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 공정 축소로 생산원가 절감 효과
부산물 수소는 제철소로…원료 공급망 방패 굳힌다
그래픽=비즈워치 |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메탄가스. 그동안은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 연료로만 생각하기 쉬웠지만 최근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 가스를 아주 귀한 원료로 바꾸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배터리 음극재의 핵심 원료인 흑연을 가스에서 추출하는 것인데요.
그동안 땅속 깊은 광산에서 힘들게 캐내야 했던 흑연을 이제는 공중에서, 그것도 가스를 분해해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포스코퓨처엠이 미국의 혁신 기업 몰튼(Molten)과 손잡고 시작한 이 특별한 도전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채굴에서 분해로
포스코퓨처엠 세종음극재공장 생산라인./사진=포스코퓨처엠 |
전기차 배터리에서 리튬 이온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음극재는 대부분 흑연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동안은 광산에서 채굴한 천연흑연이나 석유 부산물로 만든 인조흑연을 주로 써왔는데요. 여기엔 몇 가지 숙제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순도입니다. 땅에서 캔 흑연에는 금속 불순물이 섞여 있어 이를 씻어내는 정제 공정에 많은 비용과 에너지가 듭니다. 둘째는 공급망입니다. 특정 국가나 광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자원 무기화 같은 대외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죠.
포스코퓨처엠이 선택한 해법은 아예 원료를 확보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광산 대신 메탄가스를 활용하기로 한 것이죠.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몰튼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메탄가스를 열분해해 흑연을 제조하는 기술을 보유한 곳입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메탄가스에 강력한 열을 가하면 가스 형태였던 메탄이 탄소(C)와 수소(H₂)로 분리됩니다. 이때 분리된 탄소가 바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고순도 흑연이 됩니다.
가스에서 직접 뽑아내다 보니 광산에서 캔 것보다 금속 불순물이 훨씬 적습니다. 덕분에 복잡한 정제 과정을 대폭 줄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음극재를 만드는 비용도 크게 아낄 수 있습니다. 더 깨끗하고 더 저렴한 흑연이 탄생하는 셈이죠.
홍영준(왼쪽) 포스코퓨처엠 기술연구소장과 캘럽 보이드 몰튼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지난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메탄가스를 활용한 천연흑연 음극재 원료 공동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포스코퓨처엠 |
이번 협력에는 원료 생산부터 완제품 제조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공정이 포함됐습니다. 우선 미국의 몰튼이 메탄가스를 분해해 흑연을 생산하면, 포스코퓨처엠의 자회사 퓨처그라프가 이를 넘겨받아 배터리용 구형흑연으로 가공합니다. 이후 포스코퓨처엠 세종공장에서 천연흑연 음극재로 최종 완성되는 구조입니다.
배터리는 채우고, 공급망은 세우고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HyREX(하이렉스) 기술 공정을 표현한 모형./자료=포스코 |
이번 협력의 진짜 묘미는 흑연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에 있습니다. 메탄을 분해하면 탄소 옆에 붙어있던 수소가 쏟아져 나오는데요. 포스코그룹 입장에서 이 수소는 버릴 게 하나 없는 귀한 자원입니다.
이 수소를 활용해 전기를 만들 수도 있고 포스코의 차세대 철강 기술인 '수소환원제철'에 원료로 공급할 수도 있습니다. 배터리 소재를 만들면서 동시에 깨끗한 에너지원까지 얻는 '일석이조'의 시너지를 내는 것입니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미 아프리카 광산에서 흑연 원광을 확보하는 등 공급망 다변화에 공을 들여왔습니다. 여기에 이번 메탄가스 흑연 기술까지 더해지면 땅과 하늘 양쪽에서 원료를 확보하는 탄탄한 방패를 갖게 됩니다.
홍영준 포스코퓨처엠 기술연구소장은 "기존 광산 의존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핵심 원료를 확보할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자신했습니다.
단순히 연료로만 쓰이던 메탄가스의 화려한 변신. 배터리 속으로 들어간 이 가스표 흑연이 우리 전기차의 달리기 성능을 얼마나 더 높여줄지 기대됩니다.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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