 정리해야 페인트가 잘 부착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미세한 쇳가루나 분진이 발생해 공기 중으로 퍼지게 된다. 작업장에는 이를 흡입하는 집진 설비가 가동된다. 집진 설비 내부에는 쇳가루를 걸러주는 부직포 필터가 설치된다. 이 부직포 필터 뭉치와 페인트 도장 과정에서 나온 페인트가 묻은 폐기물을 통칭해 페인트 폐기물이라 일컫는다.
1차 실험에서는 부직포 필터와 쇳가루 등이 섞이면 자연 발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페인트 찌꺼기가 묻은 부직포에서 먼저 불이 시작됐고, 쇼트 공정에서 나온 쇳가루가 불길을 키우는 촉매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험을 맡은 부산소방재난본부 화재 조사관은 “페인트 폐기물을 오래 방치하면 산화 반응이 일어나 자연 발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인 확인된 것”이라며 “작업이 끝난 폐기물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2차 실험에서는 쇳가루에 물과 시너, 유성페인트 등을 각각 혼합해 뒀다. 하지만 오래 지나도 별도 발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화재 조사관은 “쇳가루 자체보다는 페인트가 묻은 부직포와 같은 유기물 성분이 발화의 핵심 조건”이라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페인트 폐기물의 자연 발화는 계절과 상관없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조일 부산소방재난본부장은 “페인트 폐기물을 대량으로 방치됐다가 불이 나고 인근 샌드위치 패널로 옮겨붙으면 대형 화재로 확산할 수 있다”라며 “페인트를 취급하는 공장은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전문 처리업체와 협의해 신속히 폐기물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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