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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발전소 초토화” 위협에 이란 맞대응 예고···‘에너지 전쟁’ 격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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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48시간 이내 개방하지 않을 경우 이란의 발전소를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세계 에너지 공급난이 확대되자, 이란에 ‘최후 통첩’을 날리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4주째 접어들면서, 전쟁은 점점 중동의 핵심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에너지 전쟁’으로 격화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지금으로부터 48시간 이내에 위협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 개방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가장 큰 발전소를 시작으로 이란의 다양한 발전소를 공격해 초토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 저장고와 가스전 공격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에너지 기반 시설 공격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태도를 바꿔 최후통첩성 경고를 날린 것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4주째 접어들면서 급등한 유가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세계 에너지 시장 불안정이 확대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미·이스라엘 공습이 시작되자 이란이 세계 석유 해상 수송량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선박을 공격하고 기뢰를 설치하는 등 봉쇄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중국·일본·영국·프랑스 등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호르무즈 해협 선박 호위 지원을 요청했으나, 전쟁에 휘말릴 위험을 감수하며 나서는 국가는 없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제할 뾰족한 수가 없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발전소 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공격을 예고하며 이란을 강도 높게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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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공격을 받은 태국 벌크선 ‘마유리 나리(Mayuree Naree)’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 이란은 중동 내 미군과 이스라엘의 에너지·정보기술·담수화 시설을 공격하겠다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이란군 작전 지휘본부인 하탐 알안비야는 “적에 의해 이란의 연료 및 에너지 인프라가 공격당할 경우, 해당 지역 내 미국과 그 정권(이스라엘) 소속의 모든 에너지, 정보기술, 해수 담수화 시설을 타격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이 쥐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제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이란 발전소 공격에 나선다면 ‘에너지 전쟁’은 한층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이란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에 기반해 이스라엘의 테헤란 석유 저장고·사우스파르스 가스전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과 주변 걸프 국가들의 에너지 시설을 타격해왔다.

전쟁이 4주차 접어들면서, 미·이스라엘과 이란 양측은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초래할 수 있는 에너지 시설 표적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정부, 에너지 회사 발표 자료 등을 검토한 결과 전쟁 이후 20일 기준 9개국에서 최소 39곳의 석유 정제 시설,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등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고 집계했다. 에너지 시설 공격에 대한 공식적 집계는 없으며, 실제 더 많은 공격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에너지 전문가 클레이턴 시글은 “전쟁이 길어질수록 양측이 자신들의 가장 강력한 에너지 지렛대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높다”며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은 쉽게 되돌릴 수 없다”고 NYT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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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도시 하이파의 정유 시설에서 가스가 연소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8일 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규모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을 공격하자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카타르의 세계 최대 규모 LNG 수출 터미널인 라스라판을 공격하면서 에너지 전쟁은 격화되는 조짐을 보였다. 이란은 카타르 외에도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의 정유 시설 등 최소 10곳을 공격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카타르 가스 시설에 대한 추가 공격을 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도 사우스파르스에 대한 추가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확전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전쟁으로 피해를 본 석유·천연가스 생산·처리 시설을 복구하는 데 드는 기간도 중요한 변수다. 국영 카타르에너지는 이번 공격으로 카타르 LNG 수출 능력의 17%가 손상됐으며, 피해 복구에는 최대 5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또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기 위해 이용하는 석유 수출 터미널을 겨냥한 공격도 이어가고 있다.

한편 미국은 치솟는 국제 유가를 억제하기 위해 이란산 원유 판매를 한 달간 허용하기로 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전날 엑스에 “현재 해상에 발이 묶여있는 이란산 원유에 대한 판매를 허용하는 매우 제한적이고 단기적 조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란 석유부 대변인은 “현재 이란은 해상에 남아 있는 원유가 없고 다른 국제 시장에 공급할 물량도 없다”고 일축했다.


☞ ‘에너지 전쟁’ 격화에 놀란 트럼프, 이란에 “카타르 공격 않는 한 이스라엘 추가 공격도 없어”
https://www.khan.co.kr/article/20260319145300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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