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디모나 지역에서 응급 구조대원들이 현장을 조사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8시간 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이란의 각종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위협하자 이란은 더욱 심각한 보복으로 대응하겠다고 맞받았다.
이란 군 대변인은 21일 반관영 타스님통신에 “이란은 최근 며칠 동안 ‘눈에는 눈’ 식 대응을 넘어서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했다”며 “적의 모든 실수에 대해 더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적이 하나의 기반 시설을 공격하면 우리는 그들의 여러 기반 시설을 공격할 것이고, 정유 시설이나 가스 시설을 공격하면 우리는 유사한 시설 여러 곳을 공격할 것”이라며 “그들은 우리가 혹독한 교훈을 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적의 모든 실수에 예상 밖의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며, 그들의 이익을 불태울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이란의 입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최후통첩’을 날린 직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 시각부터 48시간 이내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 없이 완전히 개방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그들의 여러 발전소를 공격해 초토화할 것이며 가장 큰 시설부터 타격할 것”이라고 했다.
이란이 원유 교역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고 국제 유가가 급등세를 이어가자, 미국은 이란의 국가 기반 시설까지 타격 범위를 넓히겠다며 고강도 압박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의 이 같은 최후통첩은 미국이 이란 민간인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기반 시설까지 타격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도 갖는다.
현재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은 서로 핵시설 인근 지역을 타격하며 대립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은 이날 이스라엘의 핵원자로가 있는 남부 사막 도시 디모나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는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보복 성격을 띤다. 이스라엘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으나, 같은 날 이란은 자국 핵심 핵시설인 나탄즈 우라늄 농축단지가 피격됐다고 밝혔다. 다행히 두 공격 모두 방사성 물질 유출 등의 위험 상황은 보고되지 않았다.
이란의 미사일 위협이 종전보다 더욱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은 20일 오전 본토에서 4000㎞ 떨어진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의 영국·미국 공동 군사기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란이 이 같은 거리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사거리를 2000㎞로 제한해 온 이란이 상한선을 넘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발사는 영국 런던이나 프랑스 파리 등 서유럽 주요 도시가 이란의 공격 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한다.
여기에 더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본격적으로 참전할 경우 향후 전쟁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후티 반군이 이란을 도와 역내 선박 운항을 방해하고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을 타격하는 등 전방위적 군사 행동에 나서면서 전쟁의 불씨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은 현재 인근 걸프 지역 국가에 대한 공격도 이어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는 이날 수도 리야드를 향해 미사일 세 발이 날아오는 것을 탐지했고, 이 중 한 발은 요격했으나 나머지 두 발은 비거주 지역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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