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입찰표.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최근 서울·경기 등 수도권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제 규제 없이 매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원 경매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서울 양천구의 한 다세대주택이 최저입찰가의 10배를 넘는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가 나왔다. 응찰자가 입찰가를 적는 과정에서 숫자 ‘0’을 하나 더 쓴 실수로 추정된다. 낙찰자가 대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입찰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 적지 않은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대지면적 10평 규모 다세대주택이 19억5170만원에 낙찰됐다. 이 물건은 지난해 11월 경매가 시작된 뒤 두 차례 유찰 끝에 새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는 최저입찰가 1억6000만원의 12배를 웃돈다. 감정가 2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낙찰가율도 780%에 달했다.
이날 입찰에는 3명이 참여했다. 2위 응찰가는 1억7567만원, 3위 응찰가는 1억6211만원이었다. 시장에서는 최종 낙찰자가 1억9517만원을 적으려다 ‘0’을 하나 더 써 19억5170만원을 기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실수가 법적으로 쉽게 구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낙찰자는 법원에 매각 불허가를 신청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입찰표 작성 실수는 매각 불허가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낙찰자가 계약을 포기하거나 잔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이미 낸 입찰보증금은 반환받기 어렵다.
비슷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5월 경기 수원시 영통구의 한 아파트 경매에서는 최저입찰가 2억5000만원짜리 물건이 33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당시 해당 아파트 시세가 4억원 안팎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억3500만원을 적으려다 숫자를 잘못 기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에도 낙찰자가 30억원이 넘는 잔금을 실제 납부할 가능성은 낮아, 입찰보증금 25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매 시장에서는 이처럼 입찰가 숫자를 잘못 적어 거액의 보증금을 날리는 일이 드물지 않다. 대체로 사건은 낙찰자가 최저입찰가의 10%인 보증금을 포기하는 선에서 마무리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숫자 ‘0’을 하나 더 붙이는 방식으로 발생하는 입찰표 작성 실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꼭 발생할 정도로 잦다”며 “기입 오류로 몰수된 입찰보증금은 국고로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채권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 낙찰자에게는 큰 손해지만, 결과적으로 채권자들의 배당 몫이 늘고 채무자의 변제율도 높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입찰 전 작성 방법을 미리 연습하거나 사전에 작성한 입찰표를 준비해 제출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입찰표 양식은 대법원 경매정보 사이트나 민간 경매정보업체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어 미리 작성해 두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법원 현장에서 직접 작성했다면 제출 전 사진을 찍어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다시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