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이혼 건수는 8만8000건 수준으로 감소하며 2000년대 초반 정점 대비 절반 규모로 줄어든 흐름을 보였다. 조이혼율 역시 1점대 중반까지 낮아지며 장기적으로 1990년대 중반 수준에 근접했다. 게티이미지 |
옆에 앉은 남편의 무심한 옆얼굴을 힐끗 보며 ‘차라리 우리가 양반이지’라는 생각이 스친다. 자극적인 갈등 장면이 오히려 자신의 결혼생활을 되돌아보게 하는 순간이다. 신혼 이혼이 급증한다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실제 국내 이혼 규모는 장기적으로 감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2일 국가데이터처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혼 건수는 8만8000건 수준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이후 급증했던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규모다.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를 뜻하는 조이혼율 역시 1점대 중반까지 낮아졌다. 조이혼율 기준으로 보면 현재 수준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가장 낮은 흐름으로 평가된다.
◆확 바뀐 이혼 성적표…결혼 초기 파탄 감소
결혼 초기 이혼 감소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혼인 지속 기간 5~9년 구간의 감소 폭이 가장 컸고, 4년 이하 부부의 이혼 역시 함께 줄어드는 흐름이다. 결혼 초 갈등이 곧바로 파탄으로 이어진다는 기존 통념과는 다른 양상이다.
유배우 인구 대비 이혼 비중 역시 낮아지는 흐름이 확인된다. 단순히 혼인 자체가 줄어 생긴 착시라기보다 관계를 유지하려는 현실적 선택과 갈등 관리 방식 변화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갈등 소비 시대의 역설…상대적 안정감 효과
국가데이터처 사회조사에서도 결혼생활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최근 수년간 약 6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노인사회학 연구자들은 타인의 극단적 갈등 사례를 간접 경험하는 미디어 환경이 부부가 자신의 관계를 상대적으로 돌아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가족법 전문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상담 양상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변호사는 “최근에는 재산 분할보다 관계 회복 가능성을 먼저 상담하는 부부가 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늦춰지는 이혼 시점…황혼 이혼 부상
반면 혼인 기간이 긴 부부의 이별은 증가 흐름을 보인다. 최근 혼인 지속 기간 30년 이상 부부의 이혼 비중은 18%까지 상승했다.
평균 혼인 지속 기간도 16년 후반대로 길어졌다. 자녀 양육 이후 관계를 정리하거나 갈등을 장기간 감내하다 뒤늦게 홀로서기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의 이혼 비중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고령 이혼 증가와 함께 노후 자산 분할이나 간병 부담 관련 상담이 늘어나는 흐름도 감지된다.
◆에코붐 세대 진입…혼인 시장 반등 신호
혼인 시장에는 모처럼 회복 기류도 나타났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24만건 수준으로 전년 대비 약 8% 증가했다.
혼인 지속 기간 30년 이상 부부의 이혼 비중은 18%까지 상승하고 평균 혼인 지속 기간도 길어지면서 ‘늦은 이별’ 중심의 가족 구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게티이미지 |
2차 베이비붐 세대 자녀인 ‘에코붐 세대’가 결혼 적령기에 진입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세 후반, 여성 31세 중반으로 높아졌고 연상연하 부부 비중 역시 확대되는 흐름이다.
한국 사회의 가족 구조는 이제 ‘빠른 결혼과 빠른 이혼’에서 ‘늦은 결혼과 늦은 이별’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오늘 밤 거실 TV를 끄는 부부들에게는 남의 집 갈등보다 서로의 노후 준비와 건강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는 현실이 더욱 또렷해지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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