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
국민연금공단이 고려아연과 한진칼 등 주요 대기업 정기 주주총회에서 잇따라 ‘반대’ 또는 ‘기권’ 표를 던지며 유례없는 의결권 공세를 펼치고 있다. 여기에 오는 9월 ‘집중투표제’ 도입까지 예고되면서, 경영권 방어벽이 허물어질 처지에 놓인 재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한진칼 조원태 회장의 이사 선임안에 대해 ‘주주 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 결정을 내렸다. 한진칼은 국민연금이 5.44%, 산업은행이 10.5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 측 지분이 우호 지분을 합쳐도 30% 선에 머무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반대는 소액 주주와 기타 세력을 결집시키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도 국민연금의 행보는 결정적이다. 국민연금은 최윤범 회장을 포함한 현 경영진 후보들에 대해 ‘기권’을 택했다. 이를 두고 영풍·MBK 파트너스 측은 “현 경영 체제에 대한 사실상의 불신임”이라며 소액 주주들의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이 밖에도 국민연금은 신한금융지주 진옥동 회장 선임안과 네이버·KB금융의 보수 한도 승인안에도 줄줄이 반대 깃발을 들었다.
이 외에도 국민연금은 신한금융지주에서는 진옥동 회장의 이사 선임안, 네이버·KB금융지주에서는 보수 한도 승인안 등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할 예정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더욱 적극적으로 행사하면서 소액 주주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주총회 안건에 큰 관심이 없던 개인 투자자들도 국민연금의 행보에 동참, 기존 경영진을 불신임한다면 경영권 방어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를 더 긴장시키는 것은 9월 시행 예정인 ‘집중투표제’다. 이사 선임 시 1주당 이사 수만큼의 투표권을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지분율이 낮은 국민연금이나 소액 주주 연합도 자신들이 원하는 인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키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정부의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와 상법 개정안 추진까지 맞물리며 대주주의 의결권 영향력을 갈수록 위축되는 추세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집중 투표제 도입을 비롯한 제도 개선과 함께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면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올해 9월 집중투표제가 시행된다면 재계의 경영권 방어가 더욱 어려워지는 구조”라고 했다.
이병철 기자(alwaysa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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