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한 현장 지난 20일 발생한 대형 화재로 14명이 사망한 대전 대덕구 소재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에서 22일 경찰·소방·고용노동부·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화재 현장 합동 조사를 벌이고 있다. 대전 |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
3층 조립식, 난연 패널 썼지만
내부 기름때 등 많아 연소 확대
밖엔 물 닿으면 터지는 폐기물
쪽잠 등 휴식 점심시간과 겹쳐
사망자 9명 나온 2층 헬스장은
도면·대장에도 없는 불법 증축
지난 20일 대전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에서 일어난 화재 참사로 14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부상하는 등 74명이 사상했다. 인명피해가 커진 데는 공장 건물 구조와 공장 내부 환경에 따른 급격한 연소 확대, 공장 내 위험물질, 점심시간 중 화재로 인한 대피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대덕구 등에 따르면 안전공업은 1953년 설립된 자동차 엔진밸브 등 제조 업체로 직원 364명 규모의 중견기업이다. 대지면적 1만3757㎡, 건축면적 5907㎡에 지상 3층짜리 건물 2개 동(연면적 1만9730㎡)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화재가 발생한 동관 건물은 해당 건물 옆에 2010년 지상 1층짜리 별도 건물로 신축됐다. 다음해 1층 증축이 이뤄졌고, 2014년 12월 2~3층이 추가 증축돼 지금의 형태가 됐다. 10시간여 만에 이 건물은 전소됐고, 건물 한쪽이 무너져 내렸다.
이 건물은 철골구조를 기반으로 벽면과 지붕이 샌드위치 패널로 돼 있다.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한 조립식 건물은 불이 나면 빠르게 번지는 취약성을 갖고 있다. 2024년 23명이 숨진 경기 화성 아리셀 화재 때도 샌드위치 패널이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소방당국은 화재 신고 9분 만인 오후 1시26분쯤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7분 뒤 대응 2단계로 높여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화재 초기 브리핑에서 “조립식 건물이고 연소 확대가 빠른 데다 붕괴 우려도 있어 소방대원이 진입하다 철수를 하고 하다 보니 화재 진압이 늦어졌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덕구 관계자는 “화재 공장에는 불에 1시간 정도 견딜 수 있는 난연 2급 패널이 내·외부에 모두 사용됐으며, 과거 사용되던 스티로폼이 들어간 구조와는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소방당국은 공장 내부 환경도 상황 악화 요인으로 꼽았다. 남득우 대덕소방서장은 “가공 공정에서 절삭유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기름때가 천장 등에 남아 있게 되고 집진설비나 배관에 슬러지(찌꺼기) 같은 것도 많이 존재한다”며 “불이 그걸 타고 순식간에 연소 확대되지 않았을까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공장 불길은 동관 1층에서 발생해 순식간에 퍼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 화재 당시 공장에서 다량의 연기가 발생하자 119로 화재 신고가 쏟아졌는데 “1층과 3층에서 검은 연기가 많이 나온다”는 신고들이 있었다. 신고 시점에 이미 연기가 3층까지 퍼져 있었기 때문에 안에 있던 사람들의 탈출이나 구조도 쉽지 않았을 수 있다.
황병근 안전공업 노조위원장은 “작은 화재라도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예방 조치를 요구해왔지만, 이 같은 위험 요소가 화재 확산 가능성을 키웠다”고 말했다.
공장 내 보관돼 있던 위험물질도 화재 진화에 장애 요인이었다. 화재가 난 건물 밖 별도 장소에 금속 나트륨 101㎏과 나트륨 폐기물 2드럼이 보관돼 있었다. 금속 나트륨은 비철금속의 순도를 높이는 제련 과정에서 냉각재로 사용된다. 금속 나트륨은 폭발성이 강한 위험물질이다. 화재 초기 소방당국은 폭발 가능성 때문에 우선 금속 나트륨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킨 뒤 진화에 나섰다.
남 서장은 “금속 나트륨은 물이 닿으면 폭발할 수 있기 때문에 불이 붙지 않은 게 다행이고, 불이 붙거나 했다면 폭탄과 다름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처음에 나트륨이 있는 곳이라 물을 제대로 쓰지 못하니까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그쪽을 방어하기 위해 소방력도 조금 이동 배치를 했다”고 말했다.
화재 발생 시각이 점심시간과 겹친 것도 참사를 키운 배경이다. 신고가 처음 접수된 것은 오후 1시17분쯤이다. 불이 난 공장은 낮 12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를 점심·휴게 시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공장 관계자들은 “직원들이 점심시간 (헬스장 등) 회사 내 휴게실이나 건물 내 주차된 차량 등에서 쪽잠을 청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경우도 많다”고 증언했다. 일부는 화재 발생 인지가 늦어져 미처 대피하지 못했을 수 있다. 사망자는 2층 휴게실 입구에서 1명, 헬스장에서 9명이 발견됐다. 1명은 1층 화장실에 있었고, 2층 물탱크실 입구에서는 대피 도중 숨진 것으로 보이는 사망자 3명이 발견됐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헬스장은 2~3층과 건물 내 주차장을 증축하며 여유 공간을 활용해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 증축한 공간으로 파악됐다. 대덕구 관계자는 “화재 건물은 3층과 옥상 주차장 등을 증축했는데 9명 사망자가 발견된 공간(헬스장)이 주차장 올라가는 길에 계단참(수평으로 길게 이어지는 부분)이 있어 층고가 5.5m 정도 되는 공간을 막아 복층 형태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공간은 증축 과정에서 허가 사항에 들어가 있지 않았고, 도면과 대장에서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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