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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貧者의 대부’ 뉴질랜드 출신 안광훈 신부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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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간 강원 정선·서울 달동네서 협동조합·병원 세워 자립 도와
2020년 특별공로자로 한국 국적 얻어...“한국은 제2의 고향 아닌 고향 그 자체”
조선일보

21일 선종한 뉴질랜드 출신 성 골롬반외방선교회 안광훈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


뉴질랜드 출신으로 60년 동안 한국에서 ‘빈자(貧者)의 대부’ 역할을 해온 성 골롬반외방선교회 안광훈(84·로버트 존 브레넌) 신부가 21일 새벽 4시 선종(善終)했다.

1941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태어난 안 신부는 1959년 성 골롬반회에 입회했다. 사제품을 받은 이듬해인 1966년 한국에 와서 60년 동안 사목했다. 그는 한국이 산업화와 선진화로 질주하는 이면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가난한 이를 챙기고 그들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안 신부는 한국어 공부를 마친 후 1968년 원주교구로 발령받아 11년 동안 일선 본당 주임을 맡았다. 정선 본당 주임 시절엔 가난한 신자와 주민들을 위한 협동조합과 의원을 열었다. 주민들이 고리대금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고 1972년 정선신용협동조합을 설립했고 1975년에는 성 프란치스코 의원을 열어 신자들과 주민들이 저렴한 병원비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했다.

1980년대엔 서울대교구로 무대를 옮겼다. 서울 목동성당 주임신부 시절, 88서울올림픽을 준비하던 정부가 목동 신시가지 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안양천변에 모여 살던 빈민들을 쫓아내자 철거민들에게 성당 본당 건물을 내줬고 새 터전에 자리를 잡을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992년에는 서울 강북구 미아 6동 달동네에 들어가 전세방을 얻어 살면서 철거 위기에 놓인 주민들과 함께 생활했고 1999년에는 ‘솔뫼협동조합’을 설립해 저소득 주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IMF 외환 위기 이후 ‘서울북부실업자 사업단 강북지부(훗날 삼양주민연대)’ 대표를 맡아 실업 문제 해결과 저소득층 자립, 노숙인 자활 등을 위해 애썼다. 병상에 눕기 전까지도 그는 사제관이 아닌 동네에서 주민들의 이웃으로 함께 생활했다고 한다.

서울시 사회복지대회 대상(2012년)과 아산사회복지대상(2014년)을 받았고, 서울시 명예시민권(2012년)에 이어 2020년 특별공로자로 대한민국 국적을 받았다.

아산상 수상 때에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교회는 필요 없다”고 했다. 2020년 한국 국적 증서를 받을 때에는 “20대 청년으로 한국에서 광훈(光薰)이라는 이름을 받은 지 54년 만에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며 “한국은 ‘제2의 고향’이 아닌 ‘고향 그 자체’이며 이방인이 아닌 온전한 한국인으로 살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장례 미사는 24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봉헌된다. 장지는 원주교구 배론성지 천주교 묘원. 사제로서 첫발을 뗀 원주교구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졌던 고인은 평소 “배론성지에 묻히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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