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압류 0%' 선원 생계 지킬 전용계좌 떴다[씨뷰어]

댓글0
유기·재해 입은 선원 보험금 압류 원천 차단
14개 시중은행서 전용계좌 개설 가능
송환비·요양비 등 최소한 '구명조끼' 역할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망망대해 위에서 일하는 선원들에게 가장 가혹한 순간은 거친 파도를 만날 때가 아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몸을 다치거나, 낯선 타국 항구에 배가 멈춰 서서 오도 가도 못하는 ‘유기’ 상황에 처했을 때 느끼는 막막함이다. 이런 비상 상황에 대비해 나라에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만, 그동안 이 돈은 온전히 선원의 몫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데일리

지난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공격을 받은 태국 벌크선 마유레 나레.(사진=태국 왕립 해군AFP)


경제적 사정으로 계좌가 압류된 선원의 경우 보험금이 입금되자마자 채권자가 이를 가져가 버렸기 때문이다. 당장 고국으로 돌아올 차비나 수술비가 절실한 순간에도 정작 본인은 돈을 만져보지도 못하는 실질적인 생존권의 사각지대가 존재해 왔다. 채무 이행의 의무와는 별개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방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이유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17일부터 본격 도입한 ‘선원 행복지킴이 통장’은 바로 이런 벼랑 끝 상황을 막기 위한 사회 안전망이다. 핵심은 선원이 받는 ‘유기 구제 보험금’과 ‘재해보상 보험금’을 압류의 위험으로부터 법적으로 격리하는 것이다. 유기 구제 보험금은 낯선 땅에 방치된 선원이 집으로 돌아오는 송환 비용과 당장의 생활비를 지원하는 성격을 갖는다. 재해보상 보험금은 다친 선원의 요양비와 생계를 돕는 상병보상비 등을 포함한다.

그동안 이 자금들이 일반 계좌로 입금돼 압류되는 바람에 선원 가족들의 생계가 위협받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전용 계좌를 이용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이 보험금만큼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게 돼 선원의 최소한의 생존권이 보장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히 돈을 지켜주는 것을 넘어, 위기 상황에 처한 개인의 기초적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계좌 개설의 문턱도 낮췄다.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주요 은행을 비롯해 수협, 농협 등 전국 14개 시중은행에서 누구나 개설할 수 있다. 이미 다른 복지 급여 수령을 위해 행복지킴이 통장을 가지고 있는 선원이라면, 새로 만들 필요 없이 기존 계좌를 그대로 활용해 선원 보험금을 받으면 돼 행정적인 번거로움도 덜었다.

정부는 이번 제도 시행을 시작으로 선원 복지의 허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을 지속해서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거친 바다에서 우리 경제의 수출입을 담당하는 선원들에게 이 통장은 단순한 예금 계좌를 넘어 예기치 못한 풍랑 속에서도 삶을 지탱해 주는 든든한 지지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이데일리‘10억 대주주 반대’ 이소영, 소신 발언…“흐름 바뀌고 있다”
  • 중앙일보송언석 "세제개편안 발표 뒤 코스피 100조 증발…국민 분노 커져"
  • 연합뉴스[율곡로] 머나먼 샤오캉 사회
  • 아이뉴스24정청래 "검찰·언론·사법개혁 특위 즉시 가동…추석 전 완수"
  • 매일경제이재명 지지율 ‘63.3%’ 3주만에 반등…“한미 관세협상 타결 효과”

쇼핑 핫아이템

AD