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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말만 믿었다간”…전세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할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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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에서 중개사 책임 확대 흐름…전액 보상은 아냐
계약 전 ‘확인·기록’이 보증금 좌우
동아일보

전세 계약 과정에서 공인중개사의 설명과 확인 의무가 강화되는 가운데,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권리관계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전세 계약에서 공인중개사의 설명을 들었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법원은 중개사의 확인·설명 의무를 기존보다 넓게 인정하는 판단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다만 손해를 전액 대신 보전하는 구조는 아니어서, 계약 단계에서 임차인이 어떤 정보를 확인했는지가 여전히 보증금 회수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법원은 전세 분쟁에서 “위험을 알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위험이 제대로 설명됐는지”를 주요 기준으로 본다. 단순히 설명을 들었는지보다, 중개사가 어떤 자료를 확인했고 어떤 방식으로 설명했는지가 책임 판단의 기준이 되는 구조다.

● “임대인 말만 믿으면 과실”…중개사 책임 판단 기준


형사 전문 조수진 변호사(법률사무소 더든든 대표)는 “현재 판례는 공인중개사의 설명 의무를 일반 거래 관행보다 넓게 본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특히 문제 삼는 건 두 가지다.

첫째, 임대인의 말만 듣고 공적 서류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경우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 건축물대장 등으로 확인 가능한 내용을 중개사가 스스로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전달했다면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임대인의 ‘정보 제공 거부’를 알리지 않은 경우다. 다가구주택의 선순위 보증금이나 신탁 관계처럼 임대인이 정보를 주지 않았을 때, 이를 “거부했다”는 사실 자체를 임차인에게 명확히 알리지 않았다면 책임이 인정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조 변호사는 “임대인이 정보를 주지 않았는데도 이를 숨긴 채 ‘문제 없다’는 식으로 설명했다면 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판례에서는 중개사의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임대인의 고의와 구분해 손해 일부에 대한 배상 책임(예: 30~60% 수준)이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다가구주택 선순위 보증금을 실제보다 축소해 설명한 사건에서 법원은 중개사에게 손해액의 60%를 배상하도록 판단했다.

● 법보다 느슨한 현실…‘정보 거부’가 가장 위험한 신호

문제는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에게 선순위 보증금, 세금 체납 여부 등을 제시하거나 열람에 동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거부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는 중요한 정보를 숨기거나 제공을 미루는 사례가 적지 않다.

법원은 이런 공백을 고려해, “정보를 안 줬다는 사실 자체를 설명해야 한다”는 기준을 강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즉, 정보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를 그대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위험 신호라는 점을 임차인에게 알려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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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계약 이후 보증금 반환 분쟁이 이어지면서, 임차인의 사전 확인과 기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입증 구조 바뀐다”…임차인→중개사로 책임 이동 가능성

이 같은 흐름은 제도 변화와 맞물리며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임대인이 선순위 보증금 등 핵심 정보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별다른 제재가 없고, 중개사가 이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임차인이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부동산 정보 통합 조회 시스템’이 도입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등기정보, 전입 세대 현황, 체납 정보 등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되면, 중개사가 해당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설명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중개사 측에서 확인 의무를 다했는지 입증해야 하는 방향으로 판단 기준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조 변호사는 “정보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중개사의 확인·설명 의무 기준은 더 엄격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확인 안 하면 밀린다”…보증금 좌우하는 5가지

전문가들은 전세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확인’과 ‘기록’을 꼽는다. 단순히 설명을 듣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보증금보다 먼저 변제될 권리가 무엇인지 구조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우선 등기부등본을 통해 근저당 설정 여부와 규모를 확인하고, 다가구주택의 경우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 등 선순위 권리관계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이는 경매 상황에서 실제로 배당 순서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확정일자와 전입 세대 현황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특히 다가구주택은 세입자 순서에 따라 배당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단순히 “문제 없다”는 설명만 믿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등기부에 ‘신탁’ 문구가 있는 경우도 주의가 필요하다. 이 경우 계약 상대방이 실제 임대 권한을 가진 사람이 아닐 수 있어, 신탁원부를 통해 계약 체결 권한자를 확인해야 한다.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 역시 중요한 변수다. 국세나 지방세는 일정 요건에서 보증금보다 우선 변제될 수 있어, 체납 사실이 있는 경우 보증금 회수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다. 이 문서의 ‘공시되지 않은 권리관계’ 항목에는 임대인이 제공하지 않은 정보나 특이사항이 기재되는데, 이른바 ‘정보 제공 거부’ 여부가 표시돼 있는지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설명보다 기록”…분쟁 가르는 결정적 차이


전세 분쟁에서 핵심 증거는 “설명을 들었다”는 기억이 아니라, 어떤 설명이 어떤 형태로 남아 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조 변호사는 “계약 과정에서 확인한 내용은 가능하면 문서로 남기고, 필요하다면 녹음 등으로 계약 과정을 남겨두는 것도 분쟁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전세 계약은 ‘괜찮다’는 말에 의존하는 거래가 아니라, 확인된 서류와 남겨진 기록으로 스스로 방어하는 거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 팩트필터|전세 계약 전 확인할 5가지
※ 아래 항목은 보증금 회수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
① 선순위 권리관계 확인
→ 근저당, 기존 임차인 보증금 등 ‘내 보증금보다 먼저 나갈 돈’ 규모 확인
② 확정일자 및 전입 세대 현황 확인
→ 다가구주택은 세입자 순서에 따라 배당 결과가 달라짐
③ 등기부 ‘신탁’ 여부 확인
→ 신탁 부동산은 계약 권한자가 따로 있을 수 있어 신탁원부 확인 필요
④ 임대인 세금 체납 여부 확인
→ 국세·지방세는 보증금보다 우선 변제될 수 있음
⑤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확인
→ ‘공시되지 않은 권리관계’ 항목에 무엇이 기재됐는지 반드시 점검
→ ‘정보 제공 거부’ 문구가 있는지 확인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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