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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한 대 값, 야구 유니폼에 태웠죠”…15년 동안 1억 써서 ‘550벌’ 채운 LG트윈스 덕후 [덕후 계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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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흑백TV에서 시작된 44년 ‘청룡·줄무늬 사랑’
“박용택 존, 따로 있다”…실착 유니폼 위해 경매도 불사
희귀 유니폼 리셀해 김치냉장고 장만까지…“목표는 1000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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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수집한 유니폼만 약 550벌. 유니폼에 들인 비용만 무려 1억원대다. 여기에 모자와 사인볼, 응원도구 등 각종 굿즈 700여 점을 더하면 지금까지 모은 굿즈는 1200점을 훌쩍 넘어선다.

박물관 수준의 어마어마한 컬렉션의 주인공은 LG트윈스 팬 최용규(53) 씨다.

최 씨의 창고는 그야말로 LG트윈스의 역사다. 가장 왼쪽에는 1982년 MBC청룡의 창단 유니폼을, 오른쪽으로 갈수록 해를 거듭하며 변화한 LG트윈스의 유니폼을 걸어놨다. 나열한 유니폼을 따라가면 LG트윈스가 걸어온 유니폼의 역사를 단번에 읽을 수 있다.

그는 “15년 전만 해도 40벌 정도였는데 야구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자 본격적으로 유니폼 수집을 시작했다”며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과거 매물을 찾는 등 갖은 노력을 통해 지금의 컬렉션을 완성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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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3월 27일, ‘만루홈런’이 인생을 바꾸다
최 씨의 인생이 야구로 물든 건 1982년 3월 27일. 초등학교 4학년 소년이었던 그는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집에서 TV를 봤다. 당시만 해도 흑백TV였다. 때마침 동대문야구장에서의 MBC청룡과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 프로야구 개막전이 한참이었다.

7대7로 맞선 연장 10회말. MBC청룡의 이종도가 대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을 쏘아 올렸다. KBO의 사상 첫 만루홈런이다.

짜릿한 순간을 목격한 최 씨는 전율을 느꼈다. “이게 야구구나!” 감탄과 함께 시작된 팬심은 MBC청룡을 거쳐 MBC청룡을 인수한 LG트윈스로 그대로 이어졌다.

“경매로 70만원에 낙찰받기도 했죠”…박용택을 향한 진심
최 씨는 비교적 최근부터 유니폼을 모으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야구장에 유니폼을 입고 가는 문화가 대중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관중석 사진만 봐도 대부분 일상복 차림으로, 유니폼을 갖춰 입은 팬은 극히 드물었다.

“야구 유니폼을 개인이 살 수 있다는 것조차 몰랐어요. 친구 덕분에 굿즈샵의 존재를 알게 된 후부터 본격적으로 유니폼을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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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2009년 사이에 관중석에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하나둘 늘어나더니 이제는 유니폼이 야구장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2025년 스포츠 의류 전체 거래액은 전년 대비 55% 증가했는데, 그중에서도 야구 유니폼 카테고리의 성장이 압도적이다. 미국 프로야구(MLB)와 KBO리그를 합친 야구 유니폼 상의 거래액은 전년 대비 63% 늘었다. 선선한 날씨에 입기 좋은 아우터류는 무려 250%나 급증했다.

최 씨의 방대한 컬렉션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LG트윈스의 영구결번 ‘박용택(현 야구 해설위원)의 지분’이다. 박용택 유니폼만 80벌 이상 소장할 만큼 깊은 애정을 자랑한다.

그가 이토록 박용택을 좋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단순히 야구를 잘하는 선수를 넘어 2002년 데뷔부터 2020년 은퇴까지 줄곧 LG트윈스의 줄무늬 유니폼만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빈 ‘프랜차이즈 스타’이기 때문. 최 씨를 비롯한 수많은 LG트윈스 팬에게 박용택은 팀의 혹독한 암흑기를 함께 견뎌내며 자존심을 지켜준 존재였다.

박용택은 19시즌 동안 KBO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통산 2237경기 출장(은퇴경기 포함), 9138타석, 8139타수, 2504안타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며 해당 부문 역대 1위(은퇴 시점 기준)에 이름을 올렸다. 또 세 차례의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을 때마다 그는 금전적 이득보다 팀과 팬을 택하며 줄무늬 유니폼을 고수했다. 끝까지 의리를 지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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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최 씨는 희귀한 박용택 유니폼이 시장에 나오면 손에 넣으려 한다. 특히 선수가 입은 ‘실착 유니폼’을 얻기 위해서라면 과감한 결단도 마다하지 않는다. 다른 경쟁자들이 가격을 조금씩 올릴 때 그는 망설임 없이 70만원을 제시해 단숨에 낙찰받았다.

소장품 중에는 고려대학교 야구부 시절 입었던 박용택의 유니폼도 있다. 최 씨가 아끼는 유니폼 중 하나다. 그는 “박용택 선수 본인에게 보여주니 ‘어떻게 이것도 있느냐’고 깜짝 놀라더라”며 “창고에는 ‘박용택 존’이 따로 있을 정도”라고 웃어 보였다.

