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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문평동 공장 화재, 정말 '어쩔수 없는 사고'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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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기자(leejaejin2678@naver.com)]
프레시안

▲21일 새벽 대전 대덕구 문평동의 자동차·선박 엔진밸브 공장 대형 화재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건물 3층 내부에 진입해 정밀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이재진)


대전 대덕구 문평동의 자동차·선박 엔진밸브 공장 화재가 실종자 14명을 낸 대형 참사로 번지면서 일각에서는 2024년 화성 아리셀 공장 참사와 유사한 위험 요인들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고 원인에 대한 정밀 감식이 시작되지 않은 만큼 해당 기업의 과실 여부를 단정하기는 이르나 전문가들은 아리셀 참사에서 드러난 ‘구조적 취약성’이 이번에도 인명피해를 키운 변수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리셀 참사 당시 대형 인명피해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피난로 부재’가 지목됐다.

내부 구조상 화재가 발생하면 작업자들이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한곳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고 탈출구를 찾지 못한 이들이 유독가스에 고립되며 피해가 극화됐다.

문평동 현장 역시 건물 사이를 잇는 연결통로가 연기와 화염을 빨아들이는 ‘굴뚝’이 되면서 작업자들의 퇴로를 차단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질적인 화재방어체계가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적 환경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분석된다.

해당 공장의 생산동은 현행법상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고 규정에 따라 스프링클러는 3층 주차장에만 설치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에 취약한 조립식 패널 구조와 폭발 위험물을 동시에 다루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현행 법적 기준만으로는 대형화재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기술자료에 따르면 외벽이 샌드위치 패널인 건물은 내화구조 인증 여부에 따라 ‘구조급수 3급’까지 분류될 수 있다.

만약 이 공장이 화염에 취약한 패널 구조였다면 연결통로와 결합해 인명피해를 키운 ‘치명적 함정’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리셀 참사에서 목격된 ‘진압 불능’의 상황 또한 되풀이됐다.

리튬 배터리 화재가 1000℃ 이상의 고열과 유독가스를 내뿜는 ‘열폭주 현상’으로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면 문평동은 제3류 위험물인 ‘나트륨’이 그 역할을 했다.

나트륨 역시 물과 만나면 수소가스를 발생시키며 폭발하는 대표적인 ‘금수성 물질’이다.

소방용수를 뿌릴수록 상황이 악화되는 특성 탓에 초기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치명적인 걸림돌로 작용했다.

사고 공장의 연결통로가 건축물대장에 등록된 합법적인 시설일 가능성은 매우 크다.

인허가를 받은 정상 구조물이고 소방시설 또한 법적 기준을 충족했다면 행정적 제재의 대상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법적 정당성과 별개로 화재보험법상의 판단은 또 다른 문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연결통로는 건물 간 방화구획을 무력화하는 ‘위험 가중요소’로 분류된다.

설령 합법시설이라 해도 이 통로가 화재확산의 결정적 경로가 되었다는 점이 증명되면 보험사는 이를 근거로 과실비율을 산정하거나 지급한도를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중대재해처벌법은 단순한 법규 준수 여부를 넘어 경영책임자가 아리셀 참사와 같은 선례를 통해 ‘실질적인 위험’을 인지하고 시스템을 갖췄는지를 묻는다.

사회적 경고등이 켜졌음에도 법적 최소 기준 뒤에 숨어 구조적 위험을 방치했다면 사법부는 이를 ‘예견된 위험에 대한 방기’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만약 경영진의 중과실이 인정돼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주요 보험사의 약관에 따라 징벌적 손해배상금 등은 보상 범위에서 제외될 수 있어 기업은 거대한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이번 문평동 화재는 ‘법적 기준 준수’만으로는 대형참사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수사당국이 ‘합법’이라는 틀 뒤에 가려진 실질적 위험을 얼마나 정밀하게 파헤칠지에 따라 향후 산업계의 안전관리 지형도가 다시 그려질 전망이다.

[이재진 기자(leejaejin26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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