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지난 20일 소방 당국이 야간 인명수색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
지난 20일 오후 1시17분쯤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불이 나 약 10시간30분 만인 오후 11시48분쯤 꺼졌다. 이번 화재로 사망자 14명과 부상자 60명 등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인명피해가 커진 데는 공장 건물 구조와 공장 내부 환경에 따른 급격한 연소 확대, 공장 내 위험물질, 휴게(점심)시간 중 화재로 인한 대피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화재 공장, 샌드위치패널로 두 차례 증축
화재가 난 공장은 자동차 엔진벨브 등을 만드는 곳으로 1953년 설립된 직원 364명 규모의 중견기업 안전공업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곳이다. 불이 난 공장은 대지면적 약 1만3757㎡, 건축면적 5907㎡에 지상 3층 짜리 건물 2개동(연면적 1만9730㎡)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처음 지어진 3층 짜리 본관 건물은 1996년 준공됐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해당 건물 옆에 2010년 지상 1층 짜리 별도 건물로 신축됐다. 다음해 1층 증축이 이뤄졌고, 2014년 12월 2~3층이 추가 증축돼 지금의 형태가 됐다. 이 건물은 화재로 전소됐고, 건물 한 쪽이 무너져 내렸다.
화재 건물은 철골구조를 기반으로 벽면과 지붕이 샌드위치 패널로 돼 있다.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한 조립식 건물은 기본적으로 불이 나면 빠르게 번지는 화재 취약성을 갖고 있다. 2024년 23명이 숨진 경기 화성 아리셀 화재 때도 샌드위치 패널 구조물이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었다.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당국은 신고 9분만인 오후 1시26분쯤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7분 뒤 다시 대응 2단계로 격상하며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화재 초기 브리핑에서 “건물 자체가 조립식 건물이고 연소 확대가 빠른데다 건물 붕괴 우려도 있어 소방대원이 진입을 하다 철수를 하고 하다보니 화재 진압이 늦어졌다”고 밝혔다.
다만 대덕구 관계자는 “화재 공장에는 불에 1시간 정도 견딜 수 있는 난연 2급 판넬이 내·외부에 모두 사용됐으며, 과거 사용되던 스티로폼이 들어간 구조와는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공장 내 기름때, 폭발 위험 물질도 있어
소방당국은 공장 내부 환경을 상황 악화 요인으로 꼽는다. 남득우 대덕소방서장은 “가공 공정에서 절삭류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기름때가 천장 등에 남아 있게 되고 집진 설비나 배관에 슬러지 같은 것도 많이 존재한다”며 “미상의 원인으로 발생한 불이 그걸 타고 순식간에 연소 확대 되지 않았을까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화재 당시 공장 불길은 순식간에 퍼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 화재 당시 공장에서 다량의 연기가 발생하자 119로 화재 신고가 쏟아졌는데 “1층과 3층에서 검은 연기가 많이 나온다”는 신고들이 있었다. 119 신고 시점에 이미 연기가 3층까지 퍼져 있었기 때문에 내부에 있던 공장 직원들의 탈출이나 구조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병근 안전공업 노동조합 위원장은 22일 화재 현장에서 가진 언론브리핑을 통해 “노조는 그간 산업안전보건회의 등을 통해 집진시설과 공조·배관 등 화재 위험 요소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해왔다”며 “특히 유증기와 기름 찌꺼기 등이 축적될 가능성을 지적하며 주기적인 점검과 청소 필요성을 제기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은 화재라도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예방 조치를 요구해 왔지만, 이같은 위험 요소가 화재 확산 가능성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대형 화재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지난 21일 소방과 경찰 등 관계자 등이 희생자를 수습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
공장 내 보관돼 있던 위험물질도 화재 진화에 장애 요인이었다. 불이 난 공장에는 화재 건물 밖 별도 장소에 금속 나트륨 101㎏과 나트륨 폐기물 2드럼이 보관돼 있었다. 공장에서 쓰는 비철 금속의 순도를 높이는 제련 과정에서 냉각재로 금속 나트륨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 나트륨은 폭발성이 강한 위험물질로 관리되고 있다. 화재 발생 초기 소방당국은 현장에서 금속 나트륨이 폭발할 가능성 때문에 조심스럽게 화재 진압에 나서며 보관돼 있던 금속 나트륨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 조치했다.
남 서장은 “금속 나트륨은 물이 닿으면 폭발할 수 있기 때문에 불이 붙지 않은 게 다행이고, 불이 붙거나 했다면 폭탄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면서 “처음에 나트륨이 있는 곳이라 물을 제대로 쓰지 못하니까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그쪽을 방어하기 위해 소방력도 조금 이동 배치를 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발생한 화재로 대피 어려
불이 난 시간 역시 문제였다. 화재 신고가 처음 접수된 시간은 오후 1시17분쯤이다. 불이 난 공장은 낮 12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를 점심·휴게 시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화재 당시 직원 170명이 공장 내에 있었다. 연기가 삽시간에 퍼져 나가자 직원들이 유리창을 통해 탈출하는 과정에서 여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최초 발화지점이 1층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앞선 건물 구조와 내부 상황으로 인해 연기와 불길이 위쪽으로 급속히 퍼져 대피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공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직원들은 점심 시간 회사 내 휴게실이나 건물 내 주차된 차량 등에서 쪽잠을 청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경우도 많다. 일부는 화재 인지가 늦어져 미쳐 대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망자를 보면 2층 휴게실 입구에서 1명, 헬스장에서 9명이 발견됐다. 1명은 1층 화장실에 있었고, 2층 물탱크실 입구에서 대피 도중 숨진 것으로 보이는 3명의 사망자가 발견됐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2층 헬스장은 2~3층과 건물 내 주차장을 증축하면서 여유 공간을 활용해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 증축한 공간으로도 파악됐다. 대덕구 관계자는 “화재 건물은 3층과 옥상 주차장 등을 증축했는데 9명의 사망자가 발견된 공간(헬스장)이 주차장 올라가는 길에 계단참(수평으로 길게 이어지는 부분)이 있어 층고가 5.5m 정도되는 공간을 막아 복층 형태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공간은 증축 과정에서 허가 사항에 들어가 있지 않았고, 도면과 대장에서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22일 장관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번 화재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목되는 샌드위치 패널 구조, 불법 증개축 문제 등 건축물에 대한 안전관리를 전면 재검토할 것을 국토교통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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