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의 예산 교착으로 촉발된 ‘부분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공항 보안 인력까지 무급 근무에 내몰린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이들의 임금을 대신 지급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정치권 갈등이 국민 안전과 직결된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자 민간 기업인이 직접 해결 의지를 드러낸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민 정책 갈등’이 만든 셧다운…공항까지 멈췄다
이번 사태의 시작은 지난 2월 14일(현지시간)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의회가 국토안보부(DHS) 예산안을 기한 내 처리하지 못하면서 해당 부처에 한정된 ‘부분 셧다운’이 발효됐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이민 단속 정책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고 결국 예산안은 상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민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등을 계기로 정책 개혁 없이는 예산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공화당은 기존 강경 기조를 유지하면서 협상은 장기 교착 상태에 빠졌다. 다른 연방 기관 예산은 처리됐지만 국토안보부는 임시 예산 이후 추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며 사실상 기능 일부가 멈춘 상태다.
문제는 이 여파가 단순 행정 기능을 넘어 국민 생활 전반으로 확산됐다는 점이다. 국토안보부 산하에는 교통안전청(TSA), 해안경비대, 연방재난관리청(FEMA) 등 핵심 기관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TSA는 미국 전역 공항에서 보안 검색을 담당하는 필수 조직으로 기능이 흔들릴 경우 항공 교통 전체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TSA 직원 약 5만 명이 급여를 받지 못한 채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평균 연봉이 약 6만1000달러(약 9200만 원)에 달하는 이들이 무급 상태에 놓이면서 생계 부담이 커졌고, 결국 366명이 사직하는 등 인력 이탈이 현실화됐다. 결근율도 10% 수준까지 올라가며 현장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졌다.
그 결과 미국 주요 공항에서는 보안 검색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일부 공항에서는 운영 차질까지 빚어지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정치적 갈등이 공공 안전과 직결된 시스템까지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머스크 “내가 월급 주겠다”…하지만 현실은 ‘불가능?’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머스크는 21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례적인 제안을 내놨다. 그는 “수많은 미국인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예산 교착 상황 동안 내가 TSA 직원들의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민간이 대신 해결하겠다는 발언으로 단순한 기부를 넘어 정부 기능 공백을 정면으로 지적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특히 TSA는 국민 안전과 직결된 필수 인력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무급 근무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머스크의 제안이 실제 실행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외신들은 민간 개인이 연방 공무원 급여를 직접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경로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듀크대 필립 캔드레바 교수는 “연방 정부에 기부된 자금은 모두 재무부로 귀속되며, 특정 기관이 이를 임의로 사용할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즉, 설령 머스크가 자금을 제공하더라도 이를 TSA 직원 급여로 바로 지급하는 구조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제안은 실질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 현재 상황의 비정상성을 강조하는 상징적 메시지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여진 AX콘텐츠랩 기자 aftershoc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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