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복귀 공연이 열렸던 서울 광화문 무대가 22일 철거되고 있다. 이준헌 기자 |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은 경찰의 ‘원천 봉쇄’로 안전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대가는 시민들의 자유였다. 일부 시민들은 결혼식 시간을 급히 조정했고, 통행 제한을 받았으며, 검문·검색을 감당해야 했다.
2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공연 시작 시간인 오후 8시쯤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 기준 광화문 광장과 덕수궁 일대는 4만2000~4만4000명가량의 사람이 모였다. 경찰이 예측한 26만명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경찰은 한두달 전부터 준비했던 대대적인 인파 관리를 수행했다. 안전 관리를 위해 투입된 경찰·서울시·자치구·소방당국 인력, 주최(소속사 하이브) 측 운영요원 등은 총 1만5000여명이었다. 광화문 광장엔 안전 펜스와 함께 31개의 게이트가 설치됐고 게이트의 문형 금속탐지기(MD)에선 경찰의 검문·검색이 이어졌다. 공연 전날 밤부턴 인근 도로가 통제됐고, 공연 전엔 지하철이 이 인근을 무정차 통과하도록 했다.
결혼식은 당기고, 박물관·공연장은 문 닫고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 당일인 지난 21일 무대와 관람석이 설치된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강윤중 기자 |
이날 광화문 인근 예식장에서 결혼을 계획한 신랑·신부들은 교통 통제로 불안에 떨었다. 신랑 A씨(35)는 정오에 시작하는 결혼식을 오전 11시로 당겼다. A씨는 “식장의 보증 인원에도 못 미치는 정도로 손님이 오면 어떡하지란 걱정도 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결혼한 손모씨(36)도 “수천만원을 들여 준비한 결혼식인데, 저희 결혼은 아무것도 아니고 BTS는 대단하니까 괜찮은 건가”라고 말했다. 오후 4시 결혼식에 참여하는 하객 일부는 청첩장을 보여준 뒤 경찰 버스를 타고 예식장으로 이동했다.
광화문 인근 도서관이나 박물관, 공연장 등은 미리 21일 휴업 공지를 내렸다. 경복궁·덕수궁·국립고궁박물관·어린이박물관·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이 휴관했다. 세종문화회관의 대극장 등 공연장과 전시공간도 휴관했다. 광화문 인근 회사들 대부분은 공연 전날인 20일 금요일 오후 ‘전 직원 반차 사용’을 공지했다.
검문·검색은 어디까지?…멀리서 소리도 못 들어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일인 지난 21일 무대와 관람석이 설치된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향하는 출입구에서 검색이 진행되고 있다. 권도현 기자 |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검문·검색을 당해야 했다. 맥가이버칼을 들고 다니던 80대 남성은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고, 호신용 스프레이를 들고 다니던 50대 여성은 인근 파출소로 인계됐다. 시청역 인근에서 짐 검사를 받은 송모씨(27)는 “광화문에서 시위할 땐 아무도 걱정 안 하다가 BTS 공연엔 이렇게까지 통제하다니, 급을 나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경찰의 통행로 통제에 따라 주변을 계속 맴돌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검문·검색이 이뤄지기도 했다. 김밥을 팔러온 이길숙씨에게 시청 직원이 “나가라”며 김밥을 압수하기도 했고, 잠시 쉬기 위해 광장 인근 건물 계단에 앉아있던 이모씨(56)에겐 경찰이 “계속 움직여달라”고 했다.
티켓이 없어서 공연장 바깥에서 소리라도 듣고자 했던 아미(BTS 팬)들도 공연장 주변에 발을 딛기 어려웠다. 아미 전윤희씨(65)는 “티켓이 없으니 밖에서 음악이라도 들으려고 왔는데 음향도 잘 안 들린다”며 “역사적이고 의미 있는 자리니까 함께하고 싶었는데, 아예 막아버리니 아쉽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인근 건물 앞 계단 등에 앉아 휴대전화로 공연 생중계를 보는 팬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움직이세요” 경찰 통제에…상인들 ‘아미 대목’은 제한적
광화문 인근 편의점에 ‘아미 대목’을 위해 쌓아둔 바나나우유. 엑스(X) 갈무리 |
최대 26만명의 인파가 운집할 것이란 예상에 상인들은 ‘아미 대목’을 맞을 것을 기대하며 한껏 준비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파리 날렸다”는 상인들이 적지 않았다.
삼계탕집을 운영하는 배용숙씨(70)는 “원래 토요일에 오는 손님 수보다 적었다”며 “BTS 사진도 가게 앞에 붙여놨는데 (장사가) 잘 안됐다”고 말했다. 인근 토스트, 포케, 삼계탕 가게와 술집까지 모두 한적했다. 편의점들은 비교적 ‘아미 특수’를 봤으나 예상 인파와 달리 사람들이 적게 오면서 김밥과 음료 재고가 쌓여있었다.
전날 공연장 인근의 경찰 통제로 인해 사람들은 한 자리에 머물 수 없고 안전 펜스를 따라 계속 돌아야 했다. 경찰들이 계속 “움직이세요”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동선이 차단된 공연장 외부 상가는 손님을 받을 기회가 적었다.
‘광화문=집회’ 공식도 무너뜨린 공연…단체들엔 수 차례 제한 통고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로 복귀하는 방탄소년단(BTS)의 ‘BTS 컴백 라이브: ARIRANG’ 공연이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번 공연은 세계 190개국에 생중계된다. 사진공동취재단 |
경찰은 16~21일 엿새간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리던 집회들에도 제한 통고를 내렸다. 공연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가 이유였다. 서울시도 경찰에 공연장 주변 집회·시위를 금지시켜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매주 토요일 광화문 인근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열리던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는 두 번의 제한 통고를 받고 결국 명동에서 진행됐다. 유지 팔레스타인긴급행동 활동가 “평소 집회와 시위에서 헌법적 권리 행사를 제한하는 것에 비하면, 이번엔 정부가 자본의 편의를 위해 일사천리로 일을 해결해준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인권네트워크운동 ‘바람’은 지난 19일 성명을 내 “안전 인력 배치는 필요하지만 경찰을 비롯한 정부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며 “광화문 광장은 공공의 장소이며 집회의 권리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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