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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사람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 “다양성 교육은 왜 ‘정답’을 가르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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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한국 사회에서 '다양성'은 흔히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것' 정도로 인식된다. 하지만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의 관점은 더 날카롭다. 그는 다양성을 단순한 현상이 아닌, 누가 배제되고 포함되는지를 결정하는 '정상성'의 권력 구조를 해체하는 운동으로 정의한다.

22일 <메트로경제 신문> 이 한국다양성연구소의 김지학 소장과 만났다. 억압의 사슬을 끊고 모두가 해방되는 사회를 꿈꾸는 김 소장의 히스토리와 그가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담았다.

김 소장이 다양성 운동에 투신하게 된 계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해방'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학창 시절, 그는 늘 우울했고 삶의 목표가 없었다. 당시에는 그 이유가 단순히 자신이 '공부를 못하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유학 시절 접한 다양성 훈련은 그의 세계관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았다.

"내가 느낀 불행은 개인의 무능력이 아니라 학벌중심주의, 자본주의, 나이 차별이 결합된 사회적 억압이었습니다. 이 '정상성'에 의한 압박이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등 모든 소수자가 겪는 억압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미국 유학 당시 만난 멕시코 출신 여성 교수의 '편견의 심리학' 수업은 결정적이었다. 선주민 남성으로 살며 한 번도 의심해 보지 않았던 인종과 성별의 특권이 타인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직면한 것이다. 이후 그는 NCCJ(The National Conference for Community and Justice)에서 다양성 훈련을 익히며, 이를 한국적 맥락에 맞게 변혁해 한국다양성연구소를 설립했다.

한국다양성연구소는 어느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모두가 포함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다양성운동 단체다. 다양성운동은 차별과 억압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이해하고 사회변화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을 세우는 교육·캠페인·연구와 같은 실천을 뜻한다.

한국다양성연구소의 핵심 사업인 '다양성 훈련'은 기존 인권 교육과는 궤를 달리한다. 주입식 강연이 아니라 참여자가 몸과 입을 움직이는 참여형 교육이다. 김 소장은 교육의 힘을 믿지만, 그 방법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변화는 경험, 감정, 대화, 연결, 공감을 통해 일어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연구소는 '훈련(Training)'이라는 표현을 고집한다. 이는 사회의 단면을 간접 경험하게 하는 '직면 활동'을 통해 참여자가 스스로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자신이 가진 수많은 사회적 정체성 속에서 '특권 그룹'과 '억압 그룹'에 속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

김 소장은 "한국다양성연구소의 다양성훈련의 가장 큰 특징은 '정답'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참여자들이 다른 사람의 경험을 들으며 자신의 세계를 재구성하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김 소장이 특히 우려하는 문제는 '경제 성장을 위해서 소수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라는 말처럼 차별이 점점 더 '정당화'돼 가는 현상이다. 시험주의 수준에 불과한 능력주의에 기반한 공정담론이 차별과 억압을 어쩔 수 없는 일(그저 경쟁에 결과에 승복해야 하는 당연한 일)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혐오표현이 '표현의 자유'와 같은 말들로 포장되고 공론장에서조차 용인되는 의견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도 심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뿐 아니라 법과 제도, 그리고 사회적 규범 차원에서 '무엇이 차별인지' 명확히 하고 차별을 금하고 책임을 묻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거센 '역차별' 논쟁에 대해 김 소장은 단호하다. "차별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차별이라 부를 수 없기에 표현 자체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다. 역사적으로 소수자 지원 정책이 기득권 그룹보다 유리한 구조를 만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특히 1020, 2030 남성들이 느끼는 역차별 인식은 '구조적 불안'과 '공정 담론'의 결합이라고 분석한다. 극심한 경쟁 사회에서 자신의 몫을 뺏길지 모른다는 공포가 인권을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정치가 이 불안을 해결하는 대신 특정 집단을 희생양(Scapegoat) 삼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날 선 비판도 덧붙였다.

"여성을 향한 분노를 자신을 실제로 억압하는 가부장제 자본주의 구조로 돌려야 합니다. 자본의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정상성'의 기준이 남성 자신들조차 얼마나 옥죄고 있는지 깨닫는 것이 중요하지요."

최근 기업들이 도입하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과 우려를 동시에 표했다. 이미지 관리나 성과 도구로만 소비될 경우, 구조적 변화 없는 '껍데기 다양성'에 머물 수 있다는 경고다. 진정한 DEI는 '나답게 살자'는 위로를 넘어, 나답게 살지 못하게 방해하는 조직 내 권력 구조를 파헤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사회적 인식 변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김 소장은 상향식 접근(교육)과 하향식 접근(법·제도)의 병행을 주장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같이 무엇이 차별인지 알려줄 수 있고 차별당한 사람을 구제해 줄 수 있는 법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혐오 표현이 '표현의 자유'로 포장되는 현실을 비판하며, 차별에 책임을 묻는 명확한 사회적 규범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다양성 담론이 '나와 상관없는 소수자들의 이야기'로 치부되는 현실을 경계한다. 우리 모두는 늙고, 병들며, 언젠가 장애를 가질 수 있는 존재다. 결국 다양성은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라는 공존의 문제이자, '어떻게 자원을 나눌 것인가'라는 사회 정의의 문제다.

그의 목표는 명확하다. 더 많은 시민이 억압의 구조를 깨닫고 이를 변화시키는 주체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민들에게 한국다양성연구소의 후원회원이 되어줄 것과 일상의 당연함에 질문을 던지는 연습을 시작할 것을 권한다.

"일상에 작은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 쌓일 때, 비로소 사회는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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