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 자동차부품회사 안전공업 화재 사고로 숨진 14명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대전시청 1층은 사고 사흘 째를 맞이한 23일에도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사고 희생자의 넋을 기리러 전국 각지에서 온 조문객들은 하얀색 국화 한 송이를 살며시 내려놓고 묵념을 한 뒤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침통한 표정으로 위패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종시에서 온 김용재 씨(86)는 헌화를 마친 뒤 눈시울을 붉히며 떨리는 목소리로 “기사를 보고 놀라서 혼자 조문이라도 하려고 내려왔다. 유가족들 마음이 얼마나 찢어지겠냐”며 “젊은 사람들이 꽃 피워보기도 전에 간 게 황망하다. 다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사한 사고로 가족을 잃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다른 유가족들도 현장에 도착해 위로의 말을 전했다. 지난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업재해로 아들 고(故) 김용균 씨를 잃은 김미숙 씨는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보고 유족들이 얼마나 힘들까 (생각이 들어) 무턱대고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왔다”라며 “우리나라 안전이 얼마나 재래식으로 사고 많이 나는지 아무리 강조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 유가족들도 이날 합동분향소를 찾아 참배한 뒤 희생자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이날 양한웅 아리셀대책위원회 공동대표와 유가족 3명은 합동분향소를 찾아 묵념한 뒤 “유해의 온전한 수습과 원인 규명은 첫 단계부터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며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도록 정부와 관계기관은 반드시 사건 수습과 원인 규명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과 정치권 관계자들의 조문도 잇따랐다. 이날 허민 국가유산청장과 정용래 유성구청장, 대덕구의회 의원들, 경찰 관계자들도 분향소를 찾아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굳은 표정으로 추모객을 맞이하던 유족들도 끝내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기도 했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 분향소 2층 유가족 대기실에서 차마 나오지 못하고 있는 유족들도 다수였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임직원 20여 명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는 희생자 영정 앞에 큰절을 올리고 국화꽃을 놓으며 눈물을 훔쳤다. 취재진을 만난 손 대표는 “유족분도 그렇지만 저기(분향소)에 계신 사원들이 다 가족이었다”며 울먹이면서도 ‘건물의 불법 증개축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모르겠다. 조사가 끝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7개 기관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59명의 인력을 투입해 합동감식에 착수했다. 합동 감식의 공정성을 위해 유적 2명도 현장을 지켰다. 대전경찰청과 대전고용노동청은 오전 9시께 안전공업 본사와 대화동 공장, 손 대표의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관계자 PC와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다음 화재 방지 및 대피 조치 등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살핀다는 게 경찰과 노동당국의 설명이다.
강재석 대전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불이 발생했다고 보이는 1층 가옥 라인의 시설물과 구조물을 정밀히 살펴볼 것”이라며 “피해자분들이 많이 발견된 휴게시설도 중점 감식 대상”이라고 밝혔다. 전날 사전 점검에서는 건물 일부가 붕괴돼 안전하지 않은 구역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1층 환기구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공장 관계자 진술에 대해 강 계장은 “여러 진술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합동감식을 통해 원인을 정밀 분석하겠다”고 답했다.
이달 20일 1시 17분께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14명이 숨지고 소방대원을 포함해 60명이 부상을 입는 등 총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14명 중 9명은 불법 증축으로 마련된 복층 구조의 휴게실 겸 체력단련장에서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해당 공간이 창문도 작고 통로도 좁아 연기가 순식간에 퍼지는 상황에서 대피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대전=남소정 견습기자 nsj@sedaily.com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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