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
국내 최대 레미콘 기업 유진의 ‘혁신’ 행보
비 맞아도, 영하에도 ‘굳는’ 콘크리트 개발
스스로 균열 메우는 콘크리트 상용화 성공
콘크리트는 다루기 쉽지 않은 건축 재료다. 뜨거우면 너무 빨리 굳고, 추우면 강도가 더디게 오른다. 비가 오면 타설이 금지되고 눈이 오면 온도를 높여줘야 기준 굳기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도 건설현장의 최대 변수는 날씨다. 공사비와 공기를 뒤흔드는 최대 리스크다. 그런데 이런 상식에 균열을 내는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더위에는 더 늦게 굳고, 비를 맞아도 버티고, 추운 날에도 경도를 유지 할 수 있게 한다. 심지어 스스로 균열을 메우는 콘크리트도 나왔다. 유진기업이 내놓은 특수 콘크리트 라인업은 이 변화가 더 이상 실험실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여름용 기술이다. 레미콘은 시간이 지나면 시멘트 수화 반응으로 점차 굳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안에 타설을 끝내야 한다. 특히 외기온도가 25도 이상이면 일반 레미콘의 타설 완료 기준 시간은 90분으로 줄어든다. 한여름 도심 교통 정체까지 겹치면 공장에서는 멀쩡히 출발한 레미콘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품질 저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유진기업은 이런 문제를 겨냥해 일반 레미콘보다 2배 이상 시간이 지나도 시공성을 유지하는 ‘초지연 레미콘’ 상용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장 요구에 따라 슬럼프 유지 시간을 최대 4시간까지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유진기업은 비가와도 기준 경도를 유지할 수 있는 ‘우중 콘크리트’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유진기업 제공] |
비 오는 날은 더 극적이다. 현재 표준시방서상 시간당 강우량 3㎜ 이하에서만 콘크리트 타설이 가능하고, 그마저도 빗물 유입 방지 조치를 해야 한다. 현장 입장에선 비 소식 하나에도 공정표가 흔들릴 수 있다. 유진이 개발한 ‘우중 콘크리트’는 이런 제약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특수 화학 혼화제를 적용해 재료분리 저항성을 높였고, 시간당 최대 6㎜ 강우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압축강도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거푸집 안에 고인 빗물을 밀어내며 채워지는 특성도 갖췄다. 비가 오면 멈추는 산업에서, 비를 견디며 가는 소재를 만든 셈이다.
추운 계절이라고 사정이 낫지는 않다. 겨울앤 영하로 떨어지는 기온 탓에 강도 확보가 어렵다. 간절기에는 낮과 밤의 온도차가 문제다. 유진기업은 이 문제를 내한 콘크리트와 조강콘크리트로 나눠 풀었다. 내한 콘크리트는 영하 기온에서도 설계 강도 확보를 목표로 개발돼 한국건축시공학회 기술인증을 받았고, 조강콘크리트는 일평균기온 10도 안팎의 간절기 현장에서 가열양생 없이도 타설 18시간 만에 기준 압축강도(5MPa)를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오후에 부어도 다음 날 아침 탈형이 가능하다. 공기가 비용인 건설현장에서 이 기술은 비용 절감의 설루션이 된다.
균열은 콘크리트의 숙명처럼 여겨져 왔다. 시간이 지나며 미세균열이 생기고, 그 틈으로 수분이 들어가면 철근 부식과 구조물 성능 저하로 이어진다. 유진기업은 이 오래된 약점을 두 방향에서 파고들었다. 하나는 아예 스스로 균열을 메우는 자기치유 콘크리트다. 유진기업은 성균관대 자기치유 친환경 콘크리트 연구센터와 2년간 공동 연구를 진행한 끝에 국내 최초로 주거 건축물 대상 자기치유 콘크리트 상용화에 성공했다. 팽창재와 결정촉진제를 활용한 무기질 소재 기반으로, 별도의 보수나 보강 작업 없이 균열 및 누수 문제를 자가보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콘크리트가 스스로 상처를 메우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또 다른 축은 균열을 최대한 덜 가게 만드는 기술이다. 유진이 선보인 ‘라텍스 누름 콘크리트’는 한국콘크리트학회 기술인증을 받은 레미콘 업계 최초의 라텍스 균열 제어기술이다. 라텍스 입자가 콘크리트 내부에서 연속적인 필름막을 형성해 건조수축에 따른 미세균열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제품은 출시 이후 전국 90여 개 현장에 총 8만㎥ 이상 출하됐고, 기존 섬유보강 방식 대비 80% 이상 균열 저감율을 확보했다. 적용 대상이 옥상 바닥, 기계실, 지하주차장처럼 하자와 직결되는 공간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굳는 것만 중요한 시대를 넘어, 어떻게 덜 갈라지고 오래 버티느냐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기술들이 따로 노는 단품이 아니라 하나의 라인업으로 묶이고 있다는 점이다. 유진기업은 내한 콘크리트, 초지연 콘크리트, 우중 콘크리트, 자기치유 콘크리트, 조강콘크리트 등을 ‘스마트콘(SmartCon)’ 라인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더위와 비, 추위와 균열이라는 건설현장의 대표 변수들을 각각 제품으로 대응하는 구조다.
유진기업 기술연구소 관계자는 “기후 및 계절 변화를 고려한 특수 콘크리트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왔다”며 “건설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제품을 지속 개발해 건설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홍석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