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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에도 없는 ‘무허가 복층’, 불길서 도망칠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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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공장 화재 참사, 원인 속속
사망 14명 중 9명은 ‘복층 헬스장’
건물 사이 공간을 임의로 막고 나눠
창문 작고 연기 가두는 밀폐 구조
동아일보

21일 대전 대덕구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 화재 현장에서 실종자 1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화재 사상자는 총 74명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불에 무너진 공장 모습.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대전 대덕구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 화재로 연락이 끊겼던 14명 전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자 다수는 도면에 없는 복층 구조 공간에 몰려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총 74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사망 14명, 중상 25명, 경상 35명이다.

소방 당국은 전날인 20일 화재 발생 이후 21일까지 수색을 이어간 끝에 실종자 14명을 모두 수습했다. 사망자 발견 위치는 층별로 나뉘어 나타났다. 2층 계단에서 1명, 복층 형태의 헬스장에서 9명, 1층 남자 화장실에서 1명, 2층 물탱크실 주변에서 3명이 발견됐다.

특히 사망자가 집중된 헬스장은 건물 도면에 없는 복층 공간으로 파악됐다. 해당 건물은 층고가 약 5.5m로 높아 3층 주차장 경사로와 건물 사이에 생긴 자투리 공간을 막아 임의로 층을 나눠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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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남득우 대전 대덕소방서장이 대전 대덕구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 화재현장에서 실종자 14명을 모두 발견한 뒤 현장에서 설명회를 하고 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박경하 대덕구 주택경관과장은 “도면상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라며 “헬스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내부에 별도 계단을 설치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화재로 구조물이 훼손돼 정확한 확인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공간은 창문이 작고 외부로 통하는 통로도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와 열기가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대피가 어려워 인명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남득우 대덕소방서장은 “연기가 빠져나가기 어려운 구조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피해 원인으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나머지 사망자 3명이 발견된 2층 물탱크실 주변 역시 탈출 과정에서 이동하다가 고립됐을 가능성이 있는 지점이다. 소방 당국은 이들이 계단을 통해 탈출을 시도하다가 연기 확산으로 이동하지 못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화재는 20일 오후 1시 17분경 발생했다. 신고 접수 직후 대응 1단계가 발령됐고, 5차례에 걸친 국가소방동원령이 내려졌다. 불은 같은 날 오후 11시 48분 완전히 꺼졌다.

당국은 연인원 1000명 이상과 장비 200여 대를 투입해 진압과 수색 작업을 벌였다. 수색 과정에서는 인명구조견이 투입돼 희생자 위치 확인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소방과 경찰,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은 합동 감식을 통해 발화 지점과 안전관리 책임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21일 오후 현장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가 손해를 보더라도 필요하다면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선지급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유가족들은 신속한 사고 경위 설명과 신원 확인 절차 단축, 분향소 설치 등을 요청했다.

대전시는 22일부터 시청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피해자 지원센터와 유가족 대기 공간을 운영할 예정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는 24일 이후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장례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불이 난 안전공업 손주환 대표는 “소중한 생명을 잃은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피해자 지원과 복구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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