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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위기, 한일 협력 전환점 되나... 외시 13회 트로이카의 선택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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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원 기자의 외교·안보 막전막후 <103회>]
이혁 주일 대사, 민감한 시기에 日 언론과 인터뷰
“엄중한 시기에 한일 양국이 손 잡고 협력 해야” 강조
외시 동기인 위성락 실장, 조현 장관과 교감 있는 듯
“안보에서도 미국에 공동 대응해 협상력 높여야”
조선일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의 격화로 에너지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협력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이혁 주일 대사는 외시 13회 동기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조현 외교부 장관과의 교감하에 일본 언론과 인터뷰, '한일 경제 협력 불가피'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나무위키


지난 18일이었습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일본의 대응과 시각이 궁금했습니다. 출근길에 휴대폰으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을 살펴보다가 ‘한일 에너지 협력 불가결’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혁 주일 대사 인터뷰를 게재하면서 그의 핵심적인 발언을 제목으로 뽑은 겁니다.

평소 관심을 두고 있던 사안이어서 단번에 기사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이 대사는 인터뷰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과 관련해 “한일이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란 위기에 대비해 양국은 긴밀하게 협의할 필요가 있다”며 위기 상황에서의 공조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엄중한 세계 경제 환경 속에서 손잡고 협력할 수 있는 관계에 있는 것이 바로 한국과 일본”이라고 했습니다.

1979년 인연 시작된 외시 13회 ‘트로이카’

도쿄에 주재하는 한국 대사가 이란 전쟁의 장기화로 자칫 ‘에너지 지옥’에 빠질 수 있는 두 나라의 협력을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사의 이 같은 발언은 자신의 오랜 경험에서 나온 겁니다. 그는 주일 대사로 부임하기 전 서기관-참사관-정무공사로 세 차례 도쿄에 근무하고 일본을 담당하는 동북아1과장, 아시아태평양국장을 역임한 일본통입니다. 청와대 외교 비서관, 기획관리실장, 주베트남 대사 등의 요직을 마친 후에도 한일미래포럼의 대표로 활동하며 일본 관련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한일 관계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이 대사가 현 상황에서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한일 협력을 역설하는 것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개인 의견을 넘어선 ‘전략적 발신’으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조현 외교부 장관과의 교감을 거쳐 나온 메시지일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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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이란에 의해 사실상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 무스카트에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마침 이 대사와 위 실장, 조 장관은 1979년 제13회 외무고시에 합격, 외교관 생활을 함께 시작한 외무고시 동기들입니다. (위 실장은 서울대 외교학과 73학번, 조 장관은 연세대 정외과 76학번, 이 대사는 고려대 경제학과 76학번입니다. 조 장관과 이 대사는 대학 4학년 때 외시에 합격했는데, 1958년 2월생인 이 대사는 최연소 합격자로 기록됐습니다.) 위 실장과 이 대사는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외교비서관실에 함께 근무하면서 친밀한 사이가 됐습니다. 전북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위 대사와 조 장관은 중학교(남성중) 선후배로 공통의 지인이 많으며 편하게 대화하는 사이입니다. 50명의 13회 외시 동기 중에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온 세 사람은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후로 현재의 외교 라인이 만들어질 때 큰 역할을 했습니다.

위 실장은 북핵 문제와 한미동맹 전략에 정통한 전략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조현 장관은 다자외교와 통상, 경제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위 실장과 조 대사가 전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이 대사는 막후에서 위 실장을 도우며 일본 및 아세안 관련 사안에 대한 보고서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이 이혁씨를 주일 대사에 임명할 때 놀라는 이들이 많았지만, 이런 배경을 알고 있던 이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일본 전문가인 이 대사는 지난해 부임하기 전부터 우호적 한일 관계 유지 방안을 고민하면서 양국이 정치·경제적으로 협력하는 방안에 대해 동기인 위 실장, 조 장관과 함께 많은 의견을 나눴습니다. ‘외시 13회 트로이카’는 미중 경쟁과 중동 리스크가 교차하는 복합 위기 상황에서 일본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닛케이, 최근 한일 협력 사례 중점 보도

닛케이가 이 대사의 발언을 전면에 내세운 점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이 신문은 한일 기업인들의 여망(輿望)을 바탕으로 양국 간 경제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습니다. 이번 인터뷰 역시 일본 경제계는 물론 정책 당국의 문제 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닛케이는 실제로 양국이 이미 구체적인 협력 조치에 착수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14일 양국은 액화천연가스(LNG) 분야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고 한국가스공사와 일본 JERA는 LNG 스와프를 포함한 수급 협력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산업통상부와 일본 경제산업성 역시 공급망 협력 파트너십 구축에 합의했습니다. 이 대사는 인터뷰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일본과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에너지 협력뿐만 아니라 더 큰 차원의 기획을 구상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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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18일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 선박과 선원의 안전 확보를 위한 관계부처 및 공관 합동 상황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외교부 외에도 해양수산부, 국방부, 해양경찰청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연합뉴스


호르무즈 리스크, 구조적으로 한일 묶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리스크는 한일 양국을 구조적으로 묶고 있습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을 대부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량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에서 들어옵니다. 국내 유입 원유는 거의 전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어 이 해협의 안전은 곧 에너지 안보와 직결됩니다.

일본 역시 원유 수입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동일하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합니다. 이처럼 양국은 같은 해상 수송로에 의존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해협 봉쇄 시 에너지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이라는 이중 충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태원 회장은 이 같은 현실을 바탕으로 2024년 이후 여러 차례 공개 발언을 통해 한일 협력을 ‘경제 공동체’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구상을 밝혀왔습니다. 최 회장은 “한일의 교역량이 크게 늘었지만 이제 무역만으로는 함께 경제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며 “(한일 경제공동체를 만들면) 사회적 비용과 경제 안보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EU, 중국에 이어 세계 4위 규모 경제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수로 자리 잡은 환경에서 양국이 생존 전략 차원의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입니다.

안보 영역까지도 공조해야

한일 협력은 경제를 넘어 안보 영역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동맹국들에 대해 해상 안전 확보와 군사적·재정적 기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개별 대응보다는 사전 조율을 통한 공동 대응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과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한국과 일본은 파병, 재건 지원 등으로 개별 대응한 전례가 있습니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대응 범위와 방식, 부담 수준을 사전에 협의한다면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보다 높은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동맹 관리와 국익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한일 간 전략적 공조는 현실적인 선택지로 평가됩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위기는 한일 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제공하고 있는 듯합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조현 외교부 장관, 이혁 주일 대사의 외시 13회 트로이카가 에너지와 공급망, 안보와 위기 속에서 시작된 협력 논의를 어느 단계까지 발전시킬지 주목됩니다.

[이하원 외교안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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