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석유·희토류·반도체”…글로벌 패권전쟁 ‘3대 新무기’

댓글0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석유 ‘무기화’ 에너지쇼크 초래
中, 관세전쟁서 ‘희토류 통제’ 협상 카드…첨단산업 ‘휘청’
美, TSMC 등 자국내 공장 유치…반도체공급망 자립 가속
헤럴드경제

호르무즈 해협에서 걸프 해혁의 화물선들이 다니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며 원유를 전쟁 수단으로 활용한 것은 21세기 글로벌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으로 국가 간 경쟁은 핵심 원자재와 에너지, 공급망을 누가 통제하느냐에 좌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글로벌 패권경쟁의 핵심 무기로 석유와 희토류, 반도체를 지목했다. 이란이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에너지 공급을 ‘무기화’하면서 자원 통제가 곧 전략적 힘이라는 점이 다시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이란은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마비시켰다. 이어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이 위치한 카타르 라스라판을 공격하며 에너지 인프라까지 타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8시간 내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발전소를 타격·파괴하겠다”고 경고했다.

헤럴드경제

카타르 LNG시설 피격 생산 수급 전망



이 같은 상황은 에너지가 여전히 세계 경제의 핵심 축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군사·경제 권력의 기반이 ‘소프트웨어와 정보’에서 다시 석유와 희토류, 산업 생산 능력 같은 물리적 자원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핵심 자원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들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에 직면할 뿐 아니라, 인공지능(AI)과 미래 군사력 구축에도 제약을 받을 위험이 있다.

실제로 중국은 희토류 공급을 통해 이미 전략적 우위를 입증했다. 지난해 전 세계 희토류 자석 공급의 약 90%를 장악한 영향력을 활용해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우위를 점했고, 자동차·무기·전자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 공급을 제한하며 미국 산업에 압박을 가했다.

헤럴드경제

국가별 희토류 매장량 현황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패권 경쟁의 본질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진단한다. 런던의 정치 리스크 자문사 애저 스트래티지의 앨리스 가워는 “강대국 경쟁은 다시 물리적 자원으로 돌아갔다”며 “에너지와 핵심 광물, 산업 역량은 단순한 경제 자산이 아니라 ‘전략적 지렛대’”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서구에서는 자본과 기술, 네트워크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공급망이 무기화되면서 지리적 조건과 자원 통제력이 다시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미 외교협회의 에드워드 피시먼 연구소장은 “모든 것이 디지털이라는 말이 있지만, 지정학을 움직이는 물리적 제약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이 대표적인 경제전 사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에너지 자립을 달성했음에도 여전히 물리적 병목지점이 존재한다는 점이 아이러니”라고 덧붙였다.

헤럴드경제

대만 TSMC 로고 [AP]



반도체 역시 이러한 ‘전략 자산’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자국 내 생산시설 투자를 유도하며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이는 아시아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미국 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에너지 자립을 강조하며 경제적 압박에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 요새’를 구축하는 작업을 해왔다. 백악관은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가스 생산국으로서 다른 국가들처럼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지 않는다”며 “현재 군사 작전은 안정적이고 저렴하며 안전한 국내 에너지 생산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헤럴드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그러나 원유가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되는 만큼, 국내 생산만으로 국제 가격 급등과 공급 충격을 피하기는 어렵다.

자원 확보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핵심 광물을 비축하는 12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볼트’를 발표했다. 이어 호주 광산기업 라이너스와 희토류 공급 협력을 추진했다.

헤럴드경제

브렌트유 가격 추이



다만 공급망 재편에는 시간이 걸린다. 콜로라도 광산대 페인연구소의 모건 바질리안 소장은 “정책적 지원으로 중국 의존도는 줄어들고 있지만, 신규 프로젝트가 실제 생산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수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중 관계가 악화될 경우 중국이 여전히 공급 교란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WSJ은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지리적 병목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며 “각국은 우회 경로를 구축하거나 억지력을 강화하는 선택지 사이에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지금 봐야할 뉴스

  • 아이뉴스24현역군인, 전여친 집 배관타고 올라가…과거에도 신고당해
  • 조이뉴스24"'왕사남' 매출 1위 기적 같은 대기록, 벅찬 감동" 제작사 대표의 소감
  • 노컷뉴스KT 김영섭 대표, 지난해 보수 17억 1800만 원…직원 평균 급여 800만 원↑
  • 뉴시스정부, 중동상황 범부처 대응체계 준비…코로나 '비상경제 중대본' 형태 전망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