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14명 모두 숨진 채 발견…李 "사고 원인 철저히 규명"
과학수사연구원, DNA 통해 신원 확인 중…이르면 내일 결과
업체 대표 "정말 죄송"…불길 급속 확산·복층 구조 겹쳐 피해↑
대전 대덕구 소재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실종됐던 근로자 14명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사고는 이들 사망자 14명과 부상자 60명 등 총 74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참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1시 17분께 대덕구 문평동에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안전공업에서 불이 났다. 소방 당국은 신고 접수 9분 만에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14분 만에 대응 2단계로 격상했고 오후 1시 53분에는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헬기까지 투입된 총력 대응 끝에 불은 같은 날 오후 11시 48분께 완전히 진압됐다.
화재 당시 연락이 두절됐던 근로자 14명은 약 28시간에 걸친 수색 끝에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자 상당수는 2층 휴게실 내 복층 형태로 조성된 공간과 헬스장 창가 등에서 발견됐다. 일부는 계단과 화장실, 물탱크실 입구 등 탈출을 시도하던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돼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줬다.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대전시청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사고 원인과 경위를 철저히 규명하고 근본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유가족 지원 비용을 선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조사 과정에서 유가족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경찰과 검찰은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화재 원인과 안전 관리 책임 여부를 조사 중이다. 건물 붕괴 위험이 커 현장 내부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합동감식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실제로 현장 점검 과정에서 구조물이 추가로 붕괴하는 정황도 확인돼 원인 규명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신원 확인도 진행 중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유전자(DNA) 분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있으며 결과는 이르면 23일 나올 예정이다. 신원 확인이 늦어지면서 유가족들의 고통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대전시청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는 유가족들의 통곡이 이어졌다. 한 유족은 "내 새끼는 갔다"며 오열했고 또 다른 유족은 위패를 붙잡고 "살려 달라"고 절규했다. 분향소에는 시민과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도 잇따랐다.
사고 책임자인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는 분향소를 찾아 "정말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리며 사죄했지만 불법 증축 의혹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번 화재는 1층에서 시작된 뒤 계단을 통해 순식간에 상층부로 확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장 내부 곳곳에 묻어 있던 절삭유와 기름때, 집진 설비에 쌓인 슬러지 등이 불길 확산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점심시간에 발생한 화재로 근로자들이 휴게 공간에 몰려 있었던 점도 피해를 키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사망자가 집중된 헬스장 공간은 건물 도면에 없는 복층 구조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층고가 높은 구조를 활용해 임의로 공간을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데, 창문이 한쪽에만 있는 등 대피에 취약한 구조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샌드위치 패널 구조와 불법 증개축, 미신고 공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현장에서는 화재 당시 창문마다 근로자들이 몰려 구조를 요청하고 일부는 건물 밖으로 뛰어내리는 등 극심한 혼란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생존자는 "온통 검은 연기뿐이라 길을 찾지 못해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고에 대해 "예방 가능했던 참사"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 등 제도적 허점과 반복되는 산업 현장 안전사고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과 경영 책임자 처벌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주경제=원은미 기자 silverbeauty@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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