그는 박용택 외에도 오지환, 홍창기 등 팀을 상징하는 프랜차이즈 선수들에게도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덕질도 하나의 자산으로…“유니폼 팔아 김치냉장고 사줬어요”
물론 가족의 시선이 늘 고운 것만은 아니다. 억 단위의 돈이 야구 굿즈에 들어갔으니 아내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이다. 최 씨는 “용돈을 아껴가며 구매하기 때문에 큰 간섭은 없지만, 지난해에만 20벌이나 새로 산 건 아직 아내에게는 비밀”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유니폼 한 벌당 가격을 대략 13만5000원으로 잡아 계산하면 작년 한 해에만 300만원 가까이 쓴 셈이다.

가끔 눈치가 보일 땐 택배를 회사에서 받기도 한다. 워낙 소장품이 많다 보니 나중에 슬쩍 진열해두면 아내도 새로 산 것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날 창고를 방문했을 때도 아직 뜯지 않은 큰 택배 상자가 눈에 띄었다. “어우, 이것도 안 뜯었구나”라며 서둘러 개봉한 상자 안에는 2025 시즌 LG트윈스 통합우승 굿즈가 가득했다. 대충 봐도 출시된 우승 굿즈를 빠짐없이 구매한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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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때로는 이 덕질도 가계에 보탬이 된다. 아내가 김치냉장고를 갖고 싶어하자 그는 갖고 있던 희귀 유니폼 3벌을 리셀(재판매)해 120만원을 마련했다. 워낙 구하기 힘든 매물이라 중고거래사이트에 올리자마자 팔려나갔다. 다만 떠나보낸 유니폼이 못내 아쉬웠던 그는 결국 나중에 해당 선수의 다른 버전 실착 유니폼을 중고거래로 다시 사들였다.

그가 특히 소중히 여기는 박용택 피규어(2010년 출시)는 정가 3만5000원이었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지금 미개봉 새 제품은 20만원을 호가한다. 여기에 박용택 친필 사인까지 더해져 몸값은 더 올라갈 수 있다. 그럼에도 최 씨는 “웬만해서는 팔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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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품 vs 가품…덕후의 눈은 속일 수 없다
덕후는 전문가와 진배없다고 했던가. 수백 벌의 유니폼을 보유한 팬답게 최 씨는 겉모양만 보고도 진품과 가품을 가려내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게 됐다. 최근에는 주문 제작 업체 등을 통해 정교하게 복제된 가짜 유니폼이 중고거래 시장에서 진품으로 둔갑해 유통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오죽하면 주변 지인들조차 유니폼을 구매하기 전 그에게 사진을 보내 “이거 진짜 유니폼 맞느냐”고 확인을 요청할 정도다.

최 씨의 감별 능력이 가장 빛을 발하는 건 ‘선수 실착 유니폼’이다. 그는 LG트윈스 선수들이 입었던 유니폼의 경우 하단 마감과 단추 개수, 목 부분의 사이즈 표기를 보면 진위 여부를 99% 확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선수 실착 유니폼이라며 가짜를 파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보통 기성복처럼 라지(L)나 투엑스라지(2XL) 같은 사이즈가 적혀 있으면 100% 가짜라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 선수용 유니폼에는 그런 식의 사이즈 표기가 아예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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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가 이토록 확신하는 이유가 있다. 실제 선수용 유니폼은 기성품 어센틱 유니폼과 달리 선수 개인의 체형에 맞춰 길이나 품(너비) 등을 정교하게 맞춤 제작해 지급하기 때문이다. 어센틱 유니폼은 선수단이 입는 것과 동일한 소재와 디자인으로 제작되지만, 일반 팬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규격화된 표준 사이즈로 출시된다.

그는 또 “단추의 경우 2016년까지는 어센틱과 실착 유니폼 모두 6개였다”며 “2017년부터 어센틱은 그대로 6개지만, 실착 유니폼은 7개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목표는 1000벌…“승리가 곧 지갑 열리는 날”
최 씨는 팬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모든 스포츠 불문율인 ‘이기는 날이 지갑 열리는 날’이라는 말처럼 최 씨 역시 LG트윈스가 승리하면 홀린 듯 굿즈샵으로 향한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면서 그날 활약한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서다.

“유니폼 뒷면에 새기는 마킹지(선수 이름·번호 용지)를 구매하면 그 수익의 일부가 선수에게 돌아간다고 들었어요”며 “팀이 이긴 날엔 굿즈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죠. 고생한 선수를 응원하는 저만의 방식입니다.”

실제로 KBO 구단들은 보통 새해 첫 달 지난 시즌 유니폼 판매 실적에 따른 1년 치 인센티브를 정산한다. 통상 마킹비 중 3000~5000원가량이 선수에게 돌아가는 걸로 알려져 있다. 2024년 시즌 대기록을 쓴 KIA 타이거즈의 김도영의 경우 스페셜 유니폼만 7만장 넘게 팔려 인센티브 수익만 3억5000만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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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문화가 드물던 2000년대 초반부터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을 누벼온 최 씨. LG트윈스 팬인 그의 최종 목표는 ‘유니폼 1000벌’을 채우는 것이다.

“매년 20벌씩 꾸준히 모으다 보면 언젠가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게 유니폼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LG트윈스와 함께해온 시간의 기록입니다. 제게 LG트윈스는 첫사랑 같은 존재예요. 첫사랑을 잊기 힘들 듯, 제 삶에서 잊히는 것 하나 없이 이 줄무늬 유니폼들과 끝까지 함께 쭉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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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AX콘텐츠랩 기자 dore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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