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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만 코앞 '왕사남'의 영화계, 두쫀쿠 악성 재고 신세 면하려면 [TEN스타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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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 1475만 관객 돌파, 역대 3위 등극
과거보다 2배 늘어난 스크린 수·상영 횟수
SNS 입소문과 포모 현상 나타나기도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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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의 장항준 감독이 '커피차 이벤트'를 열었다. / 사진=텐아시아DB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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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 47일 만에 1475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3위에 올라선 가운데, 이번 흥행은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지표와 소비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1761만의 '명량'보다 1475만의 '왕과 사는 남자'가 더 많은 스크린을 가져간 것. 과거 천만 영화들이 '탄생했다'면 최근 천만 영화들은 점차 '만들어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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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과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 / 사진제공=CJ ENM, 쇼박스



역대 박스오피스 데이터(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를 분석해 보면, 최신 흥행작일수록 스크린 수와 상영 횟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역대 1~20위 영화 가운데, 2009~2014년 개봉작들의 평균 스크린 수는 약 900~1300개, 평균 상영 횟수는 약 16~20만 회였다. 반면, 2022~2026년 개봉한 '서울의 봄', '파묘' 등의 경우, 평균 스크린 수는 2300~2500개, 평균 상영 횟수는 약 35~37만 회였다. 과거에 비해 스크린 수와 상영 횟수가 약 2배씩 증가했다.

역대 1위 '명량'과 역대 3위에 등극한 '왕과 사는 남자'의 수치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2014년 개봉해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한 '명량'은 1587개의 스크린에서 18만 회 상영되며 1761만 명을 모았다. 반면 2026년의 '왕과 사는 남자'는 2262개의 스크린에서 35만 회 상영됐으며, 1475만(3월 22일 기준) 명을 모았다. 이는 하나의 상영관 당 동원하는 관객 수가 줄어든 대신, 상영 물량 공세로 흥행이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천만 영화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수익이 나는 하나의 영화에 스크린을 더 많이, 더 오래 내어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천만 영화 탄생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되기도 하지만, 중소 규모 영화들이 설 자리를 잃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여러 작품의 영화가 동반 성장, 동반 흥행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에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것. 승자독식 구조는 천만 영화 탄생 이면의 영화 생태계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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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과정에서는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통상 영화는 개봉주 명운이 갈릴 만큼, 첫째 주 스코어가 가장 중요한데, '왕과 사는 남자'는 개봉 첫 주의 스코어가 가장 적었다. 장항준 감독마저도 "첫 날 스코어도 내가 생각했던 것에 반이 나왔다. 영화가 손익분기점(260만) 돌파에 실패하겠구나 좌절하고 있었다. 초반에 굉장히 암울했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1주차엔 116만 명, 2주차엔 232만 명, 3주차엔 269만 명, 4주차엔 318만 명으로 오히려 관객 수가 늘어갔다. 이례적인 경우다.

이는 광고, TV, 사전 시사회 등의 사전 입소문 전략만큼, 사후 입소문이 관객 동원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틱톡, 릴스와 같은 숏폼, SNS를 통한 챌린지 문화, 리뷰 등 2차 생성 콘텐츠는 작품 소비 자체를 '유행화' 시키고 있다. '지금 이 영화를 보지 않으면 대화에 낄 수 없다'는 심리적 압박, 즉 '포모(FOMO) 증후군'을 자극하며 관객들을 극장으로 밀어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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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의 커피차 이벤트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 사진=텐아시아DB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은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의 유행과도 일맥상통한다. SNS 인증을 통한 트렌드 점유의 쾌감, 시대의 유행에 참여한다는 효능감, 가치 있는 경험에 동참이라는 점에서 둘의 공통점이 있다. 개당 8000원을 웃도는 가격에도 두쫀쿠를 사기 위해 지갑을 열었던 사람들의 모습은 비싸다고 불만을 토로했던 1만 5000원대 티켓값도 기꺼이 지불하는 관객들의 모습과 닮았다. 이는 대중들의 소비가 '가치 추구형'이 됐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독식 구조는 결국 다양성을 결여시켰고, 대중들을 금세 질리게 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모두가 안달났던 두쫀쿠는 이제 악성 재고가 돼버렸다. '왕과 사는 남자'의 천만 등극 과정에서도 독식 구조가 있었다. 영화계도 다양성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흥행은 반짝으로 끝나 버리고 두쫀쿠와 같이 한순간 시들해질 수 있다. '왕과 사는 남자'의 천만 영화 등극이 영화계 회복의 호재가 아닌 악재일 수 있는 이유다.

이현경 영화평론가는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왕과 사는 남자'의 천만 영화 등극 과정은 희귀하고 이례적이었다"며 "어려운 영화계 상황 속 천만 영화가 나왔다는 건 흐뭇하고 좋은 일이지만 앞으로 이같은 일이 지속되는 건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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