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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도청 장악’, ‘체계적 전투조직’···복원된 옛 전남도청 ‘5·18왜곡’ 빌미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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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상황 등 설명하며 계엄군 시각 기술
사망한 같은 학교 친구 나이도 서로 달라
“검증 허술” 지적에 “정식 개관까지 수정”
경향신문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로 복원돼 지난달 28일 임시 개방된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전시물에 ‘시민들이 도청을 장악했다’는 식의 표현이 적혀있다. 강현석 기자.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로 복원된 옛 전남도청의 일부 전시가 잘못된 설명 등으로 5·18 왜곡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8일부터 개방돼 시범운영 중인 옛 전남도청 전시 일부가 계엄군의 논리 등을 그대로 인용했다는 지적이다. 옛 전남도청은 5·18 기간 항쟁 지도부가 있었고 시민들이 계엄군 유혈진압에 끝까지 맞섰던 곳이다.

문체부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은 광주 동구 옛 도청 6개 건물을 복원, 98억원을 투입해 열흘간의 항쟁 기록과 추모공간 등을 조성했다. 2005년 11월 이후 21년 만에 개방된 옛 도청은 큰 관심을 끌며 주말과 휴일에는 하루 4000여명이 넘게 찾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시는 잘못된 설명으로 오히려 5·18 왜곡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복원추진단은 전시 설명에서 “시민들이 전남도청을 장악했다”는 식의 표현을 2곳에서 사용했다.

광주 시민들은 5월21일 집단발포를 자행한 계엄군이 이날 오후 늦게 도청에서 철수하자 도시 중심에 있던 도청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무력으로 계엄군을 몰아내고 도청을 차지한 게 아니다.

자진 철수한 계엄군은 곧바로 광주 외곽을 모두 차단하고 도시를 고립시키는 작전을 폈다. 시민들은 마비된 행정을 대신해 도청에서 사망자 수습과 치안 유지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한 활동을 했다.

‘도청 장악’은 계엄군이 5·18학살을 정당화 하기 위해 사용해 온 대표적 표현이다. 시민들이 무력을 동원, 도시와 도청을 장악해 유혈진압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실제 전두환 정권 당시 발간된 <광주사태의 실상>이나 <제5공화국 전사>는 “폭도들이 광주시를 장악했다”거나 “폭도들이 도청을 점령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경향신문

5·18민주화운동 당시로 복원된 옛 전남도청 경찰국 3층 복도에 1980년 5월27일 숨진 문재학, 안종필 열사의 동판이 설치돼 있다. 두 열사는 같은 해에 태어난 고등학교 친구지만 ‘만 나이’를 사용하면서 나이가 다르게 적혀있다. 강현석 기자.


5월26일 오후 결성된 기동타격대에 대해 “체계적인 전투조직을 갖추었다”고 설명한 부분도 왜곡 우려가 있다. 기동타격대의 당시 설립 선서문을 보면 시민 보호와 계엄군 동태파악, 도청 사수, 질서유지를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기동타격대는 일반 시민들이었다. 목숨을 걸고 이웃을 지키려 한 이들이 대장과 조장을 선출했다고 해서 ‘체계적 전투조직’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5·18에 북한군(체계적 전투원)이 개입했다’는 왜곡 세력에게 빌미를 줄 우려가 크다.

도청에서 사망한 시민들의 시신 발견 지점에 설치된 동판도 논란이다. 복원추진단은 같은 해에 태어난 ‘친구’ 인데도 5월27일을 기준으로 한 ‘만 나이’로 당시 나이를 표기했다.

문재학과 안종필 열사는 1964년 태어나 같은 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다 도청에서 함께 사망한 친구였지만 동판 나이는 다르다. 생일이 6월5일인 문 열사의 나이는 만 15세, 5월23일인 안 열사의 나이는 16세로 적혀 있다.

차영귀 서강대 서강국제한국학선도센터 5·18책임연구원은 “중요하게 검증해야 할 부분들이 너무 허술하게 콘텐츠로 만들어졌다”면서 “왜곡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정확한 내용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은 “세 차례 감수를 진행했지만 임시 개방한 이후 다양한 의견이 접수되고 있다”면서 “지적된 부분을 검토해 5월 정식개관 전에 수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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